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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책 - 행복할 경우 읽지 말 것!
아르튀르 드레퓌스 지음, 이효숙 옮김 / 시공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정말?’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제목이다.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인지 의아하기도 하고 궁금해진다.
보통의 책들 표지에는 어떠어떠한 사람들에게 권한다 또는 추천한다 라는 식의 문구, 어쨌든 많은 독자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말이 보인다. 그런데 이 책은 ‘읽지 말 것’이라는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대상은 ‘행복할 경우’라는 것이다. 행복하다면 읽지 말라는 것.
저자는 20대다. 젊은 나이에 행복 운운하는 것이 가능할까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몸은 ‘아줌마’라는 소리를 들어도 담담한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마음만은 해가 바뀌어도 중학생 때 그대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지 모르겠다.
나도 그렇지만 앞길이 창창한 저자가 보기에 절망으로 느껴지는 미래를 꼭 살아야하는 것인가, 그만 일찌감치 접는 게 현명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문득 스쳐지나갔으리라.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누구든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은 잠시 잠깐 엉뚱한 생각을 했거니 하며 아무렇지 않게 잊어버리겠지만, 저자는 달랐다. 그 생각의 흐름을 끊지 않고 글로 표현해낸 것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글이 전혀 없는 백지가 중간에 떡하니 펼쳐진 순간이었다. 갑자기 멍해졌다. 행복을 꿈꾸는 우리에게 사실 필요한 건 힐링이다 뭐다 하는 숱한 말들이 아니라 잠시 생각을 멈추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그런 기회를 마련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어있는 공간, 침묵. 비로소 그 속에서 내가 보인다. 아픔과 슬픔, 절망, 실의, 낙담 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내가 아니라 그런 나를 바라보는 내가 보인다.
프로이트의 한마디를 수첩에 메모해두어야겠다.
슬퍼하는 괴로움만큼 가치 있는 것은 없다. p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