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박애: 국가 통치 아래보다 개인으로 생존했던 역사가 더 길어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함. 종교적 의식이 사람들 인식에 박혀 있어서 내가 안 도와주면 상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책임감도 있음. 요즘 조건 없이 난민을 받아주는 몇 안 되는 나라들임. (23) ...... 합리주의: 일을 시작하기 전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먼저 생각하여 반드시 지킴. 독일 문화의 영향으로 안 되면 반드시 안 되는 일이고, 되는 일에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 책임감. (24)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것은 예의나 격식을 존중하며 기회를 주되 단 한 번이라는 의식이다. ...... ...... 단 한 번이라는 의식은 교육이나 협상에 잘 나타난다. 기회, 자비, 용서, 선택 등은 한 번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사 중 아이에게 쿠키를 권하는 것은 한 번이다.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이미 기회는 없다. 협상 카드는 한 번 이용할 수 있다. 이런저런 핑계로 이유를 대는 것은 협상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어찌 보면 냉혹하지만, 안 되는 일임에도 인간미에 호소하면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록 관공서라 하더라도 말이다. 역시나 단 한 번이다. (25)
유럽 이민의 장점은 자신이 살아 있다고 깨달을 정도의 역사적, 문화적 에너지를 느끼는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럽 내의 나라들은 오랜 역사와 문화가 현대와 공존하는 곳들이다. 내가 오래 생활을 했던 미국에서는 어느 도시에서도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에서도 일정 지역, 일정 도시를 제외하고는 발전이라는 명분에 밀려 역사를 느끼기 힘들었다. 유럽은 비록 아주 조그만 시골 헛간 근처라고 해도 수백 년은 훌쩍 넘어 보이는 역사의 흔적이 보인다. (47)
미국과 다른 풍경은 경비를 줄이려는 의도거나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미국적 사고`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깨졌다. 나무를 지키기 위해 도로를 우회하는 정도는 기본이다. 집 앞 호숫가 갈대밭을 지키려고 근처를 매일 산책하는 이웃들도 있다. 북유럽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얌체들이 보트로 갈대밭에 들어가서 낚시를 하곤 하기 때문이다. 집 앞 도로의 이끼를 유지하기 위해 물을 일부러 길어다 뿌리고, 숲에 갈 때는 쓰레기봉투부터 챙기는 사람들이다. 잠시 빌려 쓰지만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연이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환경과 자연은 목숨보다 귀하게 취급하며, 오히려 미국적 조경을 경멸한다. (68)
요즘 북유럽의 주거 인테리어가 아늑하고 예쁘다고 전 세계인들이 열광한다. 실제로는 겨울을 행복하게 지내기 위한 노력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캄캄한 바깥세상과의 단절로 인해 잊힐 자연의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자연 소재를 실내로 옮겨 놓고 연출한다. 따뜻하고 효과적인 조명으로 실내 분위기를 밝히고, 제한이 많은 겨울을 위해 실용적이고 간단하며 편리한 생활 시스템을 개발하며 살아옸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가서 휴식을 찾는 게 보편화되어 있고, 다양한 여가 생활과 스포츠 등으로 겨울을 떨쳐 버리고 건강하게 살아간다. (89)
실용주의와 맞물려 또 하나의 위대한 북유렵의 개념은 투명성이다. 국가의 정책 시정에 동조하고, 높은 세금을 감내하는 국민들의 믿음은 국가에 큰 힘이 된다. 개인적으로 어느 지표보다 국가 투명도가 높이 평가된다. 북유럽의 모든 국가는 투명도 조사에서 최상위에 위치한다. 자금, 정책, 결과 등의 정보 공개는 국민과 정부 간의 문제를 벗어나 개인 간에도 작용한다.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신용은 기본적인 덕목이며, 모든 법과 규범을 앞설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127)
꿈만 같은 복지는 재정 확립을 떠나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거기에 국정을 담당하는 봉사자의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 북유럽 국가의 정부 투명도는 세계 최고이며, 정치인은 곧 봉사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국회의원의 약 1/3 정도가 임기 중 그만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며, 대부분은 실제로 퇴임을 한다. 국회의원의 월급이 적고 비서, 수행원, 차량 지원조차 생각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은 스스로 또는 일부 자원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정책과 자료를 검토하고 입법 업무를 맡는다. 더하여 일상생활을 위해 개인 직업도 그만둘 수 없다. 농촌은 더욱 심하여 자신의 생계를 위해 국회의원을 그만두는 일이 흔하다. (138)
