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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들여다보다 - 동아시아 2500년, 매혹적인 꽃 탐방
기태완 지음 / 푸른지식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라일락은 수수꽃다리. 에델바이스는 갯솜다리라는 우리말 꽃이름이 있었다는 것을 들어보았는가? 나는 처음 들었다.
나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꽃을 보면 눈이 돌아가는 사람인데, 나보다 더한 사람이 있었다. 꽃을 보러 30년 동안 매년 남녘으로 꽃 탐방을 다녔다는 저자. 놀랍다. 그리고 우리 꽃, 나무와 한시의 만남. 이건 뭐 오징어와 마요네즈, 죠리퐁과 우유, 식빵과 딸기쨈의 환상적인 만남은 저리가라이다. 날이 따뜻해지면 나도 꽃 탐방을 떠나고 싶어졌다. 얼마나 분위기 있는가? 캬~

라일락, 에델바이스에 익숙한 우리. 하지만 우리말 꽃이름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니 놀랍다. 그것도 설명 없이 들으면 무슨 대교인가 착각할 수 있는 '다리'로 끝나는 이름들이다. 기억하자. 수수꽃다리. 갯솜다리. 흐흐
퇴계선생은 매화와 문답하는 시를 많이 지었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매화야말로 진정한 지우였다니, 나도 꽃 하나를 정해야겠다. 수국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책에서 석류꽃을 처음 봤다. 벽오동 꽃, 귤나무 꽃. 차나무 꽃도 처음 봤다. 접시꽃은 대중가요에서 이름만 들었는데 사진으로 처음 접했다. 정말 접시가 연상되는 모양으로 생겼다.
무궁화 이야기에서 놀라운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일제 강점기동안 일제가 전국의 무궁화를 베어서 불태워버린 사실. 처음 듣는 일이었다. 그리고 부스럼을 일으키니, 눈병을 나게 하니 하는 헛소문을 퍼트려서 무궁화를 없애려고 했다니 집요하고 치밀하다. 이렇게 꽃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진기한 꽃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한 일본인 승려 요시다 겐코의 글을 인용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대체로 무엇이든 진기하고 흔하지 않은 것들을 애지중지하며 즐기는 것은 교양이 없고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이 하는 행동이다. 그러한 것들은 아예 소유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p85




선조들은 꽃과 자연을 보고 그 아름다움을 인생에 빗대기도 하고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며, 많은 시를 읊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운치 있다. 지금 이 시대에도 꽃이야기가 들어간 노래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삶의 여유가 생기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문득 노래 하나가 떠오른다. ‘당신에게서 꽃 내음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