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 그들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백승종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중년의 위기가 찾아온다는 마흔, 불혹(不惑)이라는 말은 어쩌면 이런 위기를 잘 다스리고 제어할 것을 주의하며 만들어진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불혹도 이제 머지않았다.
달라진 점은 답이 하나로 나오지 않는 답답하고 난감한 상황에 점점 초연해지고 있다. 나 자신에게서 한걸음 물러나 상황을 보려고 하는 태도도 점점 몸에 익어가고 있는 듯하다.(아직 멀었지만) 그렇다고 갈등, 번민, 불안 따위는 없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 더하면 더했지 20대 때보다 결코 줄어들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포기하고 체념하는 것, 비워야 한다고 의식하는 횟수가 늘기는 한 것 같다.
판단력이 흐려지고 하늘을 쳐다볼 여유조차 없을 때, 우리 역사에서 굵직한 큰 획을 그은 인물들의 삶을 엿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실감했다. 저자는 이름이 낯이 익었다. 1990년부터 국내외 여러 대학과 기관에서 한국사를 가르쳤다고 한다. 저서를 보니 읽어본 책은 사실 안 보였다. 친구 이름이랑 비슷해서 친근하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학창시절에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역사를 살펴보는 시각을 강요받았다면(선행지식도 없는데 그런 관점은 나랑 꽤 맞지 않았다) 이 책은 미시적인 안목에서 역사를 살펴본다. 재미있는 것은 누구나 들어봄직한 인물들이지만 잘못 알려져 있거나 가려져 있던 부분을 들추고 세밀히 관찰하는 점이었다. 광개토대왕, 연개소문, 김춘추부터 현대의 박정희, 노무현까지 총 15명이 등장한다. 순탄한 인생은 한사람도 없었다. 고난과 절망은 우리를 단련시키고 더욱 큰 꿈을 향해 도전하게 하는 촉매제가 되는 듯하다.
산봉우리가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이다.p270
산봉우리가 높은 것만을 보고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깊은 골짜기를 주목하여 인물들을 살펴보았기에 책을 읽다가 혼자 사색에 젖어들기도 했다. 제목과 책 소개를 읽고 조금이라도 끌림이 있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꼭 '마흔'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는 점을 일러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