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궁금했지만 어디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들, 그러면서도 우리의 생명과 안전 또는 생활과 직결된 문제를 짚고 있어서 매료된 세더잘 시리즈가 한편 더 나왔다. 이번 주제는 ‘피임’이다.
세더잘 시리즈의 다른 주제를 몇 권 읽어본 적이 있는데 보통 하나의 문제에 대해 한쪽으로 기운 생각을 하는 경향이 많은 우리에게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점에서 유익해 보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피임에 대한 찬반론을 집중조명하고 있다.
요새는 학교에서 성교육도 한다고 하고, 대학에서도 강의를 통해 피임 등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식이 없어서 자칫 자신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의 인생에 어둠을 드릴 수 있는 큰 문제이기에 긍정적인 현상이라 본다.
책 내용은 피임이란 무엇이며 그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또한 피임의 역사는 어떠한지, 찬반론이 어떻게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지, 여성의 피임권과 태아의 생명권, 성교육의 역할 등을 담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인종청소하면 떠오르는 나치 정부의 불임 시술보다 앞서 미국에서 그런 일이 자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적 장애 등 장애가 있는 여성을 강제로 불임시술을 하는 ‘단종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 법으로 미국 전역에서 6만 5,000명이 넘는 피해자가 있었다고 한다. 1974년 공식적으로 법률이 폐기되었다고 한다. 국가가 나서서 하는 일들 중에 이토록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 공공연하게 자행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고 소름끼치게 한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400만 명에 달하는 10대 소녀들이 엄마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결국은 자신의 몸, 피임에 대해 잘 알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여성은 스스로를 지킬 필요가 있겠고 남성은 자신의 연인을 안전하게 지켜줄 필요가 있다는 것. 피임의 빛과 그림자를 이해할 수 있어서 조금 더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넓어진 기분이 든다.
청소년은 물론이고 성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나를 포함한 20,30대 청년들에게도 꼭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