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다운 것인가

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70년대의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이 시대와 결코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먹고 살기 위해 도시로, 도시로 향했던 그 시절, 그렇게 좁은 땅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생기는 문제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우리들의 흔적>에서는 미스김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부모를 여읜 미스김은 어느날 조용히 저세상으로 가지만 회사동료들은 하나같이 미스김이 죽은 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저 모범적인 미스김이 예고 없이 하루 결근한 것이 신기하다는 식으로 가볍게 지나칠 뿐이었다.

요새 말하는 '고독사'. 혼자 소리소문 없이 죽고나서는 시체로 발견되는 그 일이 70년대에도 일어났다는 것이다. 왜 죽었을지는 미스테리로 남은 채 말이다. 그것을 지켜보는 동료는 1년 반이나 미스김과 옆자리에 앉아서 일을 했지만 사무적인 관계였을 뿐, 미스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을 깨닫는다. 같은 사무실 어느 누구도 미스김이 혼자 생활하는 것 조차 몰랐던것이다. 동료는 자신 역시 그저 '커다란 기계의 한 개의 부속품인 것을 깨'닫는데, 한때 나 역시 이런 생각에 빠져있었던 적이 있어서인지 무척 공감이 됐다. 미스김의 빈자리는 바로 '미스강'이라는 신선한 얼굴로 채워진다. 직장에서의 이러한 허무한 자리 교체가 독자인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익숙한 현상으로 보여서인지, 씁쓸하면서도 익숙하게 느끼고 있는 나 자신과 이런 생각을 하게 한 현 사회가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외면하는 벽>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13평 아파트에 다닥다닥 붙어사는 사람들. 그 가운데 한 집에 노인이 죽게 되고, 부인인 할머니는 곡을 해댄다. 이웃들은 그 노인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는 그 곡소리가 귀에 거슬려 저지를 요청한다.

급격한 사회변화가 이루어졌던 70년대 현실을 거울을 비추듯 잘 반영하고 있는 소설 8편.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인간다운 것인가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읽어봄직한 소설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