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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 버리기 연습 - 먹어도 배고픈 사람을 위한 심리보고서
마리아 산체스 지음, 송경은 옮김, 유은정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지치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에 곧장 오기보다는 이유 없이 슈퍼를 들르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는 내면의 갈등이 시작된다. 먹고 싶은 단 음식들, 튀긴 음식들, 느끼한 음식들을 살까 말까 하는 식의 갈등 말이다. 입은 '사라, 사라, 사라' 하는데 머리는 '안돼, 안돼, 안돼. 넌 저녁도 먹었잖아'하며 정지를 지시한다. 그리고는 들었다 놓았다 들었다 놓았다, 어느 때는 사오기도 하고, 어느 때는 그저 침만 삼키고 빈손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런 내 모습이 이 책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는 것 같았다. 저자는 말한다. 음식이 필요한 게 아니라 휴식이 필요한 것이라고.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저자. 독일에서 심리치료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고. 감정적 섭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길래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책까지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이, 우선은 안심부터 된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그리고 국경을 초월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더구나 여성이라면 누구나 비슷하다는 것 또한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날씬해지고자 하는 동경. 끝없는 욕망 말이다.
굶주린 내 영혼
감정적 섭식은 항상 우리 안에 있는 갈망을 은폐한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 먹으려는 충동이 생기는 것은 '우리의 정신이 뭔가에 굶주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체중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자신을 통제하면서도, 자기 내면의 갈망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p75
그렇다. 하나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굶주린 내 영혼이 감정적 섭식이라는 이상스런 징후로 나타난 것이다. 곳곳에 자가진단표가 있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클리닉에 가지 않아도 진단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저자는 내면의 아이를 깨워 내면의 신뢰를 회복하고, 돌보라고 한다. 내면의 상처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스스로는 분명히 알 것이다. 무엇부터 잘못된 것인지. 그리고 마지막 장인 <심리적 허기를 채우는 일곱 가지>가 이 책의 백미라고 꼽고 싶다. 다이어트 중독 또는 감정적 섭식에 빠진 이들이 하나같이 동일한 유형은 아니라는 것. 다양할 수 있겠지만 7가지 유형으로 추려 소개하고, 그에 대한 처방까지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표를 제시하며, 매일매일 체크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내게 다가온 메시지는 결국 나 자신을 잘 이해하고, 사랑하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본인이 그렇거나 소중한 사람 중에 감정적 섭식, 그만 먹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음식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도움을 얻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