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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많은 것들이 인간이 아닌 기계, 컴퓨터, 로봇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된 지금. 정말 ‘인간적인 인간’, ‘사람다운 사람’ 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주제에 대해서 깊이 고민했던 때는 분업화된 업무 안에서 내가 마치 기계가 된 듯한 인상을 받았을 때이다. 직장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 존재감 등이 느껴지지 않고 기계 속의 하나의 부속품 같은 느낌이 들었을 때. 나 역시 동료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였을 때. 그리고 그 부속품이 교체해야할 시기가 생기면 언제라도 다른 부속품들이 대기중이었고 금세 교체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우리가 사는 사회라는 것을 실감했을 때이다. 이것은 조정래씨의 <우리들의 흔적>에서도 잘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책의 시작은 주인공이 인간이라는 것을 심사위원들에게 확신시키는 과제를 부여받은 내용부터이다. 심사위원들은 지식인이고 전문가들이지만, 상대가 컴퓨터인지 인간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헷갈려 했다.
언어, 대화, 말하는 방식 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이런 소재에 대한 저자의 사색을 엿볼 수 있었다. 마치 철학서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말과 말 사이의 짧게 쉬는 동안, 무슨 소리를 내는 것. 예를 들어 ‘어’나 ‘음’과 같은 말은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이 소리는 단순히 무슨 발작이나 실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곧 말을 할 것이라는 걸 나타내는 표시이기도 하고, 약간 망설이고 있거나 열심히 생각중이라는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화 상대가 컴퓨터라면 이런 소리까지 내지는 않을 것 같다.
실수를 하기도 하고,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아닐지라도 허용되는 것이 바로 인간의 대화이다. 어찌 보면 약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것. 대화, 말, 언어,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점에서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