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너머의 삶 - 베네딕트 앤더슨 자서전
베네딕트 앤더슨 지음, 손영미 옮김 / 연암서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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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으로 볼 때, ... 나는 삶에 대해 국제적이고 상대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사춘기 이전에 나는 이미 윈난성...,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독립된 아일랜드, 영국에서 생활했고, 아일랜드인 아버지, 영국인 어머니, 베트남 유모 밑에서 자랐다. 가족의 (비밀) 언어는 프랑스어였고, 라틴어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졌고, 우리 부모님 서재에는 중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미국, 독일작가들의 책이 꽂혀 있었다. - P53

이 이미지가 담고 있는 교훈은 이 개구리가 편협하고, 촌스럽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고, 별 이유도 없이 자만심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 개구리와 달리 나는 어디 정착할 정도로 같은 곳에 오래 있어 본 적이 없다. - P53

내가 성인이 된 후 일어난 변화가 여러 면서 좋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는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 직전에 공부를 마쳤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일반화되기 직전에 학교를 마친 덕분에 나는 새로운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그걸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입장에 설 수 있었다. - P57

내가 코넬에서 겪은 일들을 토대로 미국 내 동남아 프로그램의 심각한 문제점을 두 가지 거론하고 싶다. ...... 둘째, 1960년대에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개설했지만 그들 상당수가 고용한 젊은 교수들은 코넬 출신이었다. 그렇다면 코넬이 지닌 문제들이 나중에 생긴 다른 프로그램들에도 그대로 존재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 P81

이런 이유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내게 사회적 천국으로 느껴졌다. 거기서는 아무런 자의식 없이 장관, 버스 운전사, 군 장교, 웨이트리스, 학교 교사, 여장남자 매춘부, 하급 불량배, 정치가 등 거의 모든 사람과 즐겁게 얘기할 수 있었다. 점점 부상하는 엘리트층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솔직하고 흥미로운 면담 집단이라는 사실도 금세 깨달았다. - P110

‘어쩔 수 없이‘ 샘에 갔던 것처럼, 나는 ‘어쩔 수 없이‘ 상대주의적인 사고를 하게 되었다. 샴에서 보는 모든 것이 인도네시아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 P137

그즈음 현장 연구의 근본적인 특징을 깨달았는데, 그것은 바로 ‘연구 주제‘에만 매달리는 건 무익하다는 사실이었다. 연구자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눈과 귀를 단련하고,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장 연구의 장점이다. 낯선 곳에 있으면 모든 감각이 평상시보다 훨씬 더 예민해지고, 비교에 대한 욕심도 더 커진다. 현장 연구가 귀국한 후에도 그처럼 유용한 것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관찰력과 비교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늘 비교하고, 인류학자로서의 거리를 유지한다면 우리 자신의 문화 역시 다른 나라 못지않게 아주 특이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P144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내가 어떤 일반적인 의미에서도 더 이론적으로 사고하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일종의 인도네시아...의 민족주의자로 변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인을 무시하고, 수카르노를 진지하게 보지 않고 공산주의에 무조건 반대하는 무례한 미국 관료들을 만나면 짜증이 났고, 유명한 일화지만 화가 난 수카르노가 "당신들 원조 안 받을 거야!"라고 반미 발언을 했을 때는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 P160

이 논문에 대해 말하고 싶은 요점 두 가지 중 첫째는, 내가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비교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오래 전부터 동양학자들이 즐겨 해 온 동양과 서양의 비교에 있어 나는 ... 서양인이나 다른 어느 민족 못지않게 ‘합리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 P166

둘이 같이 가르친 과목 중 정말 좋았던 것은 그때도 여전히 수하르토의 수용소에 갇혀 있던 인도네시아의 문호 프라무디아 아난타 투르...의 소설을 다룬 세미나였다. 뛰어난 학생들과 함께 소설을 꼼꼼히 읽는 건 내게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짐 덕분에 나는 인도네시아 소설뿐 아니라 그리스 로마 문학과 서구문학에 대한 기존의 지식을 활용해 정치학에 있어 ‘상상력‘과 ‘현실‘의 관계를 분석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게 되었다. - P171

