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빛깔있는책들 - 한국의 자연 143
현길언 지음 / 대원사 / 199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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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한라산에 간 기억이 있다.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려하니 햇수 계산할 때마다 세월의 무상함이 스쳐지나간다. 버스에서 내려 ‘한라산이다’하고 풀어주면 곳곳에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어대고 빠질 수 없는 단체사진을 제주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찍었다. 머리는 다 날리고 버스에 시달린 피로로 얼굴은 초췌하고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그 때도 나름 제주도에 대해 조사하고 간다고 해서 갔겠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정도가 나이 들수록 심해지고 있으니 한라산은 그저 유명한 산, 높은 산으로 기억될 뿐이었다.

 

산기슭이 바로 바다에 닿아있는 특이한 산, 죽어있는 화산이면서도 살아 있는 인간들의 숨결과 그 역사를 송두리째 간직하고 있는 특이한 산, 한반도에서 세 번째 높고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

 

조선 3대 명산의 하나로 꼽혔다는 한라산. 그 이름의 유래는 ‘은하수를 잡아 끌어당길 수 있다’는 듯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그만큼 산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저자는 제주도가 고향이자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단어 하나, 글자 하나의 울림이 진중하고 여운이 느껴졌다. 사진 역시 제주가 고향이자 전문 사진사의 손을 거친 것이었다.

 

한라산은 그저 끝이 뾰족하지 않은 형태로 단순한 이미지로 연상할 뿐이었는데 제주 곳곳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모습이 다 다르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사진이나 글을 통해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한라산과 아름다운 명소들과 관련된 설화였다. 곳곳에 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었고, 이는 마치 자연이 어머니처럼 친구처럼 아주 가까운 존재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책을 읽으며 제주 출신 미술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한라산, 말, 해녀 등 독특한 제주만의 소재가 생각이 났다. 몇 번 반복해서 읽고 머릿속에 담아 계절마다 한라산을 등반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나도 모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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