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전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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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에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를 계속 쓰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 책날개)

나오야는 주먹을 꽉 쥐고 힘주어 얼굴을 훔쳤다. 등을 꼿꼿이 폈다.
"나는 산에서 죽지 않고 내려왔어. 아무 보탬도 되지 못한 내가 살아남은 것은."
필시 누군가는 이 일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근성을. 인간의 업을. 죄는 잊혀도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바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 그런 선한 바람 때문에 죄악을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소심한 내가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야 해."
산속 괴물을. 최후에 눈물지었던, 그러나 만족스러워하던 아카네의 그 눈빛을. (657)

오센은 소리 내어 울었다.
합숙소 뒤뜰의 숲이 수런거린다. 나뭇가지가 사락사락 부드럽게 흔들린다. 바람이 불어와 오센을 가만히 감싸 주고 지나간다. 달콤하고 포근한 향기를 품은 바람. 오센의 젖은 볼에, 목에, 목덜미에, 꼭 움켜쥔 손가락들 사이로 그 향기가 스며든다.
오센은 흠칫하며 눈을 번쩍 뜨고 숲을 올려다보았다.
`아카네 님이다.` (673)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뒷산 너머 오오타라야마의 높은 곳에, 맑디맑은 창공 아래에 아카네 님이 계신다. 앞으로는 늘, 영원히.
이제야 겨우 이 산에, 여기 사는 주민들에게 닥친 사건이 눈에 보였다. 마음의 눈에 보이고 납득이 되었다.
그것이 끝났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산골의 봄 향기에 싸여 오센은 언제까지고 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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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통계 - 숫자의 난세를 이기는 지혜로운 통찰
발터 크래머 지음, 염정용 옮김 / 이순(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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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유머 있다. 관계수량 최적화와 종속 변수와 독립사건은 내 업무와도 관계 있어 주의하며 읽었다. 실업률이나 쥐디피가 이리 허술하게 정의&적용된다니 어처구니 없다. 개인의 통계 비판적 독해 훈련 중요하지만 이상론이고, 우선 언론부터 자정해라. 통계 조작한 기자는 패널티 준다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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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전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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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에 나왔던 그 두꺼비 닮은 배고픈 괴물? 숲과 바람, 인연과 운명, 탐욕과 복수, 숨겨진 치정, 충성과 갈등, 불교, 인신공양, 소명 완수, 회개와 귀천--변주 거듭하는 일본적 상상력의 골자. 중국은 '복마전 속 진인사대천명, 최종승자는 역사'가 기본 정서. 한국적 상상력은 어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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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체온 - 중국 민중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쑨거 지음, 김항 옮김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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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회는 개인을 단위로 자유를 확보하는 사회가 아니다. 각 계층의 인간관계에서 개인을 추출해내는 작업에는 거의 구조적 의미가 없다. 근대 이래 유럽의 무력침공이나 스스로의 사회 조정 등 여러 매개를 통해 중국사회는 격렬하게 변화했고, 결국 국민국가라는 틀이 정착됐지만 민중의 세계는 결코 서양식 `근대`를 따르지 않았다. 자기 나름의 근대 혹은 현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생각해보면 먹물들 머릿속의 근현대는 외래의 것이 전통과 단절된 형태로 정착된 것이기에, 그들이 서구의 키워드로 중국 현대사를 설명해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와 관련해 먹물들은 민주주의나 시장경제 등 서양사회의 진흙탕 같은 경험을 매개로 현실을 이론화 형해화...한 뒤 중국의 미래에 이식하려 한다. 이에 대항해 유학...을 중심으로 전통을 지키자는 지적 입장도 대두되지만, 이는 유학을 불변의 것으로 치부하는 바람에 서양 이론을 형해화한 것처럼 전통문화까지 형해화했다.
그러나 민중의 생활은 이런 논의 바깥에서 활발하게 살아 숨 쉬어왔다. (8)

산채문화 측이 독점자본의 세계시스템에 도전한다는 자각이 없음은 물론이다. 지금 이 새로운 움직임에는 단지 `풀뿌리` 문화로서 자기 의식을 확립해 보다 양질의 것을 만들어 해적판과 명확히 구분되려는 노력이 기대된다. 기존의 대자본 틈새에서 브랜드문화와 무관한 형태로 산채 문화는 하나의 서민적 현대정신을 지탱하는지도 모르겠다. 불량 제품이나 해적판이 될지도 모르는 위험성에 노출되면서도 산채판은 해적판보다 훨씬 건전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 독점된 것을 자기 나름의 모습으로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매우 어렵겠지만 이런 정신이 더 성장한다면 아마도 서민의 권리의식이나 책임의식에 도달하지 않을까? (30)

그러나 저 한 세대의 노동자들이 속해 있던 무사의 시대적 분위기는 결코 위선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이 시대에는 노동자의 자존심이 사회적으로 구축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무사라는 가치관이야말로 개인적 긍지로 정착돼 있었다. 게다가 이 긍지는 실제 사회적 지위와는 거의 관계 없이, 오히려 완전히 정신적이라는 사실이 주요한 특징이었다. 노동자가 계급으로서 국가정치나 일상정치로 참가할 수 있었던 특수한 시대(문혁이 그 정점이었을 것이다)에도 그랬다. (34)

