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어진 하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4
크리스타 볼프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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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입사소설. 가끔 번역 껄끄럽지만, 시적이고 철학적인 분위기. 풋풋한 동시에 서글플만큼 노숙하기도 하고. 공동체를 대하는 리타의 자세는 열살 위 애인(자신을 공동체로 이끈)과는 달랐기에 하늘은 나뉘었다. 정다운 자연과 진실한 동료들, 현장일을 통한 살아 있다는 실감이 리타를 잡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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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말 워쇼 사진, 이진 옮김 / 이레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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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이건 어른이건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 인간에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음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책을 펴낸다. 커져가는 종양으로 육신이 파괴되어가는 동안에도 마치 누에고치에서 나비가 날아오르듯 그들 자신은 물론이고 그들의 경험을 기꺼이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잘 가요!"라고 인사할 용기를 지닌 사람들, 그리고 그 인사가 또 다른 시작임을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 진정한 의미의 평화와 자유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펴낸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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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어진 하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4
크리스타 볼프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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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기가 사는 마을에 만족했다. 빨간 지붕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게다가 숲과 초원 그리고 들판과 하늘이, 사람이 일부러 생각을 짜내어도 못 다다를 만치 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저녁이면 불 꺼진 면사무소에서 시작된 길이, 지고 있는 둥그런 해 한가운데로 뻗치곤 했다. 길 양옆에는 마을들이 있었다. 국도가 갈라져 그녀가 사는 마을로 향하는 곳, 바람에 뜯긴 단 한 그루 버드나무께에 이 화학자는 버티고 서서 짧게 친 머리카락을 저녁 미풍에 내맡기고 있었다. 그녀를 자신의 마을로 가게 하는 것이나, 그 남자를 고속도로로, 또 하고자 한다면 세상 모든 길로 이어지는 이 국도로 가게 하는 것이나 다 똑같은 그리움이었다. (17)

다양한 여자들과 다양한 사랑을 겪은 만프레드는 그녀의 사랑이 어떤 점에서 특별한지 리타 자신보다도 더 잘 알았다. 여러 차례 함께 밤을 보냈다고 해도 한 여자에게 매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 새로운 여자를 만날 때마다 벌써 그는 언젠가 이별이 불가피하다는 냉혹한 사실을 함께 받아들였고, 만남의 횟수가 더해 갈수록 점점 무심해지곤 했다. 리타한테 그를 묶어 준 것은 그녀가 그에게 한 첫마디였다. 그는 흠칫했다. 용납할 수 없게, 품위를 잃을 만치, 내심 상처를 받았다. 결심을 못 내리던 몇 주일, 그는 그녀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그러다가 마침내 자기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32)

리타는 자연의 힘이 보여 주는 신비로운 무심함에 언제까지나 동요되지 않았다. 리타는 그 시절 다른 무엇보다도 롤프 메터나겔의 얼굴을 더 잘 기억한다. 그녀가 그때까지 비웃음을 띠고 기다리는 듯하다고 생각했던 그의 눈은 이제 보니 주의력과 결단력을 갖춘, 완강하며 굽힐 줄 모르는 눈이었다. 이따금씩 의심과 회의가 들 때 그 눈은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이었다. 그녀는 나중에 알았다. 허상을 향한 결실 없는 동경에 잠식당하지 않게끔 자기를 지켜 준 힘이 다른 무엇보다도 어쩌면 그 수척하고 끈질길 사람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 그리고 착각 때문에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그녀 눈앞에서 한 인간이 무거운 짐을,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데, 품삯도 묻지 않고 떠맡아 지고는 거의 승산 없어 보이는 싸움을 시작했던 것이다. (135)

그가 옳았던 것일까? 그리고 내가 틀렸을까? ... 당신은 인생을 몰라. 그러나 그는 안다고 했지. 사람이란 금방 눈에 띄어 파멸당하지 않으려면 보호색 한 가지쯤은 띠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는 그것을 알았고 그 점이 그를 외롭게 했다. 거만하게 하기도 했지만. 이따금씩은 음울하게도 했고. 반대로 나는 나 자신을 잃을까 두려워해 본 적이 없다. 그가 말해주기 전까지 나는 결코 우리가 불운한 시대에 태어났다는 생각에 이르러 본 적이 없다. 그는 이따금씩 변신을 상상했다. 백년 전에 살았더라면, 아니면 백년 뒤에 살았더라면 하고. 나는 이 유희를 결코 같이하지 않았으며 그는 나더러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나무랐다....... (165)

