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철학하기 - 낯익은 세상을 낯설게 바꾸는 101가지 철학 체험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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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책을 읽으며 킥킥거리는 것도 오랜만이다. ‘철학’을 일상에서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철학’은 뭔가 이해하기 힘들고 다가서기에는 장벽이 높은 무엇인가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장 한 장 읽으면 읽을수록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평소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면 그게 바로 ‘철학’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줌 누면서 물마시기, 어둠 속에서 길 잃어보기, 나의 죽음을 상상하기, 차 안에서 사람들을 바라보기 등. 누구나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고 이미 한 적이 있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익숙지 않은 행동. 그러면서도 누가 하고 있다고 하면 희한한 놈이라고 별종이라고 경계 짓고 놀릴 수도 있는 행동. 이런 행동들을 모두 일상에서 ‘철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그저 장난이고 ‘에이, 유치하네’하면서 보면서도 피카소가 그린 그림은 명작이라고 ‘오~’ 하며 감탄을 금치 못하며 보는 것과 같은지도 모르겠다.

 

 

사실 목차만 봐도 일상에서 ‘철학’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음미하려면 본문을 읽어야 한다. 어떠한 의도로 이러한 행동들을 제안하는 것인지 그 설명 속에 바로 ‘철학’의 깊은 맛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부분들은 글자 크기를 크게 하고 주황색으로 강조하여 쓰고 있어서 시간이 없다면 그 부분들만 먼저 훑어봐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무턱태고 아무 버튼을 눌러 전화하는 장난. 어릴 때 해본 사람이 많을 텐데 이것 역시 ‘철학’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낯섦, 꽉 짜인 일상 속에 느닷없이 끼어든 균열, 낯섦이라는 작은 틈새들. 모험을 끝내고 제자리로 돌아오려면 그냥 통화 종료 버튼만 누르면 된다. 하지만 너무 순식간에 돌아오지는 마라. 공중에 떠도는 여운은 늘 남아 있는 법이니까. p51

 

 

사실 우리는 매일 ‘철학’을 하고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내’가 아닌 ‘일’이나 다른 ‘무엇’인가에 이끌려 사는 삶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가 삶의 주체가 되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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