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장식미술 기행
최지혜 지음 / 호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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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그 중 일본 국민작가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영국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이다. 100여 년 전 국비 유학으로 영국 유학 체험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과는 달리 아직 한 번도 가보지도 못 했고 크게 마음 먹지 않으면 앞으로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이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놀랍게도 한 켠에는 가보고 싶은 곳 칼라일 하우스 이야기도 싣고 있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당시 전 세계의 강대국으로 유명했다는 영국. 아무리 돈이 많고 잘난 사람이라도 세월 앞에서는 꽃처럼 스러지고 바람처럼 사라질 뿐이다. 하지만 당시의 건축물과 장식품들은 수백 년이 지나도 잘 보존되어 있었다. 학문 연구 경향이 이전에는 영웅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서민, 민중들의 삶에도 시선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 순수미술 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녹아들어있는 장식미술의 세계 역시 가치 있게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어느 하나 대충 만들어진 것은 없었다. 하나하나가 작품이고 감탄이 나왔다.

 

책의 구성은 크게 런던 시내와 외곽으로 나눈다. 각각 7곳을 방문하였다. 17~18세기 영국 장식미술을 구석구석 탐방한다. 설명과 함께 사진이 있어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섬세한 손길과 웅장한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사진도 많았다. 마치 서양 영화 촬영 세트장을 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책에 실린 곳들이 입장료를 내고 구경할 수 있는 개방된 장소라는 점도 놀라웠다. 당시 시대나 건축 등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유료라도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무척 소중할 것 같다.

 

패스트푸드란 말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말이 되었고 패스트패션이란 말도 있다고 한다. 주위를 둘러싼 물건들은 멀쩡한 것임에도 빠르게 교체되는 시대가 되었다. 유행을 좇는 것은 즐거움의 하나일 수 있지만 뭔가 아쉬움도 남는다. 장인들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가구, 실내 인테리어, 장식 등을 보고 있자니 세월이 지나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고 물려주고 싶은 느낌이 드는 것, 공을 들여 하나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에영국에 가게 되는 날(꼭 그 날이 와야 하는데), 이 책에 실린 곳들을 꼭 방문해서 직접 보고 싶다. 클레이든 하우스의 노래하는 계단, 몸페슨 하우스의 각양각색의 잔들, 오스텔리 하우스의 천장장식, 코린트 양식의 기둥 등 나열하려니 끝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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