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의 과학 - 자연과 인간 사회의 아주 사소한 움직임에서 미래의 거대한 변화를 예측하다
마틴 셰퍼 지음, 사회급변현상연구소 옮김 / 궁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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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문은 결국 변화학. 사람의 몸 마음 풍습 제도 정치체는 왜/어떻게 변하는가? 2. 변화학은 결국 예측을 위하여 미래 향해 쓰여진다. 이런 전제 아래 범영역에서 응용가능한 변화학의 초석을 놓으려 한 배짱 좋은 저서. 인문사회영역을 포괄하려는 시도는 성공 못했지만 기백이 좋아 4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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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히의 유언
데이비드 케일리.이반 일리히 지음, 이한.서범석 옮김, 박홍규 감수 / 이파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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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의 만남도 인연이라 때로 우연과 오해가 만남을 주선하지요. 서점에서 산책을 하는데르네상스의 자유인이라는 부제를 단 책 하나가 눈에 딱 들어오지 뭡니까? 지금 보니르네상스적 자유인인데, 그 때는르네상스의 자유인으로 보였고 그래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르네상스라는 말만 많이 들었지 그 시대 인물의 육성을 들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거든요.

 

   읽어보니 르네상스이든이든 소탈하고 멋진 자유인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사실 책의 제목과 부제 모두 적절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맨 뒤에 붙어 있는 감수자의 글은 상당히 불필요해 보입니다.) 대신 이반 일리히라는 무시무시한 20세기 인간(2002년 사망) 하나와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아주 가끔,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끝까지정말 끝까지 밀고 나가면서, 그 과정에서 얻은 답을 자신의 삶에 고스란히 적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과 이렇게 우직한 대결을 벌이는 사람들은 무엇으로도 매수할 수가 없지요. 이 사람이 그랬습니다.

 

   이반 일리히가 얼마나대단한사람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10개 국어에 유창했고, 교회 역사 및 중세-근대 사회에 관한 일급 연구자로서 현대성 반성에 평생 매달렸으며, 카톨릭교회의 권력화을 비판하다가 결국 사제직을 떠났고, 종신교수 제안을 물리치고 평생 떠돌면서배움의 네트워크에 머물렀고, 병원에 가는 대신 아편을 씹으며 얼굴의 혹(암종)으로 인한 고통을 감내했다는 등의 사실을 읊으며 이 사람을 또 한 명의기인이나위인또는 ‘스타’로 추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일리히가 일생을 붙잡고 있었던 질문—‘예수의 강생은 왜 필요했으며 어떻게 가능하였고 무엇을 의미하는가보다 더 멀리 제 관심사로부터 떨어져 있는 주제도 아마 드물 겁니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저는, 일리히라는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그 목소리를 직접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생생했고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고통과 죽음, 그리고 우정을 통한 배움이라는, 늘 제 머리 속을 맴도는 두 가지 주제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그러했습니다.

 

   우선 일리히는 말의 일반적인 의미에서자유인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분명 특별한자유인이었습니다. 새로운 자유를 추구하고 그것을 타협 없이 실천하며 살았다는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서양사회에서 강력한 상징성을 가진 에피소드선한 사마리아인을 볼까요? 한 사마리아인이 길을 가다가 다친 사람을 발견하고 그를 도왔습니다. 먼저 지나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그 다친 이를 도울 이유가 제일 희박한 사람이었는데도 사마리아인은 그리했습니다. 일리히는 이 지점에서 역사상 새로운 자유, 새로운 윤리의 경계가 제시된다고 봅니다. 제 가족, 부족, 민족 안에서 사랑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호의에 대한 보상이 약속된 익숙한 범위를 뛰어 넘어 벗을 택하고 환대할 자유이지요.

 

   자유의 개념이 쇄신되면서 죄의 개념 역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 죄란 이 고귀한 자유를 외면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초기 기독교 300년 간 기독교인들은 이 자유를 즐겁게 누렸습니다. 그러나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고 그 사회조직이 다시 현대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학교 병원 교회 군대, 통틀어 국가라는 비인격 시스템에 이 자유를 양도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세련되게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그 자유를 다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서 되살려내야 합니다. 왜냐하면우리는 모두 죽으니까요. 일리히는 문 밖에 서 있는 이를 벗으로 삼아 집 안으로 맞이하는 것이야말로 죽음 앞에 선 우리를 가장 인간다운 존재, 언젠가 그랬었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할 존재, 즉 자연(自然)으로 되돌려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필귀정을 막는 자들이 시스템을 등에 업은 현대의선지자들이라고 일리히는 주장합니다. 하나님이 직접 이 땅에 내려온 마당에(일단 그렇다 칩시다) 이제는 어떠한 선지자도 필요치 않습니다. 그 하나님이 우리에게 서로 친구가 되라고 했는데도, 현대의 종교인 정치인 각종 전문가들을 우리가 서로에게서 배우며 서로를 돌보는 것을 싫어합니다. 전문가 권력은 고통은 병원에게, 돌봄은 종교에게, 배움은 학교에게 맡기라고 말합니다. 신이 사람이 되어 죽음으로써 우리에게 알리고자 한 단 가지인 저 확장하는 자유를 거부하라고 합니다. 

