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붕.선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3
임석재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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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옛 가옥의 지붕. 그 속에 한국의 미가 숨겨져 있었다니.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시리즈 중 3번째 이야기인 한국의 지붕과 선 이야기이다. 우연히 알게 된 저자의 다른 책을 보고 공감하는 바가 커서 검색하다 알게 된 시리즈이다. 우선 얇아서 부담이 적다. 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 이 책의 매력이 있다.





저자는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는 부분이 무척 흥미롭고 존경스러웠다. 글과 사진을 모두 저자 혼자서 직접 담은 것이라고 하니 우리 건축에 대한 열의가 얼마나 대단한지가 느껴지는 듯 했다.





옛 절, 한옥, 우리 건축을 보고 멋지다, 아름답다, 신기하다 라는 감탄사 밖에 내뱉지 못했다. 그런데 실은 우리 건축의 전체든 부분이든 이 책의 사진과 글로 만나자 새로웠다. 그저 주거 공간, 투기의 대상이 아닌 미학이 숨어 있다니.







그림자





그림자로 옆 건물을 만나고 땅을 만난다. 그림자를 내려 하늘과 땅, 산과 사람을 잇는다. 자신의 형상을 그림자를 통해 빈 땅에 흔적으로 남긴다. p44





한옥의 미는 건축물인 실질 외에도 빛으로 나타나는 그림자에도 그 매력이 있었다.





감각





옷을 지어도 감각, 음식을 해도 감각, 집을 지어도 감각이었다. 잘되면 칭찬의 의미로 눈썰미요 조금 잘못 되면 다음에는 더 잘하라는 의미로 눈대중이라 불렀다. p34





감각에 둔해서인지 더더욱 다가 온 구절.

지붕의 선은 자로 재어서 연출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장인들의 감각에 의해 완성된 것이었다.


침묵의 미학





동양 사상에서 침묵은 이상적 정신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필요 조건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다. 여기에서 침묵이란 단순히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은 침묵이 아닌 '말 안 하기' 일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침묵이란 마음의 진실함을 전제 조건으로 갖는다. 진정한 의미의 침묵은 말은 안 함과 동시에 마음이 진실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이 상태에 충실하게 집중함으로써 이것이 못 믿을 말을 대신해서 말보다 더 깊고 근원적 상태를 전달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pp.100-101





사찰에 있는 적묵당(침묵함으로써 적적한 상태에 이르는 전각), 선원류의 건물, 대웅전의 모습 등에서 침묵의 미학을 발견하는 과정과 해석이 어찌나 공감이 가고 감탄이 나오던지.





집을 돈버는 수단으로 보는 가치관이 확산되고 있는 요즘, 마음의 평화를 줄 수 있는 대안을 찾는다면 바로 이 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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