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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도시 산책
안나킴 지음 / 허밍버드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도시를 관찰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요새 나는 참 좋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의 시선도 솔깃하지만 오래 거주하면서 도시 곳곳의 숨은 이야기를 풀어내주는 이야기꾼(?)은 정말 자주 볼 수 있는 친구로 삼고 싶을 정도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LA를 속속들이 보여준다. 그것도 재치 있는 글과 함께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물론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는 대목도 있었다. 한국과 다른 미국 문화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시선이 어찌나 세심한지 가로수로 있는 야자수가 동네마다 어떻게 다른지를 사진으로 비교해주기도 하고 대학 건물에 세워진 총장, 부총장의 얼굴상과 그 옆에 있는 원숭이상 사이의 숨겨진 이야기 등까지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글이 적힌 묘비. 아무래도 한국과 관련된 글이 나오면 시선이 오래 머물었다. 한국에서 묘지를 찾는다면 묘비가 있더라도 한자 일색이었던 기억이 있다. 선교사 묘비라면 영어였던 것 같기도 하고. 한데 한국인들의 묘비에 한글이 버젓이 새겨져 있었다.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말이다. 재미났던 것은 당시 한국어표기가 지금과 달라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오타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 얼마 전 박물관에서 <소학>이 전시된 것을 보니까 <쇼학>이라고 적혀 있어서 의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들의 이름은 ‘숙’은 ‘슉’, ‘제’는 ‘졔’라는 식으로 지금과 표기법이 달랐다. 저자의 아지트였다고 하는 LA 도서관에 한글이 새겨진 계단과 푯말 역시 인상적이었다.
재미 일본인 2세대 미군 병사 이야기는 처음 접했다. 그리고 그 속에 한인들이 존경하는 고 김영옥대령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검색해보니 2009년에 그 분의 이름으로 중학교가 세워졌을 정도라고.
눈으로 따라가는 도시 산책이지만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자의 다른 도서를 검색해서 살펴볼 정도로 어느새 팬이 되었다. LA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