마지막 표적은 바로 민족주의를 진보주의, 마르크시즘, 사회주의, 보수주의 같은 수많은 ‘-이즘‘, 즉 순전히 어떤 개념들의 체계 또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강력한 전통이었다. 이런 시각으로는 민족주의가 지닌 엄청난 감정적 힘,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게 만드는 그 능력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 P176

그러다 보니,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대학원생들은 본인이 고등학교나 학부 때 쓰던 글보다 훨씬 안 좋은 문체를 구사하게 되고, 대개는 은퇴할 때까지 그런 문체로 글을 쓴다. - P214

그렇지만 아무 일도 안 하고 가게에서 기다리기 하면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다. 운은 흔히 예기치 못한 기회의 모습을 하고 찾아오기 때문에, 그런 때는 용감하게든 무모하게든 운이 달아나기 전에 얼른 붙잡아야 한다. 학자가 정말 생산적인 삶을 살려면 반드시 이런 모험심이 있어야 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 "바람을 기다리고 있어...."라고 대답한다. - P241

그래도 어느 정도의 일체감을 나누고 싶어서 나는 스탈린 정권 초기에 스스로 목숨을 끓은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의 아름다운 시 첫 연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든 학생이 그 시를 따라 읊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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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공간 아나스타시아 3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한병석 옮김 / 한글샘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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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요 주장 중 하나인 교육 문제가 아들의 등장과 함께 두드러지고(앞은 정글북, 뒤는 서머힐), 다른 하나는 아나스타시아가 사이비 예언자나 잡귀 들린 자와 다른 점을 어필하는 것. 천국을 만들겠다고 숲으로 들어오지 말고 당신이 사는 그 비루한 현실에서 청소하고 대접하라는 말에 극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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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공간 아나스타시아 3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한병석 옮김 / 한글샘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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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어떤 물질적인 혜택도 그 애한텐 필요없어. 그 애는 처음부터 모두를 갖고 태어나. 당신은 그 애한테 아무 의미 없는 딸랑이든 뭐든 사주고 싶겠지. 그건 그 애한테 아무런 소용이 없어. 그건 당신의 자기만족 때문에 필요한 거야. - P16

옛 할머니는 여자가 갓난아기에 젖을 먹이며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그 능력을 보유한 태초 이후 마지막 여인이었어요. 만년 전에 산 사람들의 지식, 그것은 문명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거의 완전히 망각되었지요. 나의 할머니는 전혀 늙지 않았음에도 시원의 지식을 보존하기 위해 고인돌로 죽으러 들어가셨어요. 사람들에게 깨달음이 다시 돌아오고, 사람들이 그것을 필요로 할 때, 이 지식을 젖먹이는 여인에게 전하기 위해서지요. 그러면 이 사람들이 서로서로 도와 모든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고인돌 안에서의 죽음을 통해 할머니는 여자들에게 꼭 필요한 진리를 더 많이 터득했어요. - P54

나도 안다. 그 꿈은 세상의 모든 사람,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 하지만 네가 지상의 사랑을 얻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게야. 딸아, 너는 별이 되고 있는 게야. 별은 보고 즐거워할 수 있지. 별은 별로서 사랑할 수 있는 거야. 여자를 사랑하는 것과는 다르지. - P63

...... 여자한테서 태아가 툭 하고 떨어져 나와서 쑥쑥 자랐어요. 갓난아기는 두 발로 일어서서 위태위태 첫 걸음을 내딛고, 두 발을 비틀거리다 엉덩방아를 철퍼덕 찧었어요. 그 아이가 넘어진 통증이 내게 전달되었어요. 섬뜩하게도 난 깨닫고 말았죠. 그 아이가 나의 새 몸이며 또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자기와 주변의 모든 것을 구역질 나게 더럽히는 역겨운 무뇌의 몸 속에서 또 다시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 P81