그녀의 이야기가 <24시티>를 연상시켰기 때문에 영화를 봤을 때 무엇에 감동을 받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몇십년이라는 시간은 역사에서 단 한순간에 지나지 않지만 인간에게는 거의 한평생이다. 중국 노동자는 역사의 변동에 휘둘리면서도 완강한 생명력을 단련시켜왔다. 그들은 존엄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종이다. (38)

산보든 현장추도든 다수의 시민이 모이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의 향방을 나타내는 일종의 표지다. 시위가 자유롭지 않으니 그 대신 산보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시위와는 달리 산보는 원래 격렬한 저항 자세가 아니다. 이런 자세는 결코 `반정부` `반체제`가 아니라 오히려 정부나 체제의 통치 방식을 `바로잡는` 일을 통해 사회개혁을 진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2005년 반일 시위와 비교하면 산보원년 이래 시민운동은 한층 성숙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96)

원주민 중에는 1949년 이후 국민당 시대에 개신교나 가톨릭 신자가 된 사람도 많다. 전도사는 서양에서 온 종교가 세계적으로 유력하며 마이너리티인 원주민은 자기 조상신앙만으로는 현세의 생활을 지키지 못할 것이므로, 이 세계종교에 입신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대만 원주민 부락에 교회 십자가가 눈에 띄는 풍경이 몇십년 동안 지속됐다.
그런데 하그의 부락은 예외다. 그는 개신교나 가톨릭을 거절했다. 이 두 교회가 원주민 사이에 분열을 만들고 세계종교가 떠들면서도 결코 관용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두목의 권력을 행사해 일관되게 선조에게서 온 것 이외의 어떤 종교도 거절하고 있다. (134)

인간이 간소한 생활을 추구하는 것은 돈이 없기 때문도 아니고 모던한 생활에 싫증이 났기 때문도 아니다. 지구상의 인간사회가 지금 병적으로 사치스럽게 생활하고 있으며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날도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후꾸시마원전 사태는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도록 촉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결코 그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않는 모양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인민`의 생활양식이 바로 오늘날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고 있다. 자본 권력 미디어의 공범관계를 지적하기는 쉽지만 `인민`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정작 중요한 문제다. (145)

지금은 유명해졌지만 장래에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 지원은 말한다. 농민이나 건축노동자 경력이 있는 그는 노동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
주 지원은 지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사회의 법칙과 충돌하는 그의 생활철학이 그 투명한 목소리에 담겨 있어 중국인을 감동시킨다. 그것은 과거 시대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근본적인 물음을 이 소박한 농민이 몸으로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

후 씨의 노력은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끈 것 같다. 유기농업의 거점을 만든 초창기에, 지원해온 몇몇 대학원생에게 관리를 맡긴 일이 있다. 후 씨는 씁쓸한 얼굴로 그때 경험을 회상했다. "그 아이들은 각각 컴퓨터를 한대씩 손에 들고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밭을 관리했지. 덕분에 일년 내내 두번밖에 채소를 못 받았어. 농업관리를 맡긴 지 일년 동안 거의 수확이 없었어. 이듬해부터 교양이 없는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했더니 유기농업이 훨씬 성공적이었지." (234)

시간을 내어 예전 항구였던 황푸촌...을 안내받았다. 이 마을은 바다에 접해 있어 18세기 중엽부터 청조 정부 명령으로 중국 유일의 무역항이 됐다. ... 당시 인도 페르시아 서유럽 미국 등에서 온 상인들 은 이 황푸촌의 세관을 경유해 광저우로 들어가 여러 무역 활동을 펼쳤다. 광저우로부터 차 비단 도자기 등 중국 상품이 세계로 수출됐고, 시계에서 여러 문화 요소가 유입됐다. 황푸촌의 건물은 화난지구 건축양식이지만 유리창은 마치 서양 교회처럼 색색으로 장식돼 있다. 19세기 광동 지역에는 `외상화...`라는 독특한 미술양식이 있었다. 서양유화나 스케치 기법을 들여와 서양의 시선으로 당시 광둥의 일상생활을 그린 것이다. 모두 외국에 팔기 위해 그려진 것이어서 외상화로 불렸다.
외상화의 테마 중 하나는 황푸촌 항구 풍경이다.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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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절반 구하기 - 왜 서구의 원조와 군사 개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가
윌리엄 R. 이스털리 지음, 황규득 옮김 / 미지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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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원조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계획가라고 부르고, 대안적인 접근 방식의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을 탐색가라고 해보자. 부유하고 건강한 어린이들이 해리 포터 시리즈를 구하기는 쉬워도, 죽어가는 빈민 어린이들이 12센터짜리 약품을 공급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짧은 해답은 이것이다. <해리 포터>는 탐색가가 공급하고, 12센터짜리 약품은 계획가가 공급하기 때문이다. (17)

계획가들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탐색가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수용한다. 계획가들은 무엇을 공급할지를 결정하지만, 탐색가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발견해낸다. 계획가들은 전 지구적 차원의 청사진을 상황에 적용하려 들지만, 탐색가들은 지역적 환경에 스스로 적응한다. 최상위에 속하는 계획가들은 밑바닥 계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지만, 탐색가들은 밑바닥의 현실을 발견해낸다. 계획가들은 계획에 포함된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한 것을 얻었는지에 대한 반응을 듣게 되는 법이 없지만, 탐색가들은 소비자가 만족하였는지를 알아낸다. 새로운 원조 열기에도 말라리아에 감염된 어린이에게 12센트짜리 약품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해서 고든 브라운 총리가 이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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