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의 선물 - 자연경영의 진수를 보여주는 스티브와의 만남
김나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퇴근길 기차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 어떤 아저씨가 앉으시며 유심히 쳐다보셨다.

“정원사의 선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지…….”

신간인데 이 아저씨가 이 책을 읽으신 건가? 의아한 생각도 들었지만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체구도 크고 담배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초면인데도 그것을 시작으로 막 말을 거신다. 거부하기에는 좀 무서운 느낌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결국 특정 종교를 홍보하기 위해 나한테 접근했던 것이었다. 아, 난 어디서든 이런 사람들과 너무 자주 꼬인다.

 

그런 가슴 아픈 일화가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에 일어났다. 그런 내게도 아마 저자는 자연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다스릴 것을 조언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이하게도 분명 소설인데도 실화처럼 느껴진다. 생존의 위기에 처한 회사의 총 책임자로 발령받은 주인공. 전력을 다해 앞만 보고 달려왔건만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쳐 기력이 소진한 상태이다. 이런 절망에 빠진 주인공에게 정원사 스티브와의 만남이 허락된다. 선인장, 대나무, 억새를 보며 경영에 적용할 점을 찾아나간다.

 

선인장

 

자신의 생존을 위해 아름다움을 포기했지. 수분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파란 이파리와 유들유들한 줄기를 과감하게 버렸어. 척박한 사막에서 단 한 방울의 물이라도 낭비되어서는 안 됐거든.

다른 식물처럼 쭉쭉 뻗은 줄기는 사치스런 자태였지.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두꺼운 껍질로 변화시키고, 수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최대한 몸통은 둥글고 크게 만들었지. p74

 

왠지 선인장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어머니’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결혼 전에는 누구 못지 않게 아름답게 자신을 꾸미며 외출을 했겠지만 아이 엄마가 되고 나서는 아이를 우선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보니 자신을 가꿀 여력이 없다. 아이를 위해 자신의 아름다움은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 지금 내게도 꼭 기억하고 실천해야할 주제이다.

 

대나무

 

땅속줄기와 뿌리를 총칭하여 지하경이라고 말하는데, 대나무의 지하경은 크게 세 가지의 특징을 가졌지.

첫째는 밑으로, 옆으로,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주변으로 깊고 넓게 확장하며 뻗어 나가고, 둘째는 길게 자라기도 하지만 그물처럼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키어 자라지. 이것이 강한 태풍이 불어 닥쳐도 대나무가 끄떡없는 이유가 됐지. 주변으로 넓게 확장된, 그물처럼 얽히고설킨 뿌리가 자신을 든든하게 지켜주니까!

셋째는 지하경의 굵기는 대숲의 좋고 나쁨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는데, 땅 속의 줄기와 뿌리가 땅 위의 몸통의 굵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야. pp.102-103

 

느린 것 같으면서도 태풍에도 끄떡 없이 조용히 성장해나가는 대나무. 그 비결은 튼튼한 뿌리에 있었다.

 

억새

 

억새는 바람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고, 바람보다 먼저 누워 자신을 온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지. 오른쪽에서 부는 바람도, 왼쪽에서 부는 바람도, 앞이나 뒤에서 부는 바람도 괜한 자존심을 세우며 어리석게 굴지 않았고,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똥고집을 피우지 않고 유연함을 택했지. pp.142-143

 

억새의 생명을 지킨 유연한 사고. 그저 지나가다 보이는 억새를 보면 저게 ‘억샌가 갈댄가’ 그 정도 밖에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젠 억새를 보며 이 구절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자연은 우리에게 위로, 안식도 주지만 이렇게 소중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문제는 선인장, 대나무, 억새 등을 보고 스스로 한 번에 깨닫기는 힘들다는 것. 저자의 시각처럼 새롭게 보려는 시도를 자꾸 해봐야겠다.

 

기업 경영이든, 인생 경영이든 지친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이 책과의 만남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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