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우자와 히로후미 지음, 임경택 옮김 / 사월의책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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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 소개 받은 책은 갤브레이스의 <풍요한 사회>. 신고전파 경제학의 전제 비판.

 

 

이 점에 관해서 나는 오늘의 경제학, 특히 근대경제학이라 불리는 이론의 틀 속에서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문제를 충분히 해명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근대경제학의 이론적 지주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신고전파의 경제이론인데, 신고전파의 이론적 틀 안에서 사회적 비용 일반을 발생시키는 경제 현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그 이론적 전제가 가진 제약으로 인해 이미 불가능하다고 단정해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
첫째, 신고전파의 이론을 엄밀하게 살펴보면, 이 이론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분권적 시장경제 제도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서, 생산수단의 사유제를 기본적인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이 이론을 자동차 문제를 생각할 때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도로와 같은 사회적 자원에 대해서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명할 수 없는 이론적 틀을 가지고 있다. (47)

자동차의 보급 과정을 추적해 보면, 자동차 통행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을 내부화하지 않고 그 통행을 허가해 온 것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의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즉 자동차 통행으로 갖가지 사회적 자원을 사용하거나 제삼자에게 피해를 끼치면서도 소유자가 그 비용을 충분히 부담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자동차의 경우 그것을 이용하는 당사자가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할 때 염가의 비용으로 더 쾌적한 서비스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지금처럼 자동차가 널리 보급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59)

특히 노면전차는 극소수의 도시에 예외적으로 남게 되었고, 대부분이 지하철, 버스 등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물론 노면전차의 폐지는 도로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로 인해 도시의 생활양식이 크게 변모하여 특히 저소득자, 노인, 아이들에게 살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지적해 두고 싶다. (82)

노면전차는 보통 공영사업으로 운영되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노면전차의 궤도를 전용으로 확보할 경우 쾌적함, 속도 등의 측면에서 더욱 뛰어난 교통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노면전차는 바퀴에 고무타이어 등을 사용함으로써 소음공해를 방지할 수도 있고, 주민의 생활환경을 파괴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공공 교통수단으로서의 노면전차망은 특히 저소득자에게 바람직한 교통수단일 뿐만 아니라, 노인, 아이들, 신체장애자 등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소득분배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82)

그러나 이 방식에는 한 가지 중대한 결함이 있다. 호프만 방식에 따르면, 현재 소득을 올릴 능력이 없고 장래에도 전혀 갖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게 되면 그 피해액이 제로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또한 고소득자일수록 사망에 대한 평가액이 높아지고 저소득자일수록 낮아직 수밖에 없다. 노인, 신체장애자 등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을 때 그 피해액은 매우 작아지는 것이다. (107)

내가 여기에서 특별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경제를 개인 활동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신고전파의 전제가 기업에 대해서도 매우 특이한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다. 즉 기업은 단순한 물적 인적 생산요소의 집합에 불과할 뿐 하나의 합목적적 유기체로 구성되어 있는 경영 관리조직으로는 파악되지 않는다. 이것은 기업에 속한 개인이 각자 자신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기초하여 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기업 활동은 그 개인들의 행동들을 집계함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기업의 이윤율이 낮아져서 그것을 구성하는 물적 생산요소의 소유자에 대해 시장 이윤율율 지불할 수 없게 되면, 이 물적 생산요소들은 좀 더 높은 이윤율을 찾아 이동한다는 것이다. 시장 가격체계의 변화에 따라 인적 및 물적 생산요소는 이처럼 이합집산하는데, 이 점에서 기업은 이윤 조건에 근거하여 항상 모양을 바꾸어가는 단순한 베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128)

