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을 알면 지역이 보인다 - 우리 동네 곳간을 지키는 예산감시운동 희망제작소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총서 19
오관영 지음 / 이매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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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국가는 내돈을>보다 더 적극적으로 한국의 미시 현실에 뿌리 밖고 있고 자연스레 정치성도 뚜렸하다(이 치우침, 정치성 덕분에 더 합리적이 됨). 참여예산제가 실시되는 지역은 어딘지, 성과와 어려움은 뭔지, 납세자소송제도는 어까지 왔는지 알았다. 일반인의 쉬운 참여방법 알려주면 더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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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아 쿠피 - 폭력의 역사를 뚫고 스스로 태양이 된 여인
파지아 쿠피 지음, 나선숙 옮김 / 애플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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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찬이 열릴 때마다 아버지는 모든 게 완벽하길 기대했다. 쌀은 보슬보슬 낟알이 다 떨어져야 했다. 요리가 기대에 부응하면 아버지는 자신이 아내를 잘 골랐다고 만족하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만약 낟알이 몇 개라도 붙어 있으면 그의 낯빛은 어두워졌다. 손님들에게 점잖게 실례를 구하고 부엌으로 들어와 말 한마디 없이 어머니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들고 있던 국자를 빼앗아 그녀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러면 어머니는 이미 전에 맞은 매질로 인해 흉터투성이인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가끔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일어나 피가 더 나지 않게 뜨거운 재를 머리에 문지르고, 다시 부엌일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하인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다음에 나갈 쌀알들이 완벽히 떨어지게 하는 데 집중할 뿐이었다. (25)

하지만 막내만은 데려오지 못했다. 엔나야트의 어머니가 갓난아기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어머니에게 평생 후회로 남았다. 며칠 뒤 열병에 걸린 아이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제 엄마의 위로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갔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아기는 몇 시간 동안 목이 터져가 울어댔으며 얼굴에 온통 파리들이 뒤덮여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남편은 애 엄마에게 아이를 안아주지도 못하게 했다. 아기는 외롭게 숨을 거뒀다. 끔찍한 죽음이었다. 엔나야트는 그 일을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았으며, 자신의 첫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 애 이름을 사피울라라고 지었다. (61)

그해 여름이 겨울로 접어들면서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아프간에 흥미를 잃기 시작한 듯했다. 소련이 패해 자기 나라로 돌아갔으니 더는 아프간에 신경 쓸 일이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이웃나라 파키스탄과 이런의 경우는 자신들의 국경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다양한 무자헤딘 지휘관들이 그들의 대리인이 되어 중간지역에서 기를 쓰고 싸워댔다. 하지만 무자헤딘이 권력을 위해 싸우며 묵은 원한을 풀고 이웃 나라들과 타협하는 동안 아프간의 또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세력이 자라나고 있었다. 남부지역의 종교학교 마드라싸에서 탈레반이라는 이름으로 자라나는 움직임이 그것이었으며, 이 움직임이 훗날 아프간뿐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들게 된다. (123)

이즈음 랍바니 정부가 처음으로 효율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내전이 종식되고 무자헤딘 정부는 마침내 평화롭게 권력을 공유하며 나라를 제대로 운영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너무 늦어버렸다. 절망적인 국민들을 달래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다. 평화가 찾아왔지만 아프간의 평화는 나비의 일생처럼 순식간에 지나버릴 수 있는 허약한 것이었다. 아프간 국민들은 이미 새로운 영웅을 바라고 있었다. 그 시점에 탈레반이 상승기류에 올라 있었다. (137)

많은 아프간 남자들이 민족적 연관성이나 문화 때문에, 혹은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단지 경제적인 필요 때문에 탈레반과 제휴했다. 이 점은 오늘날이나 그때나 마찬가지다. 일자리 하나 없는 마을에서 탈레반이 임금을 지급한다면 가난한 자들이 뭘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칸다하르나 헬만드 같은 남부 도시들에서는 보다 강경한 이슬람 노선을 추구한다. 이것이 내가 믿는 바와는 반대되지만, 아프간에는 여러 문화와 언어와 민족 집단들이 뒤섞여 있게 때문에 다른 견해를 존중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나라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30가지가 넘는다. 난 그 다양성이 우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적어도 평화로운 시기에는 그렇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면 그런 민족적 분열은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이 되고 분별없는 학살의 주된 요인이 된다. (210)

