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17년 5월 첫째주

장소: 시안


벌써 엄청 오래전 일이 된 시안여행. 당장 생각나는 것만 5분 안에 일필휘지하고 끝낼 것. 


  • 회사원 신분인지라 자영업하는 친구와 여행을 하려니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음. 5월 초가 황금연휴라 다들 휴가 받겠다고 하는 통에 휴가 기간 확정하는 데 사무실 내에서 좀 신경전이 있었음, 에휴. 결국 친구와 가고 오는 비행기를 따로 타고 다녔더니 갔다 와서도 같이 갔다 온 것인지 뭔가 가물가물한 느낌. 
  • 가기 전에 시안 관련 자료를 마구 찾아 보았으나 의외로 책도 거의 없고 (론리플래닛 샨씨 영문은 여행 다녀와서야 구하게 됨) 블로그 정보도 많진 않았음. 당나라 문화에 관한 책 <장안의 봄> 읽고 시안으로 출발. 
  • 시안은 샨씨성 수도, 인구는 800만 정도. 시내로 들어가는 데 보니 시 외곽은 한창 건설붐. 한국 아파트가 잿빛이니 뭐니 하지만 중국 아파트 잿빛에 비하랴.
  • 가는 내내 풍경이 뭔가 전체적으로 누런 느낌. 그 이유는 다음 날 알게 됨--바로 황사!! 북경 살 때도 그런 황사는 경험 못했는데 정말 해가 말갛게 떠있는데도 햇빛이 결코 땅바닥에 닿지 못하게 만드는 초강력 황사를 시안 도착한 둘째날에 생애 최초 경험! 몸이 적응이 안 되어서 눈에서는 무슨 노인네처럼 계속 눈물 나고, 입안은 계속 마르고,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함.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관찰했는데 마스크 쓰고 의연하게 생활하심.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시안에서도 그 정도 황사는 드물다고 하여 가슴을 쓸어 내림. 그 다음날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서 카톡 왔는데 한국에 초강력 황사가 왔다고. 그래서 '그 황사 어제 여기를 거쳐 갔다'고 답해 줬음. 마지막 날에는 비가 왔는데 그 비구름도 다음 날 한국으로 가서 한국도 흐리고 비 왔음.  
  • 시안이 분명 방언 쓸 텐데 정보가 없어서 살짝 걱정했음. 그러나 택시 안에서 걱정 클리어. 기사님 발음이 너무 깨끗해서 물어보니 샨씨 방언은 표준어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함. 겪어 보니 정말 그러했음. 북경-상해로부터 엄청 내륙인데 말씨가 너무 깔끔하여 신기하고 또 좋았음. 
  • 시 외곽은 건설중이지만 시안 시내의 사대문 안은 상당히 깨끗하고 발전되었음. 핵심지역은 그냥 강남 느낌. 남쪽으로 지금 한창 개발 중인 신지구가 있었는데(시안 사대문 바로 밖에) 가보니 정원/녹지 많이 들어간 분당 느낌.
  • 머무는 내내 감탄한 것은 시안이 정말로 관리가 잘 되는 도시라는 점!! (시안 시장은 누구?) 저녁에 간 회족거리에는 그렇게 사람이 많은 데도 쓰레기도 별로 없었음. 꽁안(이 머무는 장소는 모던하고 자그마한 버스 안. 꽁안이 주는 위압감 줄이려고 특별 디자인한 것으로 보임)이 상시로 돌아다니며 쓰레기 줍고, 구걸하는 인사들 단속함. 심지어 하수구 뚜껑을 열고 그 안에 떨어져 있는 소소한 쓰레기들을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내는 꽁안도 보았음. 물론 이는 우리가 회족거리-쫑로우-구로우 트라이앵글 안에 있는, 우리로 치면 그야말로 광화문 광장 같은 핵 노른자위에 숙소 잡고 머물렀기 때문에 보게 된 풍경일수도 있지만.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안시의 전체적 관리 상태는 5점 만점에 4점 정도. 
  • 내가 또 하나 감탄한 것은 자전거 시스템. 첫날 택시 타고 들어갈 때부터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할까, 정확히 짚어낼 수 없었음. 다음날 바로 그 이상함의 근원이 드러났음. 중국에 가면 전형적인 풍경이 수십에서 수백대의 자전거가 딴왜이 앞에 줄지어 있는 것. 색깔 제각각이고 낡기까지 한 수백대 자전거가 한 데 서 있으면 뭔가 거대한 고물상 느낌이 남(그러다 날 궂어서 강풍 불면 그 수백대 자전거가 도미노처럼 쓰러짐. 처음에 그 소리 듣게 되면 깜짝 놀람). 그런데 시안에는 그런 풍경이 없었어! 왜냐하면 시안시는 지금 서울시에서 부분적으로 도입한 딸랑이(?) 아니면 따르릉(?) 시스템과 같은 공용 자전거 시스템(전자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임)을 이미 도입했기 때문. 산뜻한 연두색과 주황색 자전거들을 시민들이 자기 행선지에 맞춰 공용으로 사용하고 시내 곳곳에 있는 자전거 보관소에 세워둠. 혹시 누가 길가 아무데나 세워 놓고 가버리면 어디선가 꽁안이 나타나서 회수해서 제 자리에 정리해 둠. 서울에서 딸랑이는 극소수의 전유물(젊고 시크한 도시 직장인 몇몇 정도)인데, 시안은 전 시민이 시안 딸랑이를 이용 중. 흐뭇함.
  • 당나라의 꽃인 모란이 시안 시 가로화 기능을 하고 있음. 어디 가나 모란꽃이 먼지 살짝 뒤집어 쓰고 서 있음. 
  • 먼 서쪽으로 사막이 있는 도시라서도 그렇고 황사 때문에도 그렇고 물이 어디에 있나 계속 찾았음. 이 많은 인구와 저 많은 모란 꽃 키워내는 물은 어디서 오나? 물어보니 헤이쟝(흑강)에서 온다는데 지도 상으로 흑강은 별로 크지 않음. 한강처럼 눈에 보이는 물줄기가 있어야 마음을 놓겠는데, 물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
  • 깔끔한 인테리어의 기본인 여러 색 쓰지 않기를 시안은 오래 전부터 인식하고 실시해 온 듯. 명대 성곽 등 주요 관광처 주위의 건물들은 벽과 지붕을 모두 중국식 짙은 회색 벽돌로 통일하여 관광객의 눈을 흐뭇하게 해 줌. 사람들이 서안에 왜 오는지를 알고 있는 거지.
