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강렬하게 한마디 던지고 시작한다.

 

서(序)

시는 배설물이다.

문학은 문화의 하수도다.

현학적인 상수도 문학은 가라.

 

대놓고 입에 담기에는 뭔가 꺼림칙한 성(性)과 관련된 단어와 표현들이 거침없이 나온다. 입, 소리가 아니라 지면으로, 글자로 드러내는 것은 더욱 표현이 적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조심조심 살펴보게 되는 나 자신이 저자의 눈에는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름만 들어도 너무나 유명한 저자이지만, 프로필에 태어난 해가 나와 있지 않아 검색해보았다.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였다. 하지만 시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비슷한 또래의 청년의 감정처럼 느껴졌다. 타오르는 정열을 주체하기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였고, 수줍어하거나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연인에게 돌진하는 모습도 보였다. 뭐, 생각해보면 나 역시 서른을 훌쩍 넘겼지만 마음은 아직 십대인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니 이해가 된다.

 

다만 세월은 감정도 무뎌지게 한다는 심경을 토로하는 부분에서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떠올랐다. 피할 수 없는 육체의 노쇠, 그리고 감정에도 역시 세월의 흔적이 새겨지는 것을 공감한다.

저자와 같은 생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가끔 볼 때도 있다. 다만 공공연하게 표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는 존재한다. 일본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도 자주 보였다. 저자의 시에 등장하는 여인상이 그랬다. 남성은 여성의 발 앞에 모두 엎드린 것 같은 느낌.

 

갇힌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우리의 생각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이러한 시각에도 귀를 기울여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에 대해서건 어떤 분야에 대해서건 우리는 각자 다양한 색깔로 사고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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