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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 닮은 듯 다른 한옥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이상현 지음 / 시공아트 / 2012년 11월
평점 :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은 그 소중함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연인이 떠나고 나서야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얼마나 멋진 사람이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불과 수 십 년 전 한국의 사진을 봐도 한옥이 즐비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척 낯설었다. 그 사이에 우리 주거 양식이 많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옥의 지붕과 지붕이 따닥따닥 붙어서 이어져 있는 풍경. 매우 정겨워보였는데 이제는 쉽게 보기 드문 풍경이 되어서 그런 것일까. 지금도 한옥에 거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도 가끔 듣기도 하고 텔레비전에서도 보기도 하지만, 경주와 같은 특정지역, 또는 특정 집안에 한정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한옥은 주거공간에서 이제는 탐방공간(?), 체험공간으로 변한 듯한 기분이 든다. 대도시도 아니지만 내가 사는 곳에도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국의 미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한옥의 지붕선이다. 날아올라갈 듯한 아름다움. 비(飛)의 미라는 호칭이 딱 어울리게 들렸다. 이러한 한옥의 매력에 빠져 한옥 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한옥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미를 보는 관점이 곳곳에 나온 한옥 사진을 더욱 다양한 시선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저자의 프로필에 적힌 짧은 글도 눈에 쏙 들어왔다.
글을 쓰는 사람을 작가(作家)라고 하는데, 이를 한자 그대로 풀면 집을 짓는 이가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은 마음의 집을 짓고, 나무를 만지는 사람은 몸의 집을 짓는다. 작가로서 사람이 몸을 담는 집과 마음을 담는 집을 함께 짓고 있다.
한옥 사진, 그리고 한옥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을 보고 있으면 선조들이 얼마나 자연과 함께한 삶을 살았는지가 은근히 느껴졌다.
맨 처음 인간에게 건축을 가르친 것은 자연이다. p322
병산서원을 배경으로 눈이 쌓인 산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모습은 정말 사진으로만 보더라도 장관이었다.
전국 각지의 한옥마을, 한옥을 소개할 뿐 아니라 각 장의 끝에는 이 책을 참고로 방문할 독자를 위해 함께 가보면 좋은 곳까지 아울러 설명을 해주고 있다. 혼자서 또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한옥 나들이 겸 근처 역사가 서린 장소들을 죽 둘러보고 오면 멋진 여행이 될 것 같다.
유네스코 유산이 되기도 하고, 사적, 보물, 중요민속문화재 등으로 등록되어 있는 한옥의 매력. 세계가 인정한 한옥을 조금만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먹으면 갈 수 있다는 것이 생각만 해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아무래도 저자의 한옥 이야기에 매료된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