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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경제학이 온다
진노 나오히코 지음, 정광민 옮김 / 푸른지식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경제학이라고 하면 소위 말하는 ‘까도남’과 비슷한 이미지가 연상이 되었다. 경제학을 몰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출간되는 책 제목을 보면 경제학을 수식하는 용어가 이렇게 다양하고 따뜻할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나눔’이라는 단어와 결합하였다. 나눔의 경제학.
추천사에 이 책을 잘 드러내는 표현이 있다.
격차와 빈곤이 심화하며 절망의 사회로 변해가는 일본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희망의 섬을 향한 따뜻한 바람을 함께 담고 있다. p11
희망. 저자는 희망을 두 가지로 나누어 정의하였다. 수동적 희망과 능동적 희망.
팔짱을 끼고 앉아 있어도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수동적 희망이다. 능동적 희망은 절망에서 나온다.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일을 영원히 반복해야 하는 시시포스처럼 실패하고 또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패자의 처절한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 능동적 희망이다.
나눔은 능동적 희망이다. p22
행복은 하나라도 더 가지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데서 온다는 것. 하지만 서로의 것을 빼앗는 현실이 실망스럽지만 냉정하게 직시하는 데서부터 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부분이 자주 보이는 점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추천사에서 저자는 다른 책(『체제개혁의 정치경제학』) 한국어판 서문에 이런 문구를 적은 바 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의 시선에 일본인의 얼굴이 아름답게 비쳤을 때 일본인은 인간으로서 자기를 해방하고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p12
지금은 정년퇴직을 하고 조용히 은거하기를 바랐으나 환경이 그것을 허락하지 못하다보니 이 책이 나왔다고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오는 지식인의 입장이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하는 것을 어렴풋이 상상해보았다. 눈이 불편하여 읽고 쓰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도 말하고 싶었던 저자의 메시지. 절규에 가까운 외침.
신자유주의의 폐해, 잃어버린 인간다운 삶을 ‘나눔’이라는 발상과 함께 되짚어보고 등지고 싶은 사회가 아닌 함께 살고 싶은, 가치 있고 살아볼만한 삶을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