성질 급한 버스기사가 지름길을 택하려 할 때 가장 끔찍한 장면들이 펄쳐진다. 슬프게도 그는 그 폭발에서 제일 먼저 죽는 사람이 된다. 흔히 바퀴들과 차량 앞면 전체가 뜯거져 나간다. 폭발로 인한 불길이 점점 커지는 동안 겁에 질려 벌벌 떠는 생존자들은 잔인한 선택에 당면한다. 활활 타오르는 망가진 버스에서 죽음을 맞이하거나 깨진 창문으로 뛰어내려 지뢰밭에서 운을 시험해보거나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이다. 사실 선택은 하나뿐이지만 생사를 건 도박에서 모두가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251)

주민들이 개인적으로 찾아와 이런저런 문제들을 상의하기 시작했다. 난 내가 이 조사팀을 조직한 게 아니라 그저 약간의 도움을 주는 역할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조사와 전혀 관계 없는 급료나 토지분쟁 같은 문제들을 들고 찾아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내게 물어불 뿐이었다. 조금은 불편하고 당황스러운 기분이었지만 내 안에 목적의식과 투지가 점점 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속감도 느꼈다. 내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과 내 어머니의 개인적 가치관, 내 품에 안긴 아기, 이 모든 것이 내가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되고 싶다`는 게 올바른 표현인지 모르겠다. 난 정치인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그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 (281)

하지만 하머드 자신은 감정적으로 큰 고통에 빠져 있었다. 나와 결혼하기 위해 수년을 기다렸고 드디어 오빠들을 설득해 결혼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후에는 서서히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하루는 그가 내 손을 잡고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너무나 오랫동안 맛보고 싶었던 음식과 같다고. 하지만 마침내 음식이 앞에 차려졌을 때 먹을 도구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숟가락도 포크도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쳐다보는 것뿐이라고 했다. (284)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은 아마 자신이 이틀 뒤로 계획하고 있는 그 악명 높은 테러공격 이후에 분명 미국이 자신을 죽이거나 생포하기 위해 마수드에게 협조를 요청하리라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미리 마수드를 제거하기로 마음먹었을 것이다. 빈 라덴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흐마드 샤 마수드일테니 빈 라덴 입장에서는 제대로 판단을 내린 셈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북부동맹과 알카에다 사이에 전투가 시작됐지만 북부동맹은 위대한 사령관을 잃어버린 채 싸움에 나서야 했다.
우리에게 마수드가 죽은 날은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죽은 날과도 같은 핵폭탄급 충격이었다. 그 시대에 살았던 미국인들은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똑똑히 기억한다고 말한다. 우리 아프간 인들도 마찬가지다. 세 살배기 어린아이여던 샤하자드조차 마수드가 사망한 날을 기억하고 있다. (290)

그는 내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었다. 자유가 신으로부터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인간이 수고하여 얻어내야 하는 것임을 가르쳐준 분이었다. 그가 살해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프간의 희망이 모두 사라진 느낌이었다.
불과 48시간이 지난 후에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마수드의 경고는 끔찍한 현실로 나타났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버지니아이 미국방부 건물 펜타곤이 공격당했다. ......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세계는 이 가엾은 사람들을 구하기에 너무 늦어버렸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소위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해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더 많은 죄 없는 생명들이 사라져갔다. (291)

미국 논평가들 중에는 미국이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아프간에 민주주의를 강요하고 있으며 그런 봉건적인 나라에 민주절차를 시행해봤자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그런 의견에 강하게 반대한다. 미국이 아프간 민주주의를 지원하긴 했지만 우리에게 강요하진 않았다. 아프간은 수세기 동안 민주적인 전통들을 지니고 있었다. 아르밥(지역 지도자) 선출이나 로야 지르가(지역 의회)를 통해 장로들이 지역 문제를 투표하는 과정에서 그런 전통을 엿볼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는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일 뿐이다. 그리고 문맹자와 가난한 이들을 포함해서 내가 만난 모든 이들이 변화를 위해 투표할 수 있는지 이 기회를 허비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안전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기회가 주어지기만 한다면 어느 누가 제 손으로 지도자를 뽑고 싶지 않겠는가? (316)

우리 모두 일어서고 국가가 연주됐다. 새로 선출된 동료의원들의 얼굴에서 아프간 전체를 엿볼 수 있었다. 커다란 터번과 긴 코트 차림의 남자들, 말쑥한 양복과 넥타이 차림의 지식인들, 젊은 사람, 나이 든 사람, 여자, 여러 다른 민족 집단의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이미지였다. 관점과 문화적 믿음과 경험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는 것. 수많은 참상과 눈물을 목격한 후에 그런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었고, 그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더욱 아름다웠다. (332)

