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카페 산책
코사카 아키코 지음, 김순하 옮김 / 아이비라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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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카. 우선 후쿠오카가 낯선 분들을 위해 어떤 지역인지 잠깐 살펴보고 싶다.

 

 

후쿠오카는 일본의 큰 네 개 섬 중 가장 아래 규슈의 북부에 있다.

행정상 후쿠오카현과 후쿠오카시는 다른 개념이다. 후쿠오카현(현은 우리나라로 치면 '도'의 개념)안에 후쿠오카시(후쿠오카 현청소재지)가 있다. 후쿠오카시는 규슈지방의 경제, 행정, 교통, 문화의 중심지이다.

 

이 책에 나온 커피숍은 총 40곳으로, 그 중 후쿠오카시 33곳, 그 외 7곳(목차에서 '교외의 카페'라고 나온다)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비행기로 가는 것보다, 부산에서 후쿠오카 가는 게 시간이 더 짧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부산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이 후쿠오카이다.

인구는 148만여 명 정도로, 한국의 대전이 150만을 넘는다고 하니 그 정도로 예상할 수 있겠다. 

 

 

커피숍과 카페

 

우리나라말로 '커피숍'과 '카페' 2개를 어떻게 구분해서 쓰면 좋을까? 그외에도 비슷한 단어가 더 있다. 커피전문점, 다방 등. 알쏠달쏭하다.

 

일본어로도 '카페(カフェー)'와 '깃사텐(喫茶店)'이라는 두 단어가 있다. 물론 카페라는 말이 깃사텐보다 사용된 역사가 짧긴 한 것 같지만 어떻게 구분해서 사용하는지 참 애매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어서 참 유쾌했다.

 저자가 의미하는 '깃사텐'은 혼자 조용히 자신과 대화할 만한 여백이 있는 자유로운 공간(p3)이라고 한다.

 

무언가를 발산하지도, 동료가 생기지도, 만남을 요구하지도 안고 담담하게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 그런 시간이 허락되는 장소가 내가 생각하는 깃사텐이다. (pp.3-4)

 

후쿠오카의 한 커피숍 주인은 이렇게 말을 한다.

 

"깃사텐은 점차 사라져 갑니다. 폐쇄적이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고 그 안에 개성적인 고객이 있어 일본의 독특한 향기가 만들어지는 곳입니다. 그런 곳은 사람들의 공허함 같은 것을 메워줍니다."p49

 

그렇다. 공허함을 메워주는 곳. 한국에서 커피가 유난히 붐이라는 언론의 소리를 듣고 가만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왜 유독 한국에서 커피가 지금 붐일까? 물론 커피를 소재로 한 드라마의 유행, 노래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 공허함을 메우는 곳, 사람과 소통하고 만나는 장소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이 시대에 많아서가 아닐까 싶었다.

 

이 책에 나온 '깃사텐'의 주인들은 그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배려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 곳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자신에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10년 동안이나 커피숍 주인에게 자택 열쇠를 맡겨둔다(p14)고 한다. 여성고객을 배려해서 커피숍 내부 배경을 회색으로 한 곳도 있다.

 

"배경을 회색으로 하면 여성의 의상이 돋보이게 됩니다."라는 주인의 말대로 실내장식은 지극히 단순하다. 그럼에도 이 카페에서는 어딘지 모를 품격이 느껴진다.p91

 

의상의 색이란 배경에 따라 달라보이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같아도 내 의상을 돋보이게 하는 그 커피숍을 즐겨 찾을 것 같다.

고객보다 좋은 것을 입거나 반지를 끼는 것도 삼가는 커피숍도 있다. 멋을 내고 싶으면 앞치마로 치장을 한다고 한다.(p139) 사소한 것이지만 고객을 배려하고 편안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문을 닫는 커피숍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건재한 그들에게 분명한 이유가 있었구나 싶기도 했다. 

 

 

커피와 관련된 사색

 

'커피바보', '커피의 신'이라고 불리는 모리미쓰씨는 바흐의 음악을 듣고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단품인 커피콩은 멜로디이지만 브랜드는 여러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는 화음의 세계이겠지요. 바흐의 음악이 왜 기분이 좋은지 생각해 보면 그의 음악의 음표 배열에는 뚜렷한 과학적인 뒷받침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커피도 그렇게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바흐가 악보에 음표를 써내려갔듯이, 저는 한 방울 한 방울 커피를 내리면서 제 나름대로 그와 같은 커피 인생을 보냈으면 합니다.  pp.30-31

 

커피에 얼마나 몰입되어 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 다른 커피숍 주인은?

 

"언젠가 온도계에 의지하지 않고 커피콩 소리를 듣게 된다면 커피장인이라고 하겠지요." p159

 

어쩜 이런 생각까지 할 수가 있을까? 이렇게 커피를 좋아하고 몰입되어 있는 그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후쿠오카 카페 산책을 직접 하는 듯한 기분

 

이 책은 한권으로 후쿠오카시내와 시외의 40곳의 커피숍을 둘러볼 수 있고 그 주인들의 철학,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떻게 40곳이나 되는 커피숍을 각각 다른 시각과 관점으로 한결같이 따스하게 바라보고 서술할 수 있는지 저자의 그러한 풍부한 표현력에 감탄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진이 많아서 직접 가서 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이 전해져서 좋다. 다양한 실내디자인, 자연친화적인 실외디자인, 세련된 컵, 커피와 관련된 도구 등 가능한 사진을 많이 담고 있어서, 직접 인터뷰에 동참하여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이다.

 

 

후쿠오카에 갈 일이 생기면 꼭 이책을 한켠에 넣어 가지고 가서, 몇군데 순회를 하고 싶다.

 

책을 읽고 저녁에 동네 주변을 산책하고 오는 길에 동네 커피숍이 눈에 들어왔다.

저 커피숍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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