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릿광대의 나비
엔조 도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아마존 저펜 독자 서평에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읽는 그림일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나비가 한 마리 등장하지만 그것은 실제 현존하는 나비가 아니라 상상속의 나비였다. 모자를 뚫고 지나가기도 한다. 무엇이 현존하는 것이고 무엇이 상상 속에 있는 것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데서부터 이야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재미나게도 저자 프로필에는 물리학과를 졸업하였다는 이력이 보인다. 그 후 문화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고 한다. 중간에 간단한 함수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부분도 한 부분 나왔다.

 

3차원의 시야로 읽어서는 도통 헷갈려서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말 것 같은 이야기이다. 무척 추상적이면서도 공감되는 이야기,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을 봐서는 4차원 뿐 아니라 5차원, 6차원까지도 바라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할 것 같은 이야기라는 인상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흔히 스쳐지나갈 수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보는 것, 그 부분이 무척 신선하면서도 공감이 되었다.

 

 

굳이 말하자면 사는 건 상관없어도 여행은 싫어하는 편이다. 이동하는 게 싫은 것이 아니라 지나쳐 버리는 것이 거북하다. 관광지에는 흥미가 없고 그 주위에 사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건 재미있다. 요일이나 시간대에 따라 사람들의 흐름이 변화해 가는 것을 익혀 가는 게 즐거운데 잠깐 동안에는 그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 p63

 

 

수학여행 때 버스에서는 줄창 자다가 관광지에 내려다주면 사진이나 찍어대며 슬쩍 지나치고 다시 버스타고 자던 기억이 떠오른다. 관광명소라고 하니까 한 번 그곳을 밟아보는 것, 그것도 나름의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나 역시 관광지의 유명한 맛집보다는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낯선 골목 한 켠에 있는 식당을 발견하고 그 지역 구수한 말로 말씀하시는 분의 손길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지는 반지, 보석은 보석이면 족하지 않을까. 인간을 장식한다는 목적에서 벗어나 보면, 보다 아름다운 커팅 방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한다. p66

 

 

내 몸에 붙이고 달고 있어야만 하는 것. 그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 물론 보석이든 반지가 없어서 이런 부분에 끌렸는지도 모른다.

 

 

소설은 하나의 철학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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