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이 무척이나 소란한 하루 - 상실과 치유에 관한 아흔 네 가지 이야기
멜바 콜그로브 외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덜렁거리는 나는 어릴 때부터 많이 넘어져서 무릎에 흉터가 꽤 있다. 성인이 되고서는 넘어지지 않느냐? 절대 그렇지가 않다. 작년 가을에도 별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크게 넘어져서 흉터가 고스란히 남았다. 그래도 이런 쓸데없는 경험에서 한 가지 얻은 것이라면 넘어져도 그렇게 당황하지 않는다는 것. 자랑은 아니지만 여러 번 경험하다보니 그러려니, 곧 나을 것이다, 통증이 가실 것이다, 딱지가 앉을 것이다, 상처가 아물 것이다, 흉터? 남으면 어때, 그거 별 것 아니다 라는 식으로 예측이 된다. 그런데 처음 경험한다면 참 두렵고 당황스럽겠지?

 

사랑도 아마 그럴 것이다. 이별도 사랑에 들어간다는 말도 있지만, 이별을 처음 경험하는 이에게 그 상실감이란……. 약국에 가서 약을 사먹고 나을 수만 있다면 아무리 비싸도 달려갈 테다.

 

봄이 오고 있는데……. 풀과 나무가 깨어나지만 이별의 아픔으로 몇 달 아니 몇 년째 마음이 한겨울 꽁꽁 언 얼음장 같은 이도 있다. 이 책은 표지에 상실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라고 적혀 있다. 원제를 보면 더욱 충실하게 표현한 듯 하다. <How to survive the loss of a love>.

 

내용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세상에서 나만 쓰린 아픔 속에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경험했던 저자도 있지만 어느 서점에서 샛노란 작은 책에 손을 뻗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작은 위로가 된다.

 

이별 후,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 적막한 삶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 마음 둘 곳이 없다면, ‘이건 아닌데. 기운을 차려야 하는데.’라고 생각은 하지만 힘을 낼 방법을 모른다면, 이 책의 글귀와 사진들이 조금 그 아픔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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