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중학교 혁신학교 도전기 - 우리는 대화한다. 고로 우리는 점프한다. 맘에드림 혁신학교 이야기 4
김삼진 외 지음 / 맘에드림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학교가 변하고 있다. 이제 10년, 20년 후엔 '학교'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이미지가 세대별로 크게 차이가 날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 학교, 덕양중학교를 나온 아이들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학교', '학교 선생님'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혁신 학교'라는 명칭은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나도 낯설다. 오히려 존중과 배려, 공존하고 상생하는 학교라는 이런 명칭이 어떨까? '혁신'이라는 말 자체가 기업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많이 쓰이는 용례로 먼저 이미지화가 되다 보니, 그 뒤에 '학교'가 붙은 이 글자, 왠지 인간미가 없고 차갑고 엄격하고 아이들을 혹사시킬 것 같은 느낌, 내 아이를 거기 보내도 돼? 하는 우려가 들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 놀라운 반전이다. 이 학교도 시작은 그저 조용하고 작은 학교에 지나지 않았다. 전교 6학급이 전부이다. 아이들은 어른들 눈치 보느라 자유롭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나가는 것 조차 교장선생님 눈치를 보느라 자제하였던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점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진 학교를 변화시키기를 갈망하는 선생님들의 바람이 커졌다. 그리고 뭉쳤다. 그들의 바람은 추상적인 것에서 구체적인 것으로 실현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만 있었던 것은 아닐테다. 교사들은 아이들처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조심스러웠겠지만, 행복한 학교, 즐거운 학교를 교사들이라고 왜 원하지 않았겠는가.

 

교장공모제를 통해 권위가 아닌 친근함과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는 교장선생님이 오시게 된다.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과학 선생님은  ‘과학마술교사연구회’에 가입해서 지루한 과학수업에 마술을 섞는다. '와~' 하는 탄성과 함께 과학수업 중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사실 아이들은 모두 다 다르다. 그리고 아이들은 매년 다르다. 같은 아이들은 없다. 따라서 학습도 그에 따라 변화하고 그때그때 적용할 수 있도록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완판 선생님은 생각했다. p65

 

맞는 말이지만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신을 갈고 닦는 게 결코 쉽지 않다. 혼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 학교는 같은 꿈을 가진 교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며 좋은 학교,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것이 절실히 느껴졌다.

 

완판 선생님은 아이들이 수업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기초학력의 부족보다는 수업을 왜 해야 하는지,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지에 대한 목표와 희망의 부재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p78

 

이렇게 고민하고 변화를 갈망하는 교사들이 지금 이 시대에 많이 있다. 희망이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보면 정말 반갑기 그지 없다. 그저 글자로, 지면으로 만났더라도 이토록 반갑고 기쁘다.

 

이 학교에서 배울 점은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결코 혼자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급수가 모두 6학급 밖에 안되는 작한 규모의 학교이고, 교사수는 적지만 과도한 행정업무는 여전히 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결재라인을 줄이는 기발한 발상을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업내용을 따라하기 힘들어 하는 아이가 있으면 또래 친구가 가르쳐 주는 튜터링 제도를 도입한다. 지역 대학교와 MOU를 체결하여 대학생들이 아이들을 매주 일정 시간 만나서 지도해주고 대학생 본인은 봉사경험을 쌓는다. 수업종을 없애고, 배움의 공동체 모형을 참고하여 수업에 활용하기 위해 그 모형의 본고장인 일본에 연수를 가서 직접 현장을 경험하고 온다. 아이들을 얽어매는 규정,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를 묻고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정책을 결정한다. 지방자치가 아닌 학생자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서는 ‘만남’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활동, 곧 대화가 교사 일의 중심이 된다고 한다. 적절한 소통의 부재를 절실히 실감하는 요즘, 학급에서도 수업현장에서도 학교에서도 '대화'의 역할과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학생들 스스로가 존재감을 느끼고, 교사 역시 학교 밖에서가 아닌 학교 안에서 자신의 꿈을 발견하는 학교. 그리고 어떤 문제든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협력하는 문화.

 

강제와 억압, 통제 등 인간을 얽어매고 소외시키는 학교를 없애라고 했던 탈학교론자들도 이런 학교의 출현에는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덕양중학교와 같은 아름다운 기적과 연합이 전국 곳곳에서 많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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