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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의 문인기행 - 글로써 벗을 모으다
이문구 지음 / 에르디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에는 교과서나 수필집을 들춰봤다. 물론 교과서도 수업시간에 먼둥먼둥하게 보는 척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졸업하고는 취업을 위한 서적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집중해서 읽지는 않았기에 번번이 응시했던 시험에서 미역국을 먹었던 것이겠지. 암튼 이제 좀 책이란 걸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문학적 상상력을 높일 수 있는 책, 그 전에는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었던 한국 소설이나 시 등에 흥미가 생겼다.
작품을 읽다보면 그 작가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작품을 더욱 깊게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작가와 만나 이야기를 하며 이런 부분은 어떤 의미에서 서술하신 것이냐며 궁금했던 것을 직접 묻고 대답을 듣는다면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 세상 분이 아닌 분도 계시고 만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장애가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현대문학을 감상하고 연구하는데 더없이 귀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저자가 옆에서 보고 함께 시간을 공유했던 현대문학가 스물한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상에 유명해지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란 것도 깨닫게 되었다. 고은선생님이 입지를 굳혀나가자 가짜 고은이 각지에서 활개를 치며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거나 여비를 받아서 쓴다든지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미 그 가짜 고은이 유부남이었는데 새 처자와 혼인을 하려고 일을 벌였던 것이다. 결국 경찰을 동원해서 범인(?)을 찾아내기는 했다.
연애 이야기, 결혼을 하게 된 배경 이야기 등도 유머러스하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 당사자들은 곤란할 지도 모르겠으나 읽는 이로서는 무척 재미있었다. 개중에는 글쓰는 이로서 환멸을 느낄만한 사건이 있었던 이야기도 있었다. 영화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가 실제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전혀 알지 못했던 문학인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금년, 예정 등의 표현이 곳곳에 있는데 실은 저자는 2003년에 별세하였다. 해당 표현들과 함께 나온 작품들을 검색해보니 꽤 오래전에 써놓은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의 풍부한 어휘를 열심히 좇아가기 위해 국어사전을 열심히 들춰가며 읽는 것 역시 큰 즐거움의 하나였다.
1960~80년대 시대상은 물론 그 시대를 문학인으로서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정말 유쾌했다. 책에 나온 저자들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또 하나하나씩 들춰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