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시선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박재삼 지음, 이상숙 엮음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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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우아하게 애절함. 뒤로 가도 생활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춘향이 맘> 때부터 닦아나간 자기 세계를 조금씩 더 깊게 하고 있음. <울음강>에서도 그렇지만, 다난한 인간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인자하고 나른한 자연 앞에서 불현듯 스치는 서러운 예감(미완의 삶)의 순간을 캐치하는 데 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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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알고 있다 -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
조너선 밸컴 지음, 양병찬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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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적은 물고기에게 사상 유례가 없었던 발언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8)

"태도만큼 나를 바꾼 건 없다. 그건[그것이] 나의 모든 것을 바꿨다." (11)

우리가 물고기에 대해 더 많이 배울수록, 물고기와의 동질성을 파악하는 능력은 증가할 것이다. 또한 이들의 존재를 우리의 존재와 연결시키는 능력도 증가할 것이다. 무릇 공간의 핵심은 상대방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의 핵심은 상대의 감각계를 평가하는 데 있다. (34)

‘물고기들이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착시를 경험하며, 종종 먹잇감의 시각적 속임수에 넘어가기도 한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는 물고기의 마음이 형성하는 지각세계, 즉 환경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각세계는 팩트가 아니라 지각과 믿음에 기초한 세계이며, 물고기들은 상대방의 지각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할 수 있다. (55)

수많은 증거들이 축적됨에 따라, ‘통증에 관한 한, 물고기를 다른 육상척추동물들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라는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116)

쿡은 나중에 그 물고기를 대학 당국이 소유한 커다란 연못에 놓아 주었다고 한다(그 연못은 낚시가 금지된 곳이었다). (195)

하지만 정작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었다. 고다르가 이웃사촌들의 노랫소리를 녹음하여 한 점유자에게 들려준 결과, 새는 이웃 수컷들의 노랫소리가 특정한 장소에서 들려오는 경우에만 잠자코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다르가 스피커를 옮겨 똑같은 노랫소리를 반대편에서 들려줬더니, 점유자는 갑자기 기겁을 했다고 한다. 뭐가 잘못됐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 당신이 어느 날 직장에서 귀가하여 현관문을 여는데, 이웃 남자의 음성이 거실 쪽이 아니라 침실 쪽에서 들려온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197)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 물고기 간의 공생관계는 자연계에서 가장 잘 연구된 복잡한 사회시스템 중 하나다. 물고기 공생 분야의 권위자인 레두안 비샤리에 따르면 한 마리의 청소놀래기가 100마리 이상의 다양한 고객들을 구별하며, 이들과 마지막으로 상호작용한 날짜도 기억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청소부와 고객의 공생시스템은 신뢰에 기반한 장기적 관계, 범죄와 처벌, 까다로움, 관중 의식, 평판, 아첨을 포함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이러한 사회적 역동성은 물고기 사회가 우리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의식 수준과 정교함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220)

양식 물고기는 근육뿐만 아니라 뇌도 제대로 발육하지 못하므로, 야생 물고기에 비해 생존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지능도 떨어진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야생 물고기들은 먹잇감을 인식하고 다루며, 사냥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하지만 양식 물고기들처럼 좁은 공간에서 단조롭고 무미건조하게 생활하면 뇌의 발육과 기능이 저하된다. 부화장에서 기른 치어들을 바다에 놔눴다가 다시 잡아보면 이들 물고기의 위는 텅 비어 있거나 무생물(떠다니는 쓰레기나 돌멩이)로 가득 차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물고기들이 부화장에서 먹던 먹이는 동그란 알갱이여서, 외관상 돌멩이와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297)

해양동물을 개죽음으로 모는 것은 또 있다. 구글에서 상어 피닝...을 검색해보라. 상어 피닝이란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와 꼬리만 잘라낸 다음 몸통을 바다에 던져버리는 행위를 말한다. 이렇게 얻은 상어의 지느러미와 꼬리는 샥스핀 수프에 사용되는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최고급 요리로 각광받고 있다. ......따라서 속도와 효율을 위해 어부들은 상어의 지느러미만 잽싸게 도려낸 후, 아직 살아있는 상어를 바다에 내던진다. 지느러미와 꼬리가 없는 상어는 헤엄을 칠 수 없기 때문에 목숨만 붙어 있을 뿐 통나무나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상어들은 심연으로 가라앉으며, 출혈과 질식, 그리고 수압 등 온갖 고통을 겪으며 서서히 사망하게 된다. (305)

"만약 하나의 동물이 지각력을 갖고 있다면, 마땅히 도덕적 고려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는 ‘물고기가 고통을 느낀다‘는 증거에 기초해, 물고기에게 선처를 베풀어야 마땅한다고 판결한다."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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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한승태 노동에세이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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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국산 르뽀 작품! 저자에게 기대가 크다. 다만 책은 닭고기 장이 끝나자 가만히 덮었다. 책 탓이 아니라 내 탓, 계속 가기에는 나의 멘탈이 취약해서. 함께 일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도 재미와 의미 모두 풍부하다. 계급성에 대한 통찰+계급을 관통하는 인간성 유형에 대한 깊은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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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한승태 노동에세이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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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이 닭들에 대해서 책으로 읽었다면, 누군가에게서 전해 들었다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바로 내 눈앞에 있었고 너무나도 역겨워 보였기 때문에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것 말고는 다른 태도를 취할 수가 없었다. 케이지란 도구는 갇힌 쪽이나 가둔 쪽 모두에게서 최악의 자질을 이끌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19)

아저씨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고용주나 직원이나 마찬가지였다. 휴식 시간도 상관없이 일하고 퇴근 시간도 없다시피 일하고 일주일에 하루쯤 쉴 만한데 놀면 뭐하냐며 일했다. 그리고 ... 일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보상을 받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그리 대단할 것 없는 풍유가 다른 누군가의 덕택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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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마라 나의 일상 나이의 힘 5
미나미 가즈코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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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맞이하는 소감과 전략을 소박한 언어로 써낸, 드문 여성 노년 에세이. 일독의 가치 있음. 그러나... 노년이 다만 이런 것이라면 쉽게도 공존 가능하련만, 현실의 노년은 이것보다 훨씬 골치 아플 확률 백프로. 건강 말고는 딱히 고민이 없는 이 우아한 노부인의 계급성을 고려하고 읽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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