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넥스트 차이나...‘라 여겨지는 베트남에 대해 다방면에서 조명한 참고서 같은 책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26
사람이 나이 들수록 젊은 사람들의 손길이나 생각이 필요할 수밖에 없듯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국가가 고령화될수록 주변에 젊은 국가들이 있어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도 15년 앞서 고령화를 맞이한 일본은 당시 성장에 박차를 가하던 젊은 국가 한국과 대만이 있었기에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성장이 가능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 P41
또 하나 특징은 중앙의 산간지역을 제외하고는 인구가 5개 지역에 비교적 골고루 분포해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도시집중 및 농촌 공동화 현상을 떠올리면 부러워지는 부분이다. 베트남 정부는 각 지역의 인구 균형이 앞으로도 유지되기를 희망하며 정책을 펼치고 있다. - P56
인구국이 가족계획을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할까? 우리는 흔히 인구정책이라 하면 가족계획을 떠올린다. 그것 말고 어떤 인구정책이 있을지 말해보라면 다들 멈칫한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인구정책이라곤 가족계획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P61
우리나라는 1996년까지 가족계획을 실시했다. 1983년에 이미 합계출산율이 2명으로 떨어졌는데도 안이하게 정책을 이어가다 1996년에 1.57명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중단한 것이다. 그다음에는 우리나라 정부가 인구와 관련해서 무엇을 했을까? 안타깝지만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가족계획을 하지 않더라도 인구는 계속 변동하기 때문에 정부의 누군가는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인구‘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정부조직을 다 없앴다. 왜냐하면, 가족계획이 끝났으니까. 그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인구문제다. 10년 가까이 손 놓고 있다가 출산율이 1.08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2005년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었다. - P62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중요한 것은 출산율 자체보다는 실제로 태어나는 출생아 규모다. 설령 출산율이 크게 떨어진다 해도 전체 출생아 수만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국가의 인구구조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가임기 여성의 규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한 해 출생아가 140만 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럼으로써 인구구조가 우리나라처럼 피라미드형에서 다이아몬드형으로 바뀌는 것을 막고, 안정적인 종형 구조로 만들려는 것이다. - P66
인구오너스를 걱정하는 우리로서는 인구배당을 기대하는 베트남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손 놓고 부러워하지만 할 수는 없다. 베트남의 밝은 미래가 더 밝아지도록 우리의 역량을 투자해 미래에 돌아올 그들의 인구배당을 나눠 가질 생각을 해보자. 그러려먼 앞으로 베트남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어떤 변수를 고려해야 할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 - P72
200만~300만 명대 농촌지역이 베트남 곳곳에 있고, 정부도 농촌의 지역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며 농촌의 인구규모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농림부‘의 힘이 컸던 적이 없지만, 베트남은 농림부의 위상이 매우 높다. 장관은 한 명이지만 차관이 5명이나 돼, 분야별 정책을 추진하고 이슈에 대응하는 역량도 뛰어난 편이다. 그뿐 아니라 지역마다 농업대학을 설립해 운영하는데, 교육과정은 교육부가 관장하지만 학교 관리는 농림부가 직접 한다. - P101
이러한 세대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베트남 사람들은 이럴 것‘이라는 선입견을 그대로 투영하면 안 된다. - P116
이것이 현재 중국과 베트남의 결정적인 차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중국에는 세계적인 대학도 많고, 해외 유학도 활발하다. 그 좋은 대학을 나온 인재들이 외국 기업에서 일을 배운 다음 고국에 돌아와 자국 기업에 취직하거나 직접 회사를 차렸다. ...... ...... 그런데 베트남 유학생의 상당수는 학위를 마치고 베트남으로 돌아오지 않으려 한다. 아직까지 베트남 대학들이 이들 인재를 품을 만한 수준이 못 되기 때문이다. - P125
그런 점에서 안타까운 면이 있다. 베트남에 파견된 우리나라 기업 주재우너들은 예외 없이 하노이나 호치민 같은 대도시의 특정 지역에 몰려 한다. 그러다 보니 베트남 현지인들과의 교류가 적고 아이들도 대부분 국제학교로 전학시킨다. 국제학교를 나와서 한국이든 미국이든 다른 나라로 진학한다면 모르겠지만, 베트남 사회에서 속된 말로 ‘먹어주는‘ 학교는 국제학교가 아니라 이런 전통의 명문학교인데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심지어 이들 학교에서 영어도 잘 가르치는데 말이다. - P127
베트남에서 소셜리제이션이라는 단어는 ‘민간과의 협력 강화‘, 혹은 ‘민간자원의 활용‘을 뜻한다. 반드시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회화‘와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사뭇 놀랐다. - P133
내가 "이게 가능한 일이냐, 국가가 이렇게 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이게 소셜리제이션이라고 했다. 아직은 국가가 양질의 사회보장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니, 그 대신 좋은 기업을 찾아서 저렴하게 공급해주겠다는 것이다. - P135
베트남에 적용하거나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비단 교육뿐이겠는가. ...... 결론적으로 말해 베트남 기업이 언제 우리 기업의 경쟁자가 될 것인지를 물었던 질문에는 답이 없다. 질문이 틀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베트남 기업이 더 성장해야 미래의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진출했을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자.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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