이건 내 거 아니에요. 엄마가 오시면 주려고 준비하는 선물이에요. 예쁜 손수건도, 긴 목걸이도 선물할 거예요.
......
완전히 무기력하고 불쌍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고대하던 존재에서 완전히 벗어나 아뉴타는 활기 있고 자신 있는 사람으로 변한 거예요. - P113

아침이 오고 새 날이 밝았을 뿐인데 다시 새로 태어난 느낌이다. 매일 아침마다 이렇다면 한 평생을 살면 수천 년을 산 듯하겠는걸. 매번 오늘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이렇게 좋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 P140

저 아이가 당신에게 흥미를 느낀다면 당신한테 기어올 거야. 그 애를 먼저 다가가 안지는 마. 몸은 작지만 그 애는 이미 사람이야. 의미 없는 어유유유 소리를 그 애는 이해하지 못해. 게다가 동의 없이 그 애를 안아 든다면 그건 강압이지. 그 애 의지를 무시하고 들어올리면 그 애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동기가 좋더라도 의지를 무시한다면 당신에 대해 불쾌한 인상을 남길 거야. - P146

모든 신생아들에게는 창조주 덕에 그런 능력이 있어. 사랑의 공간에 소재하고 위대한 근본이 무너지지 않았을 때 그래. - P162

누군가에게 자기의 위대함을 얘기하거나 자만심을 부추기려 하면, 예를 들어, 난 위대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중 너만을 선택했다, 넌 나의 제자가 되어라, 너도 모든 사람들 위에 호령하리라. 이런 얘기를 하면 보통 그런 것은 덜 떨어진, 모자라는, 마음이 없는 것들이야. 이들은 육...을 받지 못했어.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밀어내고 남의 육을 얻으려는 거야. 이들은 사람의 이성, 자만심,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에 작용하지. - P220

숲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큰 의미가 없어. 오히려 황폐한 버려진 땅에 자기 손으로 채소를 가꾼 다츠니키들. 이들을 알아줘. 붙의 풀 한 포기 한 포기가 다 그들을 사랑하고, 우주의 따스함을 선사하려 애쓰지. 번잡함과 칙칙한 어둠 속에서 선한 마음을 구현하며 낙원을 스스로 지은 사람들, 이들에게 진실된 감정이 깃들어. - P225

진실한 분 모두에게 답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가 타이가로 부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여기서 무슨 일을 하려고요? 무엇을 보탤 수 있나요? 좋은 의향이시라면, 지금 여러분 사시는 그곳에서 이루세요. 당신 곁에 사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비추세요. - P226

어느 누구도 사람의 의지 위에 있을 수 없어. 불행이든 행복이든, 사람은 스스로 자기의 운명을 결정짓는 거야. 깨달음의 정도가 각자의 길을 선택하지.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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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내는 잣나무 아나스타시아 2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한병석 옮김 / 한글샘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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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앵두도 그렇고 이 잣나무도 그렇고, 나무(더 정확히는 목신)에 대한 나의 경외심을 다시 건드림. 이래서 난 화분도 함부로 못 키우겠더라... 제도로서의 다챠는 한계가 많지만, 지구를 살리는 대안으로서의 다챠는 고려해볼만. 단어의 형상을 세우는 힘은 순수한 자로부터 나온다는 것도 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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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스타시아 아나스타시아 1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한병석 옮김 / 한글샘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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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것보다 책이 허술하기는 하지만 꽤 흥미로움. 사실 세계 곳곳에 다 이런 토착샤먼들이 있었고(원래 그들은 DNA 세습제임) 지금도 있어야 맞지만 가혹한 식민지배&뒤따르는 현대화로 진짜 샤먼이 멸종된 지역도 많음. 시베리아 타이거 정도면 20세기 중반 이 정도 강력한 샤먼이 있고도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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