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연애’를 배워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요즘, 여자를 알고자 한다면 이런 류의 책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성숙한 여성이 말하는 여성. 여자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40대 미혼 여성이다. 어릴 때 여자 아이는 누구나 커서 ‘결혼’하고 아기를 키우고 가정을 이룰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인생도 있다는 것을 시간이 한참 지나 느낀다.

 

하지만 그 무렵의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본격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는 맛있는 파스타를 몰랐다. 결혼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 어째서 여자가 바나나를 덥석 베어먹으면 안 된다고 했는지 어른들의 진의도 몰랐다. 구운 바나나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는 디저트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어른이 된 뒤에야,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고 깜짝 놀랐다. p107

 

‘파스타’는 3분요리처럼 간단하게 만드는 음식이라 ‘요리’로 생각지 못했던 그 무렵. 여자는 바나나를 스푼으로 먹어야 한다는 어른의 말을 듣고 여자 아이들 안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이야기.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지금 나 역시 내가 경험한 세계가 전부인 마냥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 세월을 겪어본 여성이 본 지난 과거 속의 ‘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틀 안에서만 사고하며, 어른들의 말과 세상의 이야기가 전부인 것 마냥 철저하게 믿고 있었다.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과거의 ‘나’가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것은 비단 여자만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소녀’가 되면서 점차 가슴이 봉긋 솟아나 브래지어를 하게 되었을 때, 무척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것으로 생각했다는 어릴 때의 이야기. ‘미인’이라고 하면 남자들 누구나 아직 만나보지도 않은 ‘그녀’에 대해 급호감을 드러내었다는 일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강요되는 ‘남자다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한번쯤 겪어봤던 이야기, 공감되는 이야기들이라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이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여성 독자라면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고, 남성 독자라면 어머니, 누나, 여동생, 또는 여자친구, 아내, 딸을 더욱 이해하고 배려하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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