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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메스컴에서 중앙장편문학상 발표가 났을 때 처음 알게 된 이 소설. 책으로 출간되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제목과 대충의 줄거리만 보고도 무척 기대가 되었다. 다행히 내 기대는 적중했고 뒷표지에서 심사위원들이 쓴 말, 이 시대가 문학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의 결정체라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책을 읽어 나가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신 웃음이 나왔고 계속해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졌다. 토익 만점을 받아본 적도 없거니와 그걸 바란 적도 없던 나에게는 왠지 이 책을 읽고 나니, 주인공 '나'와 같은 의지와 집념으로 토익 만점에 한번 시도해볼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만점을 받기 위해 호주로 홀연히 떠나 인질이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요즘 토익 만점은 '나 눈 두 개 달렸소' 하는 것과 같아.
나는 후배에게 그렇게 말하려 했다.
그렇게 말하면 멋있어 보일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눈이 하나이기 때문이다.p268
호주에서 눈을 하나 잃게 되지만 그래도 토익 만점이라는 목표만은 놓칠 수가 없는 '나'. 영어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나라, 한국은 호주에 사는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괴상한 나라이다. 한국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안되느냐는 요코의 질문이 마음아프게 들려왔다.
2년간 요코와 스티브 부부는 서로 말이 없었지만 '한국어'라는 낯선 언어, 매개물이 들어오자 둘은 마음을 열게 된다. 모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도 외국어로는 스스럼없이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나'가 그랬던 것 처럼 외국어로 입을 열려고 할 때, 유창한 모어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말을 만들고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된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재치가 넘치고 냉철하면서도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회를 꼬집은 이 작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