  • 화청지-병마용은 반일 투어로 다녀왔는데 가이드님에게 물어보니 서안은 과기대와 교통대가 유명. 서부대개발 프로젝트 중에서도 서안은 하이테크 쪽으로 가는 모양.
  • 여행의 또 다른 목적인 음식 이야기를 하자면: 시안은 면의 도시, 면의 근원지. 그런데 내 입에 면은 그냥 그러했엄. 워낙 찰져서 밀가루 먹는다는 느낌은 안 나지만 사실 중국 면은 다 기본으로 쫄깃하므로 시안의 면이 특별하지는 않았음. 내가 좋았던 것은 시안 어딜 가나 나오는 시안 특유의 간장 소스. 단순 간장은 아니고 간장 베이스에 식초 등도 섞고 또 특별히 깨 같은 것도 넣어서 먹으면 간도 맞고 씹는 맛이 아주 좋음! 면에도 뿌려 먹고 탕에도 뿌려 먹고 만두에도 뿌려 먹고. 이 소스의 이름을 알아 왔어야 했는데! 그리워서 레시피를 바이뚜에서 몇 번 찾았지만 찾지 못하였음.
  • 아침마다 가장 사랑하는 요우타오와 또우장을 꼬박꼬박 먹었고, 덕발장 만두도 너무 맛있어서 친구랑도 가고 나중에 친구가 돌아간 뒤에도 또 혼자 가서 먹었음. 1층은 중국 서민용, 2층은 귀빈이나 단체, 혹은 관광객(외국인)용인 듯한데 실용적으로 1층에서 중국분들과 섞여서 행복하게 먹었음, 남들 뭐 먹나 구경도 하며. 실내 인테리어가 사극에 나오는 커잔 느낌.^^ 1인분에 만두가 무려 28개가 나옴. 진짜 배부름. 중국 만두는 만두피가 두꺼운데도 너무 맛있어!!
  • 관광한 곳은 명대성곽, 회족거리, 화청지(장안가 공연 포함), 병마용, 진시황릉, 섬서역사박물관, 문서거리, 비림박물관 등등. 전반적으로 다 좋았음. 몇 가지 흠을 잡자면 진시황릉은 그냥 공원. 문서거리는 예쁜 수묵담채화를 기대하고 갔는데 정말 볼 거 없음. 오히려 문서거리 앞뒤에서 편한 옷(일부는 난링고) 입고 마작하는 아저씨들을 재미나게 구경하고 왔음. 시안이 그렇게 큰 도시인데도 대로변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면 여전히 시골틱하고 정스러운 오래된 커뮤니티 느낌이 남. 비림박물관은 비석의 무덤. 비석들이 그 안에 생매장 당해 있는 느낌. 좋았던 것은 회족거리(좋았으나 오래는 못 있었음. 사람 많은 데서 오래 못 있음)와 그 주변의 넓은 광장--이 광장은 광장으로서의 역할 제대로 하고 있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여유 있고 행복해 보였어. 명대성곽 산책도 진짜 좋았고 화청지와 장안가 공연도 참 좋았고(중국의 여러 야외 대형 공연이 그러하듯 이 공연도 주연배우 두셋만 빼면 모두 현지 주민이나 학생들을 무대에 서게 함. 이는 아주 좋은 제도라고 생각함) 섬서역사박물관도 내용은 훌륭하였음. 
  • 나는 원래 화산 갈 생각 없어서 안 갔고, 친구는 가고 싶어 했는데 시안항공에서 일방적으로 귀국 비행기 시간을 앞당기는 바람에 못 갔음. 다음에 꼭 다녀오길 바래, 친구~.
  • 중간에 내 사랑 중국역사극 디비디 사려고 대형서점(쫑로우 바로 근처)에 들리니 과연 국산 디비디 코너가 한쪽 벽을 다 차지하고 있었음. 뭘 살까 고르는데 서점 직원 아주머니가 와서 말을 검. 이러이러한 걸 원한다고 말을 꺼냈다가 서로 쿵짝이 맞아서 둘이서 한참 떠들었음. 알고 보니 이 아주머니와 내가 드라마 취향이 딱 맞음. 용정황띠 같은 정통정치역사물 제일 좋아하고(다음에 볼 역사물로 따친띠구오를 권해주셨음! 엄청 대작인데다 감동적이라고 함. 진나라의 시작-전개-멸망(셋다 합치면 120부 넘음)을 각각의 시리즈물로 만들었음) 조가대원 같은 정통문화물도 좋아하며, 소년포청천 이래로 계속 대박 터지고 있는 젊은 인기 배우들 데리고 나오는 퓨전 사극(앞의 두 장르와는 다르게 백프로 지어낸 이야기에 무협, 코미디, 멜로가 다 섞여 있음) 중에서도 무척 아끼는 작품들이 일치 하였음! 취미가 맞는 사람을 간만에 만나니 마음이 넘나 유쾌한 지고!    
  • 마음으로는 회사에 별 일만 없으면(늘 별 일이 생기지만) 1년에 한번씩은 시간 내서 중국 들어갔다 오고 싶은데, 그 비자 받는 게 귀찮고 아까움. 중국비자 면제를 위해 누군가 힘써 주시면 정말 고맙겠음! 시안 단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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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속패전론 - 전후 일본의 핵심
시라이 사토시 지음, 정선태 옮김 / 이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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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처럼 새롭게 등장한 일본 내셔널리즘에는 커다란 모순이 있습니다. 왜냐면 ‘대일본제국‘을 진심으로 ‘긍정‘한다면, 미국과 벌인 전쟁에서 대일본제국이 패배한 사실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궁극적으로 일본은 미국과 다시 전쟁을 치러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일본의 자칭 내셔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이런 일을 상상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현실적으로 전쟁을 벌일 국가 전략이 없어서가 아니라 미국의 우산 아래서 일본 내셔널리즘을 주장하는, 즉 외국의 비호를 받으며 내셔널리즘의 욕망을 채우는 일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대미 종속 체제가 어느새 자명해진 데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미군 점령기부터 정치 경제 문화 등 국민 생활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영역에서 미국의 영향을 받으며 오랫동안 형성됐으므로 간단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8)