서서히 날이 밝아 왔다. 뿌연 잿빛을 띤 몽롱한 여명이었다. 그다음에는 색깔들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인공적인 빛깔들, 마을 가장자리 새로 덮은 지붕들의 붉은빛, 정원 울타리의 초록빛, 현수막. 나중에는 땅의 파스텔 색조. ... 그리고 마지막으로 톱니 모양을 한 짙은 색 숲 가장자리 위로 푸른빛이 떠오른다. 그 앞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길 하나가 바람에 뜯긴 수양버들 옆을 지나 오른쪽으로 굽어들었고 야트막한 오르막을 이루다가는 급경사로 떨어져 내리며 마을로 이어졌다. 마을은 믿음직하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제일 가장자리에 있는 그 작은, 말할 수 없이 작은 집으로 들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찾아내자면 마을을 가로질러 가야 했다. (232)

슈바르첸바흐는 평생을 그들, 즉 제자들을 위해 건 사람이었다.
"당시에."하고 그가 말했다. "우리는 증오와 경멸의 대상이었고 응당 그러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당은 우리들한테 너그럽고 참을성 있었습니다. 까다롭기는 했지만 말이죠. 그때부터 나는 이러한 특성을 조금 지니게 되었지요. 너그러움, 참을성, 그런 거야말로 혁명적인 특성들이지요. 만골트 동무. 동무는 한 번도 그런 데 의지해 본 적 없지요?"
만골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너그러움, 참을성이라니! 오늘날 누가 그런 걸 찾을 만큼 한가합니까? 그 말은 거의 비참하게 들렸다. (241)

타격은 우리에게 이렇게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만 가해지는구나. 우리가 가장 쉽게 상처 입을 곳을 익히 아는 사람으로부터. 그들은 헛짚을 리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아주 느긋하게 겨냥해 우리를 친다. 아직도 이토록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이 사라져 버렸을 리가, 없어져 버렸을 리가 있을까? (290)

그녀는 갑자기 그 편지에서 무엇이 껄끄러웠던가를 알았다. 언짢을 때도, 그들 사이에 한 가닥 그림자가 드리웠을 때도 항상 효과를 발휘하던 똑같은 말들이 이제는 갑자기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가 다만 좀 더 뚜렷하게 느꼈더라면 좋았을 텐데. 자기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는 정확하게 안다는 것.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 선택은 남아 있지 않다는 것. 갑작스레 떠나 돌아오지 않고... 생전 처럼 알게 된 몇몇 사람들과 한순간 친구가 되어 그들에게 의존하고....... 꼭 해야 할 일을 그렇게 하지는 않는 법인데, 방향키를 잃어버리고 나서 모든 것에 무관심해지면 사람이 이렇게 표류해 가는구나. (301)

"그곳에 가 보신 적 있어요?" 리타가 에르빈 슈바르첸바흐에게 묻는다. "네." 그가 대답한다. "여러 해 전에요."
"그럼 어떤지는 아시겠군요. 마음에 드는 게 많아요. 그렇지만 거기서 기쁨을 느끼진 못해요. 줄곧 자청해서 손해를 보는 느낌이지요. 외국에 있는 것보다 더 나빠요. 그곳에서도 자기가 쓰는 언어가 들리기 때문이지요. 끔찍하게시리 낯선 땅에 있는 거예요." (323)

그렇지만 그의 솔직함은 그녀에게서 희망을 앗아 갔다. 그녀는 보았다. 그는 포기했던 것이다. 아무것도 더 이상 사랑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더 이상 미워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살 수 있지만 또한 영원히 떠돌이일 수밖에 없다. 그는 항의하느라 떠나간 건 아니었다. 떠나감으로써 정말이지 자기 자신을 죽인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없다는 것, 그것은 모든 시도의 끝이며...... 내가 지금부터 무엇을 하는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332)

"왜 그 사람한테 그렇게 화를 내지?"라고 리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 물음에 그는 하마터면 그녀를 칠 뻔했다. 그녀는 그렇게 격하게 절망하는 그의 모습은 여태 본 적이 없었다. 그 순간 그는 이해했던 것이다. 자기가 뒤에 두고 온 삶, 자기가 욕하고 있는 삶이 아직 자신을 떠나지 않았음을. 그것이 그를 미치게 했다. 지금 그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 대한 김빠진 환멸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여 떨치려 했던 것이다.
리타는 생각했다. 그와 함께 간다면 나는 자신에게만 상처를 주지 않겠구나. 내가 저 사람한테까지 상처를 주겠구나. 아니, 저 사람에게 가장 심하게 상처를 주겠구나. (336)

