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 클락 건축을 품다 - 건축사진가 김재경의 현장노트
김재경 지음 / 효형출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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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쯤 전에 중고 카메라를 하나 마련했다. 카메라를 구매할 때 어떤 용도인지를 고려해보는 경향이 있는 듯하던데 내 경우는 건축물이었다. 전통한옥이나 개화기, 식민지시대 건축물에 특히 흥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 가까이에도 오래된 건축물이 많기는 하지만 재건축 등으로 사라지고 있는 시점이다 보니 한시라도 바삐 그 모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찍다보니 생각만큼 멋있게 찍히지가 않았다. 마침 이 책을 만난 건 이런 내 갈증을 제대로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저자는 건축사진가라고 한다. 이런 직업이 있는 것조차 그전에는 미처 몰랐다. 사진 찍는 기술을 다루는 여러 서적들이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들과 차별되는 이 책의 고유의 특징은 글이 많다는 점을 들고 싶다. 저자가 찍은 사진을 예로 들며 설명도 하고 있지만 어떤 점에 유의해서 찍으면 좋은지 등을 꼼꼼하게 글로 알려준다. 낯선 전문용어는 각주를 달아주었다.

 

신기하고 감탄스러웠던 것은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그 건축물의 특징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고민하는 꽤 오랜 과정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저 전문가들은 셔터만 누르면 뿅하고 아름답고 멋진 사진이 바로 찍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생각해보면 셀카를 찍을 때도 같은 얼굴이라도 아름답게 보이는 각도가 따로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새벽 어슴푸레한 시간 또는 일몰을 기다려 빛과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여 건축물을 더욱 돋보이게 찍었다.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찍은 것은 비행기, 헬리콥터 등을 이용하는 줄 알았더니 실은 사다리차를 빌려 찍은 것이었다. 촬영 의뢰를 받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제한된 시간 내에서 최대의 효과를 살려 찍어낼 수 있는 것, 장인, 전문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시간이 없다면 마지막 장 건축사진 찍기의 기본만 먼저 읽어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초보자들에게는 이런 구체적이고 꼼꼼한 설명이 정말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존재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읽으면서 사진을 배우는 교과서로 활용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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