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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하차 - 잘 나가던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기타무라 모리 지음, 이영빈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누구나 느끼겠지만 일이란 건 끝이 없는 듯하다. 마무리 지었다 싶으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하나하나 처리해나가는 것이 테트리스 게임에서 퍼즐을 맞추며 착착 없애는 것처럼 재미있게 느껴진다, 한다면 일에 완전 파묻히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적당히 여가도 즐기며 가정도 돌아보며 일을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이상적인 삶이 어디 있으랴. 균형 있게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이야기가 되면 영 쉽지 않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보상이 따른다면 더욱 일하는 시간이 즐겁게 느껴지고 더욱 일중독이 될 것이다. 저자는 가정보다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아이를 보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닥친 병. 누구에게 하소연하기 힘든 병 때문에 퇴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한창 일할 나이에 이유를 명백히 밝히지 않고 퇴사하겠다고 하니 주위에서도 뜯어말리고 정치계로 진출하려는 것은 아니냐는 오해도 산다.
자유로운 몸이 되고부터 하고 싶었던 것은 아들과의 여행이었다. 하지만 아들은 항상 회사에서 시간 보내는 것을 즐기던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해한다. 어머니나 할아버지와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을 한다. 결국 마음 넓은 아내의 협조를 얻어 천만원으로 아들과 단둘이 여행을 떠난다. 요새 캠핑이 붐이라는데 자녀와 여행을 하고 싶은 아버지의 심정은 아마 캠핑을 떠나는 이들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시간 속에 내가 있다는 것. 그것도 나는 처자식이 있는 가장이라면? 다행히 프리랜서로도 활동할 수 있는 편집장이라는 경력과 실력이 있어서 재취업을 하는 것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저자의 이야기는 특이해보이지만 실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싶다. 고령화 사회라고 불리는 요즘,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채용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시대인 만큼 내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도중하차는 오히려 진짜 인생을 사는 계기가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거나 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쉬고 있는 사람, 준비중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