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원의 청춘합창 - 내 인생 최고의 지휘자는 하나님
윤학원 지음 / 두란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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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청춘합창단의 지휘자 멘토로 유명하신 윤학원씨의 인생은 우리나라 근대사가 그대로 담겨져있는 것 같았다. 황해도에서 초등학생으로 지내던 어느 날, 아버님께서 기도 중에 이사를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인천으로 옮기고 1년 후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그리고 피난 과정. 10남매를 이끌고 피난을 다녀야 했던 저자의 부모님은 정말 얼마나 힘드셨을까.

 

 

 

전쟁 후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 허름한 학교지만 기독교 학교라는 것에 반한 아버지의 권유로 중학교에 진학한다. 당시 인천에서 다니던 교회는 으슥한 골목 안에 있었는데 교회를 오가는 길에 깡패를 만나서 죽도록 얻어맞자 아버님은 권투를 배우라고 하신다. 그렇게 권투를 배운 것이 이후 지휘를 하는데 큰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재미나기도 하면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모님은 아들이 음악으로 밥 먹기 살기 힘들다고 공고에 보내지만, 음악에 대한 아들의 열정을 끝내 꺾지 못하자 든든한 지원자로 바뀌셨다. 연세대에 들어가라는 주위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정말 성실하게 연습해서 연세대 작곡과로 진학하는 저자. 부모님 뿐 아니라 주위에 여러 좋은 조언자들, 도와주는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나타나서는 저자의 인생을 아름답게 빛내주는 것 같았다. 남 앞에 서는 게 부끄러웠던 소년이 처음에는 노래를 잘한다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칭찬에 자신감을 얻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밴드부에서 섹소폰을, 대학에서는 작곡을 전공하지만 지휘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저자. 여러 가지 도전해봐야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이런 저자 역시 시련을 겪기도 했다. 연세대 음악학과를 졸업하면 어디든 취직이 잘 될 것 같은데, 음악교사 자리에 원서를 넣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보기 좋게 떨어진다. 남의 아픔이 위로가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렇게 막막한 상황 가운데 교사로 채용이 되자 정말 열정적으로 임하게 된다. 어렵게 얻은 것일수록 소중하게 생각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교사 월급의 반밖에 안되는 극동방송 PD로 이직하는 저자. 갈등의 기로에서 봉급이 문제가 아니라 발전할 수 있으면 방송국으로 가라고 격려해주는 아내의 한마디 역시 대단해 보였다. 당시 극동방송에 재직하던 시절을 회상하는 저자의 말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당시 나는 마치 세상의 모든 음악이 내게 흘러 들어오는 것 같았고 세상의 모든 음악이 내게 흡수되는 것 같았다. 내 인생에서 음악 공부를 가장 많이 한 시기였는데, 이것이 훗날 내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당시로서는 전혀 짐작하지 못한 일이었다.p56

 

 

당장 수입이 없든 적든,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꿈을 향해 열심히 도전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잘하고 있는 것이고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지휘 50년 인생을 살면서 겪은 희노애락이 잘 담겨져 있었다. 살짝이라도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말고 읽기를 권하고 싶다.

 

다음 구절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죽음의 스케줄 없이는 천상의 하모니도 없다 p127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열정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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