다만, 미국 덕분에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내셔널리스트 자신이 보기에도 기이한 일본의 내셔널리즘 구조가 초래한 결과는 뻔합니다. 그것은 바로 대미 관계로 좌절된 내셔널리즘의 스트레스를 아시아를 향해 분출하는 행동입니다. 즉 그들은 아시아에서 온힘을 다해 패전을 부정합니다. 다시 말해서 대미 관계에서의 패배는 뼛속까지 새기면서도 같은 동전의 뒷면인 아시아에서의 패배는 부인하는 것입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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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죽음, 죽음 이후의 삶
줄리아 아산테 지음, 주순애 옮김 / 이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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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독특하고 관점 훌륭하며 개인적으로 큰 위안을 얻음. 사자와의 접촉이 유별난 일이 아님은 알고 있었음. 이 책의 새로운 점은 영매 경험에 기반, 사자와의 소통의 기제와 이점 알리고 이를 방해하는 죽음에 대한 불필요/무근거 선입견 떨쳐낼 것을 주장하는 점. 유령/지방령에 대한 설명도 명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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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재테크 - 삶을 바꾸는 작은 돈의 기적
장순욱 지음 / 더난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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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몇 천 원, 몇 만 원 아꼈다고 부자들의 재산이 더 늘어났겠는가? 재산이 수천억 원이 넘는 사람에게 양복 한 벌 값이 대수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소비습관을 통해 생활 속에서 검소함의 힘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부지런히 일하고 아껴 쓰는 사람만이 현대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돈을 벌고 또 그 돈을 지킬 수 있음을 그들은 알기 때문이다. (41)