그때 매듭짓지 않은 것은 다시는 매듭지을 수 없었다. 그때 말하지 않은 것은 다시는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이 그때 서로에 대해서 알지 못한 것은 아시는 알게 되지 못하리라.
......
그녀는 잠자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녀가 처음 본 것은 어두운 땅 가운에 있는 환하고 고요한 연못이었다. 연못은 아직도 하늘에 남은 얼마 안 되는 빛을 전부 끌어당겨 더 밝은 빛으로 반사하고 있었다.
이상도 하지, 리타는 생각했다. 저런 큰 어둠 속에 저런 큰 밝음이 있다니. (349)

그날이, 그녀가 새로운 자유를 얻은 첫날이 거의 끝나 간다. 어스름이 거리에 깊게 드리워 있다. 사람들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어두운 집 벽들에서 불쑥불쑥 네모난 빛들이 나타난다. 이제 사적인, 혹은 공적인 저녁 의식들이 시작된다. 손이 수천 번 이리저리 움직인다. 비록 끝에 가서는 그저 수프 한 그릇, 따뜻한 난로 하나, 아이들이 불러 주는 짧은 노래 하나를 만들어 낼 뿐이라 해도. 더러는 한 남편이 그릇들을 챙겨 들고 방을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아내는 그 시선이 얼마나 놀라워하고 감사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더러는 한 아내가 남편의 어깨를 쓸어 준다. 오랫동안 하지 않던 일이지만, 아내는 남편이 그것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적절한 순간에 느낀 것이다. (368)

리타는 길을 크게 돌아서 거리들을 지나며 많은 창문 안을 들여다본다. 그녀는 낮 내내 소모되었던 다정함이 저녁마다 엄청나게 커져 새롭게 나타나는 것을 본다. 그녀는 자기가 이따금씩은 피곤해지고 이따금씩은 노엽고 화가 나리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녀는 두렵지 않다. 모든 것을 상쇄하는 것이 있다. 즉 우리는 조용히 잠자는 데 익숙해진다는 것. 우리가 가득 찬 삶을 덜어 내며 살아간다는 것. 마치 삶이라는 이 기이한 재료가 넘칠 만큼 충분하기라도 하다는 듯.
마치 이 재료가 결코 다하지 않기라도 하듯.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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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야 사는 사람들
정현영 지음 / 티핑포인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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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들의 생각이 제각각이라서 좋다. 누구는 돈이 있어야 미래도 있다고 보고, 누구는 죽음 앞에서는 돈도 무력하니 버는 대로 쓰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하고. 기부로 삶과 세상의 균형을 맞추려는 사람도 있고. 돈 벌 궁리만큼, 혹은 그보다 더, 수전과 용전을 궁리해야 한다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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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야 사는 사람들
정현영 지음 / 티핑포인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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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미안하다. 그때 청량리에서 최일도라는 이름을 가진 목사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병원을 짓는데 기부금을 모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0만 원은 여행을 다녀오면 사라지지만 기부를 하면 혹시 이 돈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상재와 민정`이라는 이름으로 내 인생에 첫 번째 기부를 했다. 여태껏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고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문득 `어떻게 많은 돈이 나에게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기부로 누군가 다시 살아난 것일지 모를 일이다." (127)

"나에게 돈은 계속 써서 없애야 하는 물건일 뿐이다. 번 만큼 쓰고 산다. 종종 예전과 지금의 내 삶을 비교해본다. 더 벌고 있는 지금이 크게 행복하지도 않다. 벌어서 남은 가족들과 여행도 자주 가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고 비싼 음식도 자주 사 먹는다. 좋은 옷도 많이 구입한다. 내가 번 수입 안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서 하나씩 이루다 보니 솔직히 행복하다." (213)

"예전에 누이와 나의 상황이 자주 떠오른다. 누나는 고등학교만 나와서 여태껏 사회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산다. 가정 형편 탓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나한테 미안하다. 나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아이들에게 애정을 쏟아 보고 싶다. 교육과 관련된 기부만 생각하고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온라인 기부를 통해서도 `공부하고 싶다`는 게시물이 보일 때마다 기부금을 내고 있다."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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