 

   아니저 오래된, 서구 현대성 및 국민국가 비판의 한 자락을 펼치자는 게 아닙니다. 원한다면 그 비판의 계보 몇 가지를 가져와 일리히와 논쟁을 벌이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그의 사상은 분명 완전하지 않으며 신앙으로 인한 제한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사람과는 따뜻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이 사람이 (더군다나 끝까지 그 신앙을 견지하면서) 성경을 그것이 탄생하고 읽혀온 역사 속에서 다시 읽고 연구하고 생각하기를 반복하면서, 그 과정에서 점차 명료해지는 최고의 가치를 따라 사는 데 핑계도 태만도 없었다는 것을 알고, 저는 참으로 놀랐고 가슴이 숙연해졌습니다.

 

   고통과 죽음이 오랫동안 그의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힘들었겠지요. 그러나 그는 이 둘을 감추거나 포장하거나 지연시키기를 거부하였습니다. 도리어 이들 덕분에 인생은 가장 가치 있는 방법으로 살 용기가 생긴다고 보았지요. 그래서 모든 보장된 길을 마다하고 전문가들과 싸우고 친구들과 대화하며 살다가 죽었습니다. 우정은 삶의 악세서리가 아니라 삶 자체였습니다. 그는 경계 밖에서부터 벗을 맞이하는 동시에 자신의 내일을 미지의 벗에게 의탁하였습니다(그는 삶의 신비와 기적을 믿었답니다!). 서로 벗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애썼습니다. 그리고 그 우정과 배움의 공간에는 꼭 촛불을 켜두었습니다. 밖을 지나던 누군가가 그 불빛을 보고 다가와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그리하여 그를 맞이하고 우리가 함께 나누던 것을 더 넓게 나눔으로써 자유의 환희를 느낄 수 있도록.

 

 

“늘 덕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던 사람, 그래서 올바르게 사는 것이 제2의 천성이 된 사람은 죽음에 대한 지식을 자신의 행동에 통합하여 살아간다.” (268)

 

“지난 몇 년 동안 나와 함께 연회를 같이 한 사람은 눈치챘겠지만 우리 모임 식탁에는 항상 초가 놓여 있다. … 다른 말로 하면, 우리 친구들의 대화는 문을 두드릴 다른 누군가가 틀림없이 있으리라는 점을 전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촛불은 바로 그 문을 두드릴 누군가를 위해 놓아둔 것이다. 촛불은 그 공동체가 결코 닫혀 있지 않다는 점을 계속 상기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인 셈이다.”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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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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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큼 재미있다(기대보다 재미있지는 않다). 풋내기 시절 친구와 여행했던 유럽을 수십년 만에 다시 혼자서 돌아본다는 설정. 그 두 개 시간 사이에서 풍부한 지혜와 감정이 솟아난다. 우리가 일본에 대해 갖게 되는 복잡한 심경을, 미국인인 그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대해 느끼는 것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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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신의 기원 - 언어, 국가, 대의제, 그리고 통화 이매진 컨텍스트 42
가라타니 고진 지음, 송태욱 옮김 / 이매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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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는 문체, 빠른 속도, 더없이 탄탄한 논리. 전혀 `문학적`이지 않은 문학 읽기의 전범. 문학이 저기 있기에 문학을 읽는 것이 아니라, 지금-여기에서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문학을 읽고 금쪽같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어소이세이션 운동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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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거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8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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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이런 수준이라니! 계급으로 구획된 사회의 종단면과 시대에서 시대로 이어지는 역사의 횡단면을 천연덕스럽게 이야기 속에 배치하는 솜씨가 뜨거운 물에 각설탕이 녹는 듯 하다. 독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존엄한 삶(사회)에 대한 갈망과 세대/계급을 뛰어 넘는 고귀한 우정이 가장 귀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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