푼돈을 아낄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내 푼돈을 아끼기 위해 다른 사람 혹은 사회적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푼돈 절약이 아닌 단순한 낭비다.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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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산다 - 산뜻하게, 꼭 필요한 것만 두고 행복해지는 법
요코타 마유코 지음, 노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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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무대가 바뀔 때마다 역할을 상징하는 가방을 의식적으로 바꿔 들어보자. 가방을 바꿀 때마다 마음도 역할에 맞춰 새로워지고, 각각의 시간을 초조해하지 않으면서 소중히 즐길 수 있다.
다채로운 인생을 위해 각각의 무대에 필요한 가방을 준비하자. (96)

내 고객들은 괜찮은 미용사를 만나는 것은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과 같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 과감히 투자하면 반드시 보답받는다. 믿음이 가는 미용사를 잘 골라 머리를 맡긴다면 첫인상이 아름다워져 자신감도 향상될 것이다. (130)

이런 후광은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일수록 더욱 추구해야 한다. 삶이 아름다운 사람이어야 그에 어울리는 옷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정말 가치 있는 옷은 그저 돈을 낸다고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결과로, 그때까지 쌓아 올린 숭고한 시간까지 몸에 걸치기 때문이다. 이것이 노후를 맞은 여성들이 지닌 멋의 정수다.

영혼을 성장시키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아해진다.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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