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좋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단어다. 도토리. 도토리 자매의 부모는 첫 딸을 낳고 다음은 둘째 딸을 낳을 작정으로 이름을 미리 세트로 지어놓았다고 한다. 언니 이름은 돈코’, 동생은 구리코’. 앞부분을 따면 돈구리’. 한국어로 도토리라는 뜻이 된다. 만약 부모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둘이 합심해서 험난한 세상을 잘 헤쳐나가며 살라는 메시지였을까? 말도 안 되는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것, 그것이 본디 인생이란 걸가? 부모는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어린 자매는 친척집을 전전하며 때론 마음 편안하게 때론 힘겹게 살아나갔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게 되자 도토리 자매는 남을 위한 일을 기획한다. 이메일로 마음이 힘든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 답장을 무료로 써주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나의 답답한 마음을 들어주는 것, 그런 상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사실 큰 힘이 된다.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아픈 마음을 도토리 자매에게 펼쳐 보았을 때, 바다 위를 비추는 반짝이는 햇살처럼 따뜻하게 감싸 안아준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만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최악의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책 겉면을 보면 요시모토 바나나가 보내는, 지금 고독한 사람을 위한 멜로디라고 책띠가 붙어 있다. 군데군데 공감이 되는 구절이 많았는데 내가 고독해서일까

 

어쩔 거야? 모든 게 다 꿈이라면. 사실 우리는 그 사고에서 엄마 아빠와 같이 죽었고, 아직 살아 있는 꿈을 꾸고 있는 거라면. 이 하늘도 오늘 산 도자기도 다 꿈이라면.”

얼마 전에 읽은 소설 같다.”

나는 웃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괜찮아, 난 지금 즐거운걸 뭐.”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p129

 

꿈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꿈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내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삶의 짐이, 아물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조금은 덜 무겁게, 덜 아프게 느껴질 수 있을 런지도.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괜스레 두 손으로 만지작거리게 되는 신기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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