또한 나는 이 나라를 심하게 망가뜨린 민족 분열의 문화가 언젠가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일궈낸 진정한 이슬람 가치관이 거짓되고 잘못된 해석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프간 사람들은 세계 테러리즘의 주요 희생양임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아프간을 단순히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로 여기고 있다. 유능한 대변인과 적극적인 외교활동으로 이러한 시선을 바꿔나갈 수 있어야 한다. (351)

의도는 좋더라도 유엔과 국제사회가 내린 결정의 일부는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2002년 제네바 회의에서 미국은 새로 구성된 아프간 군을 훈련시키기로 했다. 독일은 경찰을 책임지고, 이탈리아는 사법부, 영국은 마약단속, 일본은 불법단체 무력화라는 책임을 맡았다. 소위 이 다섯 기둥 접근방식에는 안정과 안보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지만, 항구적 자유 작전이 시작된 지 거의 10년이 지났는데도 아프간은 여전히 안정과 거리가 먼 상태다.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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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 누구나 알아야 할 재정 이야기
김태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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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은 차분한 중립감. 차분하게 예 들고 논지 전개하고, 이쪽저쪽 이야기 다 들려주고, 좀비스러운 주장도 반복 말란 뜻에서 정리해주고, 뒤쪽에서는 할 말도 좀 하고. 단점은 지루함과 Nothing New. 시민예산운동도 좋지만 지역 국회의원 잘 뽑고 잦은 항의전화로 애정 표시하는 게 우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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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싸얼 왕 세계신화총서 12
아라이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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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말떼와 편안하고 아름다운 가마를 든 사절단은 그를 스쳐 언덕으로 내달렸다. 탕둥제부는 말떼가 일으키는 먼지와 말에 올라탄 용사들의 날카로운 외침에 묻혀버렸다. 먼지가 모두 흩어졌을 때는 말떼가 이미 먼 곳으로 달려간 뒤였다. 탕둥제부는 또다시 노래를 불렀고, 그제야 성채 회의실에서 모든 일을 끝마친 노총관의 주의를 끌 수 있었다.
...... 상사는 성채를 등지고 떠나려고 했다.
노총관은 뒤를 쫓아가는 대신 오래된 찬사를 읊었다. ......
상사는 다시 몸을 돌려 성체의 장엄한 대문 앞에 선 노총관을 마주보며 껄껄 웃었다. "인연이 이미 이루어졌도다! 인연이 이미 이루어졌도다!" (60)

노인은 꾸러미를 등에 지고 육현금을 품에 안고 말했다.
"보게나. 이 이야기에 또 새로운 가지가 생겨나려는 모양이네. 젊은이, 내가 길에서 얼어 죽거나 굶어 죽지 않으면, 돌아와 자네 이야기를 들을걸세." 이 말을 마치고 늙은 이야기꾼은 곧 길을 떠났다. 희미한 달빛 아래 그의 그림자가 보일 듯 말 듯할 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이시여, 왜 도무지 이야기를 끝내지 않으시고, 우리처럼 운명이 비천한 사람들을 사방으로 떠돌게 하십니까?" (135)

또렷한 흰빛의 눈꽃 같은 것들이 하늘 높은 곳에서 흩날리며 내렸다. 진메이는 어떤 목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가 말했다. "이야기, 그 방향은 이미 정해졌노라. 하지만 이제 차이가 있으리라."
"왜죠?"
한바탕 웃음소리가 광풍처럼 그 눈꽃들을 뒤흔들고 빙글빙글 맴돌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게 보는 법이지." (137)

진메이는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늘이 이미 거싸얼의 영웅 이야기를 인간세상에 묻어두고, 후대 사람들이 끊임없이 발견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것은 숨어 있는 불경, 즉 복장이라 불린다. 어떤 복장은 종이에 쓰여 땅 아래 묻힌 채 인연이 있는 사람이 캐주기를 기다리지만, 더 많은 복장들은 누군가의 마음에 감추어졌기 때문에 심장 또는 식장이라 불린다. 그것은 인연이 닿는 때에 그 사람의 의식 속에서 흘러나와 점차 드러나기 시작해 세상에 새롭게 전해지는 것이다. (190)

