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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건축가 구마 겐고 - 나의 매일은 숨 가쁜 세계일주
구마 겐고 지음, 민경욱 옮김, 임태희 감수 / 안그라픽스 / 2014년 3월
평점 :
꼬마 아이들이 작은 물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곰 인형을 좋아해서 잘 때도 꼬옥 품에 안고 자는 것처럼 말이다. 성인이 이렇게 행동하면 철이 덜 든 게 아니냐며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동안 손에 꼭 쥐고 다니고 싶은 책을 만났다. 건축가 구마 겐고, 자신의 인생과 건축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다.
책 소개를 읽고 사실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가부키 극장이었다. 2013년 완성된 제 5대 가부키 극장. 그런데 역대 가부키 극장의 사진과 담당 건축가들의 이야기까지 싣고 있었다. 의외의 수확이었다. 가부키 극장을 지을 때 어떤 점에 주목하여 설계를 하였는지, 그리고 역대 가부키 극장들의 건물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까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세계를 누비고 다니고 있는 건축가이지만, 되돌아보면 승승장구하던 시간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 도쿄에 지은 건물이 오해를 사서 10년간 도쿄 밖을 전전했던 이야기. 그런데 오히려 그 시간이 내실을 다질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것, 중국에서 일본인 건축가로 인정을 받기까지의 과정과 문화 충격 등 건축가 구마 겐고의 진정한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말하듯 글을 쓰고 있는데 그 말투에 재치가 넘쳐서 한 자리에서 죽 읽게 되었다.
한국과도 인연이 없지 않다. NHN 인터넷 데이터 센터 ‘각’을 설계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30621092551&type=det ) 건축 재료는 그 지역에서 자급하는 것, 자연 친화적인 시선에서 설계를 하는 것 등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다른 저서는 어떤 것이 있는가 봤더니 제목들이 다 흥미롭게 느껴졌다. 오른손을 다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함에도 오히려 그 속에서 더 해방을 느끼게 되었다는 구마 겐고. 건축가, 건축학도 뿐 아니라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