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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간의 지구 반 바퀴 신혼여행
윤린 지음 / 홍익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신혼여행을 500일이나 다녀올 수 있는 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닐 테다. 저자 부부는 남미여행도 1년간 한 적이 있는 여행 전문가(?)였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오면 둘만의 추억으로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기록해서 책으로 출간한 적이 있었다. 해외여행과 친하지 않은 나 같은 경우에는 화려한 인생을 사는 부부구나 하는 생각도 언뜻 들었지만 책을 읽어보니 재치가 넘치면서도 소박해보였다. 아마 이런 부분들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혼여행이라고 하면 색깔로는 핑크를 맛으로는 달콤한 것을 연상할지 모르겠지만 저자 부부는 달랐다. 외국인이라고 바가지를 씌우는 곳에서는 재래시장에서 장보는 한국 아주머니처럼 값을 깎는데 필사적이었고(이것은 아마 얇은 지갑에서 비롯된 본능이지 않았을까 하는), 경치가 죽일 것 같은 아름다운 산이 많은 네팔에서는 고산증으로 죽다 살아나기도 했다. 죽다 살아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건 뭐 극기훈련을 연상하기까지 하니 ‘이 지역 이런 여행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장면도 가끔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고생 바가지는 꼭 기쁨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다음 걸음으로 가는 다리와도 같아 보였다. 고생 끝에 발견한 보석 같았던 중국 봉황고성, 에메랄드빛의 티베트 얌드록쵸 호수, 진흙으로 지어진 낮은 건물이 모여 있는 커다란 도시인 이란의 야즈드, 메이보드와 카라나 등. 설명과 함께 사진으로도 소개해주고 있어서 함께 그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생뚱맞거나 황당한 문화 충격은 팁처럼 중간중간 만화 양식으로 귀뜸해 주고 있다. 여행에 관심이 있거나 계획중이라면 알짜 같은 정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고생도 기쁨도 함께 맛본 저자 부부는 끈끈한 신뢰와 애정으로 신혼을 시작하는 부부로서는 최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부러운 마음도 숨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