결국 마지막으로 있던 장면조차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자신에게 가르침을 전했던 그 활불의 말을 떠올렸다. "바깥을 보려 하지 말고, 그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시오. 이야기가 나오는 곳이 있을 것이니, 그것이 샘이라고 상상하면, 샘물이 끊임없이 솟아날 것이오."
진메이는 모든 의식을 집중해 내면의 어둠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갯속을 걷는 여행자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처럼 눈앞은 흐릿하고 또 흐릿하기만 했다. (388)

노인이 웃었다. "난 자네라는 중컨이 좋아졌네. 자네는 자신이 들려준 이야기에 의문을 품을 줄 아는군. 뭐든지 아는 척하지 않고 말이야,"
"어르신도 그저 대장장이 같지는 않으십니다." (395)

차오퉁에게 지친 국왕이 말했다. "이야기는 모든 사람의 입과 머릿속에 있는 것이오. 아구둔바 그 사람은 이야기를 전하는 모든 사람의 입과 머릿속에 살고 있는 셈인데, 이런 사람을 어찌 잡을 수 있겠소. 더이상 시간 낭비 하지 마시오."
차오퉁은 지주, 귀족, 승려 등을 공경하지 않는 아구둔바를 잡아들임으로써 국왕과 좀더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혜로운 아구둔바는 이야기라는 그럴싸한 은신처를 찾아내어, 스스로 두 다리를 움직일 필요도 없이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누구도 그를 어쩌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차오퉁은 하릴없이 포기하고 자신의 영지로 돌아갔다. (481)

"저는 이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왕께서 아직 하지 않은 일까지도 모두 이야기했지요. 링 국에서 하늘세계로 돌아간 부분까지요."
거싸얼이 진메이의 팔뚝을 잡았다. "내게 말해주게. 하늘로 돌아가기 전에 내가 또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가? 자라 왕자가 새 국왕이 되는가?"
"저는 말할 수 없습니다." (490)

자라는 타고 있던 말과 함께 하늘로 들어올려졌다. 아들이 아버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는 것을, 아버지가 아들의 투구 위에 달린 붉은 술을 어루만지는 모습을 모든 사람들이 보았다. 자차셰가는 아들의 귓가에 세 가지 말을 남겼다.
첫째는 "신바마이루찌는 링 국의 영웅책에 들어갈 것이다"였고,
둘째는 "내 아우 거싸얼 왕이 링 국을 강성하게 이끌어준 것에 감사한다!"였으며
마지막은 "내 아들이 올곧은 영웅이라 하늘에 있는 내 영혼에 위로가 되는구나!"였다.
그러고 나서 자차셰가의 모습은 다시 서서히 사라졌다. (548)

거싸얼이 말했다. "그대가 죽음을 앞두고 이처럼 선한 말을 한 것을 기억하겠다. 그대의 죄는 지옥에서 벌을 받아 마땅하나 그만두기로 하지. 그대의 영혼이 청정한 부처의 나라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겠다. 가라!"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손바닥 한가운데서 한줄기 강한 빛이 뻗어나가더니 위쩌둔바의 육신을 맞혀 쓰러뜨렸다. 위쩌둔바의 육신에서 빠져나온 영혼은 열반에 들어 시름도 즐거움도 없고, 욕망도 잡념도 없는 정토로 갔다. (638)

마지막이 진메이는 거싸얼 앞에 섰다. ... 조각상을 앞에 두고 진메이는 마음이 심란해져 외마디소리를 내질렀다.
"대왕이여!"

이때 마침 거싸얼은 장가페이부를 타고 왕성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있었다. 그는 마치 이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거싸얼은 말 잔등 위에서 몸을 곧게 폈다. 이때 더욱더 진실하고 간절한 소리가 들려왔다. "내 운명, 내 왕이여!"
거싸얼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그 사람의 목소리라는 걸 알아챘다. 그리하여 온 정신을 기울여 소리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몸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 거싸얼은 진메이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당신은 줄곧 이야기의 마지막 결말을 알고자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이 그때입니다."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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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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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어찌 잘못되면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믿기가 가능하다는 수도-의학을 기둥 삼아 어렵사리 쌓아올린 이야기. 딱 봐도 범인은 ***이니 그 결론으로 이끄는 길이 흥미진진해야 추리소설로 어깨 펼 수 있는 것인데, 그 기둥이 내겐 억지스러움. 추리소설로서보단 홍콩인 눈에 비친 홍콩 봐서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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