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
앤서니 그레일링 지음, 윤길순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엉뚱한 생각, 누구나 자주 또는 가끔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십대 때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다가 ‘내가 어디에서 왔지?’하는 생각을 문득 한 적이 있다. 물론 볼일을 보는 그 시간 동안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놀랐던 것은 그동안 한 번도 그런 의문을 생각해보지 않은 나 자신을 그 때 발견한 것이었다.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볼일이 끝나 그 생각도 그것으로 끝나버렸는데 그래서 변비로 고생하게 된 걸까?

 

 

생각, 상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에 비유하기도 한다. 어디로든 튀는 그 작은 시도가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운 좋게 그에 대해 함께 생각해주고 한마디라도 거들어주는 상대가 있다면 더 깊고 넓게 확장할 수 있을 텐데,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생활에 치여 생활하는 우리에게 그것은 꿈과 같기도 하다. 움직이는 사람 상대가 없다면 책에서 도움을 얻는 방법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유쾌하고 신났던 게 바로 그 때문이었나 보다. 읽는 내내 ‘걸어 다니는 사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박학다식 그 자체인 저자.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철학교수라는 프로필의 첫 행과 달리 언론, 방송, 출판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학문의 경계가 없는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번역한 번역가 역시 무척 존경스럽다.

 

 

목차에는 다양한 주제가 죽 나열되어 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2~4쪽 정도로 이야기는 짧게 끝이 난다. 물론 길게 쓰려면 충분히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었겠지만 오히려 절제하였다.

 

 

 

나는 처음 잡지와 신문에 실렸던 글을 거의 모두 수정하고 늘렸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짧은 대로 두엇다. 이 책의 목적이 대답에 대한 제안이나 생각을 제공하는 것이지 그 대답이 무엇이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서 간결함을 요했기 때문이다. (중략) 이 책은 출발점이다. 나머지 노력은 독자의 몫이다. pp.18-19

 

 

생각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사람들과 도서가 많이 있다. 그 말을 참고로 해서 ‘자, 이제부터 생각해볼까?’ 하고 혼자 골방에 들어가더라도 무엇에 대해서 생각하면 좋을지 막연해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졸음의 유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든가.(나만 그런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극이자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혼자 문득 생각한 것들이 실은 ‘철학’이라는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끊지 않고 자유롭게 펼쳐나가는 것, 막연한 이 과정을 이 책이 잘 도와줄 것이라는 확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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