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시대에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를 계속 쓰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 책날개)
나오야는 주먹을 꽉 쥐고 힘주어 얼굴을 훔쳤다. 등을 꼿꼿이 폈다. "나는 산에서 죽지 않고 내려왔어. 아무 보탬도 되지 못한 내가 살아남은 것은." 필시 누군가는 이 일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근성을. 인간의 업을. 죄는 잊혀도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바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 그런 선한 바람 때문에 죄악을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소심한 내가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야 해." 산속 괴물을. 최후에 눈물지었던, 그러나 만족스러워하던 아카네의 그 눈빛을. (657)
오센은 소리 내어 울었다. 합숙소 뒤뜰의 숲이 수런거린다. 나뭇가지가 사락사락 부드럽게 흔들린다. 바람이 불어와 오센을 가만히 감싸 주고 지나간다. 달콤하고 포근한 향기를 품은 바람. 오센의 젖은 볼에, 목에, 목덜미에, 꼭 움켜쥔 손가락들 사이로 그 향기가 스며든다. 오센은 흠칫하며 눈을 번쩍 뜨고 숲을 올려다보았다. `아카네 님이다.` (673)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뒷산 너머 오오타라야마의 높은 곳에, 맑디맑은 창공 아래에 아카네 님이 계신다. 앞으로는 늘, 영원히. 이제야 겨우 이 산에, 여기 사는 주민들에게 닥친 사건이 눈에 보였다. 마음의 눈에 보이고 납득이 되었다. 그것이 끝났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산골의 봄 향기에 싸여 오센은 언제까지고 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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