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 같이 인과관계가 쌍방향으로 성립하는 경우를 두고 통계학자들은 `동등성`equivalence이라는 표현을 쓴다. A가 B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B가 A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물론 스포츠와 날씬한 몸매 사이에는 그 외에도 성장배경이라든가 사회적 지위 등 여러 가지 변수가 개입된다. (64)
모쪼록 독자들은 "내가 이 팀에 합류한 뒤부터는 우리 팀이 한 번도 진 적이 없어요."라든가 "내가 총리로 취임한 뒤부터 실업률이 낮아졌습니다." 같은 말을 들을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 `A가 일어난 뒤부터 B라는 사실이 일어났다`는 말 속에는 분명히 함정이 내포되어 있다. 시간적 순서가 맞아떨어진다 하더라도 A가 반드시 B의 원인이 되라는 법은 없기다! (72)
절대적 수치와 상대적 수치 중 어떤 것이 더 장확할까? 맨 처음에 제시한 사례들만 봤을 때는 분명히 상대적 수치보다는 절대적 수치가 더 `착한` 수치, 다시 말해 사실관계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수치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뒷부분에 제시된 사례들을 보면 절대적 수치 역시 진실을 가리는 장막일 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두 가지 모두 살펴보는 것이다! 둘 중 하나가 빠졌다면 `일단 의심 모드`에 돌입해야 한다! (89)
하지만 그 정도 `양심선언`을 할 수 있는 기관은 그리 많지 않다. 솔직한 것도 좋지만, 뜨뜻미지근한 결과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의뢰인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의뢰인들의 기대에 부합되는 결과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설문조사 결과들을 시대적 트렌드에 맞게 수정할 수밖에 없다. 해당 학자들은 그 수치들이 `현실에 맞게 비중을 조정한` 수치라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식으로 조정되었는지를 물어보면 으레 `영업비밀`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코카콜라의 배합률만큼이나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표본조사의 최초 결과조차 공개하기 꺼리는 연구소들도 적지 않다. 대체 기관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기에 그토록 철통 같은 보안이 필요한 것일까! (126)
결론은 장기적 예측과 관련된 통계를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먼 미래에 대한 통계를 대할 때면 혹시 눈앞에 닥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지 의심부터 해보자. 단기적 현안에 대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장기적 카드를 들이미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기적 통계가 모두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미래 설계의 방향을 제시하는 통계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장기적 통계의 적중률이 낮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어떤 통계를 취하고 어떤 통계를 버릴지 예리하게 판단하고 선별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146)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손을 든 건 아닙니다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엄청난 수치를 입에 올리는 이들은 자신도 그 숫자들만큼 엄청난 인물이 된다고 착각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혹시 이거 아세요?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 중에 밤하늘에 별이 몇 개인지를 묻는 내용이 있어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마 제 의견을 대변할 것 같아요, "신만이 그 숫자를 셀 수 있지." (222)
신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을 수는 있겠죠. 여기에서 말하는 신이 비록 잡신이라도 말이에요. 그러니까 제 말은 우리 모두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고 믿고 싶어 한다는 뜻입니다. 마피아가 연간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지, 내가 도둑맞은 자전거가 어디에서 얼마에 팔렸는지 모두 알고 싶어 하잖아요? 그 상황에서 누구가가 그런 수치들을 발표하면 모두 "와, 그렇구나!"라고 말합니다. 그때 만약 다른 누군가가 "죄송한데요, 마피아가 얼마를 버는지 어떻게 아셨나요? ..." ...라고 물어보면 분위기를 망친다고 오히려 손가락질만 받기 십상이랍니다! (223)
문제는 측정 대상을 어떻게 선별하는가 하는 겁니다. 나아가 무엇을 측정하고 무엇을 측정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선별 과정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전해 내려온 가치관과 사고방식 그리고 전통이 반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아예 의심살 생각조차 하지 않죠. 결국 그러면서 우리 자신을 알게 모르게 조작하고 있는 거예요. (238)
실업급여가 소득등급 하위에 속하는 이들의 임금보다 더 높아졌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원인과 결과를 뒤바꾼 주장이다.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실업급여가 거의 늘어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소득등급 하위에 속하는 이들의 임금이 실업급여보다 더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버린 것이다. (2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