북유럽 사람들은 세계 최고나 세계 제일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로지 이윤 창출에 목숨을 거는 기업 정신도 없다. 가정 행복과 자기 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저 묵묵히 길을 걸어가는 스타일이다. 국민들은 그런 태도로 지난 수십 년간 일해 왔고, 정치인은 서로 하기 싫어할 정도로 투명한 봉사를 했다. 눈에 띄는 부국은 아닐지언정 국가 권위와 국민 품격을 지키는 사회의식, 문화는 북유럽 국가들의 큰 자부심이고 행복이었다. 그러다 세계와 묶여 있는 시장 경제의 혹독함으로 인해 국민기업을 해외에 매각해야 하는 처지를 맞았고, 그 정신적 충격은 엄청났다. 그리하여 나만 조용히 사련 된다는 지극히 소박한 꿈은 공허하게 날아갈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 결국 새로운 성장을 위한 정책으로 점점 변화하고 있다. (148)
북유럽 이민과 이민국들의 이민이 서로 다른 점은 이민 신청자를 점수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산이 얼마 이상이면 몇 점, 언어를 잘하면 몇 점, 나이가 어리면 몇 점 등으로 이민 신청자를 점수화하는 방식을 말한다. 북유럽 국가들은 합계가 몇 점 이상이면 이민 신청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펴지 않는다. 신청자의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이민은 차별적이어서 북유럽의 평등 정신에 위배된다. (164)
북유럽 생활은 가능한 적은 소유를 하고, 기능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빌려 쓰거나 중고 시장에서 싼값에 사면 된다. 새것, 유명한 것, 고급을 추구하는 사고를 버리길 바란다. 조금만 생각하여 주위에 물어보면 빌려 쓰라는 말은 물론이고 그냥 가저가라는 사람들로 넘친다. 빌려 사용하다 정말 필요하면 그때 질 좋은 제품들을 하나하나 구입하면 된다. 평생 쓰는 물건이 정말 많은 북유럽 주방은 이런 식으로 수십 년에 걸쳐 마련되었다. (212)
바이킹은 각자의 역할과 책임 아래 철저한 협동 생활을 하며 생존을 같이하는 동료 의식이 강했다. 선장이나 항해사부터 허드렛일을 하던 신참 선원까지 선상 생활이 철저한 계급으로 이루어졌을 것 같지만 실제는 달랐다. 누구나 동등하게 같은 시간에 식사하는 뷔페 식사, 다음 사람을 위해 한 모금으로 자제하며 돌리는 술잔 등 요즘 북유럽의 가치와 일치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킹의 고향은 부족 마을이었고, 모계 사회였다. 선장도 신참 선원도 같은 고향이라는 지역적 연고가 있었음을 생각하면 철저한 계급 관계는 오히려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279)
스웨덴에서는 곳곳에서 의아하게 생각되는 약속과 실천을 많이 보게 된다. 새벽 골프장에서는 자율 요금 계산대를 이용하고 티오프를 한다. 직원 근무 시간이 아니면 손님 혼자 요금을 내는 자율 계산대가 가능한 사회이다. 버스 정류소에서 누군가 두고 간 마켓 봉지 하나를 본 적이 있다. 아무도 만지거나 들여다보지 않았다. 한국 사람 기준에서 허술한 곳도 많다. 불법 행위를 가려내고 처벌하려면 `허술한 관리`이지만, 모두가 지킨다는 믿음이 있다면 `쉽고 편리하고 비용도 절감되는 시스템`이되는 것이다. (288)
스위덴뿐 아니라 북유럽 국가들은 커피나 차를 마시며 쉬는 휴식 시간과 담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만큼 커피와 차의 종류가 다양하고, 곁들여지는 과자와 케이크도 꽤 역사가 깊다. 스웨덴에서는 곁들이는 디저트를 피카브뢰드...라 부를 정도로 커피와 함께 먹는 디저트에 관심이 높고 종류도 많다. 사람바다 제일 좋아하는 피카브뢰드가 있고, 학교나 회사에 자기가 직접 마련한 피카브뢰드를 가지고 가서 나눠 먹는 것도 즐긴다. 주요 명절에 차와 함께 먹는 디저트 종류도 북유럽 각국마다 특별히 정해져 있다. 북유럽인들에게 커피 휴식, 즉 파카는 일상에서 포기할 수 없는 건강한 삶의 모습이다. (293)
븍유럽인들은 간과 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철분이 부족해질 수 있는 자연 환경에 효과적으로 도움이 되는 음식이다. 살코기만을 주재료로 활용하는 미국 식탁과 달리 북유럽인들이 음식에 활용하는 고기 부위는 무척 다양하다. 고기 코너를 둘러보면 놀랄 것이다. 안심, 등심부터 족발, 꼬리, 삼겹살, 내장, 피까지 다양한 재료를 판매한다. 아시아나 다른 대륙 이민자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나는 스톡홀름 시내의 재래시장에서 구해다가 `선지해장국`까지 끓여 먹은 적도 있다.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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