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시체의 밤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일본 경제를 말할 때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을 본다. 그것이 근거가 있는 말인지 아닌지는 논외로 하고 일본 소설이지만 버블경제의 붕괴를 담고 있다는 책소개에 끌려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일본 경제가 소설에서 어떻게 형상화되어 있을까가 내 초점이었다.

 

저자는 흡입력을 느끼게 하는 필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듯 했다. 너무 적나라하게 야하게 묘사한 부분도 있어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등장인물 5명의 시점에서 각각 바라보는 동일한 사건, 에피소드는 독자의 답답하고 궁금해 하는 데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었다.

 

돈의 폭력성

 

“본래, 돈이라는 것에는 폭력성이 있어.”p87

“돈이란 말이지, 없으면 사람을 곤궁하게 만들고 있으면 있는 대로 질투나 원망을 사게 만드는, 굉장히 성가신 물건이야.” p87

 

뭔가 씁쓸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이런 류의 대사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돈의 이러한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극단적으로는 주인공 사바쿠(실명은 달랐지만)처럼 비극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런 불경기에,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어딘가에서 솜씨 좋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어. 그것이 세상이라는 거야.”p80

 

모르는 척 눈을 감고 있었던 이러한 현실에 직면하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친다.

 

“나쁜 짓을 해도 돈은 벌 수 있지만, 그걸로는 좋은 꽃이 피지 않는단다. 아름다운 꽃을 피울 생각이라면 땀방울이라는 물을, 듬뿍, 줘야 하는 거야!”p142

 

교과서에서 튀어 나온 표현인 것 같은 이 말은 대체 어느 선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젊은이의 퇴폐란?

 

“사회에 있어 진정한 적이란 젊은이의 반항 따위가 아니야. 왜냐하면 반항이란 내일을 만드는 에너지이기 때문이지. 진정한 적이란 말이지, 젊은이의, 퇴폐라고.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무기력함. 우리들 한때의 반항은 결코 사회의 적은 아니었어.”p108

 

나를 감싸고 있는 무기력을 떨쳐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하는 문장이었다.

 

 

긴박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단 책에도 '19금'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가 있다면 슬며시 붙여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