반면에 일반균형이론의 경제적 전제조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서, 현실에 존재하는 시장 경제의 제도적 요인을 추출하여 이론화하고자 한 시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 경제학 연구의 중심이 영국의 대학에서 미국의 대학으로 옮겨간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는 일종의 직업화라고도 할 수 있는 현상이 있었으며, 현실 문제와 관련이 없는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 허락되었을 뿐 아니라, 역으로 젊고 유능한 경제학자의 관심을 그러한 연구 방향으로 돌리게 하는 일조차 있었다. 신고전파 이론의 허구성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일어나기는커녕 이론이란 원래부터 허구의 세계에서 행하는 연역적 논리적 연산이라고 이해하는 경향까지 생겨났던 것이다. 이것은 드브뢰와 같은 공리주의 입장에서 가장 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133)

신고전파 이론이 특히 미국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정착되었던 것은 또한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미국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신고전파 후생경제학의 기본 명제에 가장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완전경쟁이 실현된 시장 기구를 통해 이루어지는 자원분배는 효율적이며 소득분배 역시 파레토 최적에 도달할 거라는 이 기본 명제는, 어떤 의미에서는 자유방임적 시장경제 제도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다. (134)

그러나 환경 또는 사회적 공통자본이 수행하는 역할을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는 신고전파의 이론적 틀 안에서는 이와 같은 분석을 행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신고전파 이론에서 무엇인가를 수정함으로써 환경 내지 사회적 공통자본과 관련된 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만일 불가능하다면, 과연 어떠한 틀을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139)

이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자동차 통행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 일체를 그 유발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 통행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은 많은 경우 인명 건강의 손실이라는 불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실제로 그것을 계측하기가 곤란할 뿐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한 과제가 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의존해 온 경제학적 관점과는 다른 입장에 서서 사회적 비용의 개념을 정의하고, 그것에 근거하여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내부화할 것인지를 간단하게 논했다. (189)

이러한 투자 기준은 단순히 자동차 통행을 위한 도로뿐 아니라 사회적 공통자본 일반의 건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기준에 근거하여 공공투자를 여러 용도--예컨대 공공 교통수단이나 도로 정비 등--에 배분할 때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배분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어떤 지역에 살건 또는 어떤 소득계층에 속하건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시민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타인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은 사회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일관되게 지켜질 것이다.
이런 기준이 확대되면, 모든 경제 활동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내부화되어 복지 사회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고, 우리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안정적인 사회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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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우자와 히로후미 지음, 임경택 옮김 / 사월의책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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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간단: 자동차가 사회에 지우는 엄청난 비용의 셈+정산이 잘못됐다(신고전파 이론 비판). 새삼 깨달은 것은 `자동차=현대운송생태계의 황소개구리`. 북경 살 때 전차와 자전거라는 느리지만 깨끗하고 인간적인 도구들이 자동차에 밀려나는 것 보며 안타까웠음. 후발일수록 더 나은 길 찾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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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김장섭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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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로 이 책이 내놓는 답은 서울(역세권)+1기신도시. 확장성 큰 것으로는 땅과 주식 있고. 유망하고 또 재미있어 보이는 아이템은 테마형 쉐어하우스--그러나 이야말로 서울에서나 시장 형성될 것. 긴 안목 투자 위해서는 스스로 자료 만들기. 임대업도 쉬운 거 아니니 대안 생각해야: 농지연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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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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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반은 눈물 콧물 닦으며 읽었다. 뒤로 갈수록 죽음에 대한 더 깊은 사유가 나오려니 했는데.... 웬걸, 언제부터인가 책의 톤이 블랙코미디 또는 그냥 코미디로 바뀌었다. 이것도 오케이. 다만 입니다체와 이다체의 혼용&시점의 변용은 혼란스럽다. 특히 <비오는 날>은 뭔가 오류가 있는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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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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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서 눈을 뜬 그는 자신이 실패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했을 것이다. 괜한 내색은 일을 그르칠 수 있었다. 그는 마음을 다졌고,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혼신의 연기를 다했다. 몸에서 죽고자 하는 열망이 넘쳐났으므로 더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아마 구체적인 방법까지 염두에 두고 병실에 누워서 마지막 순간을 건뎠으리라.
......
죽고자 하는 그의 열망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커서, 오히려 살고자 하는 열망처럼 보였다. 그는 가면을 쓰고 나간 사람이 아니라, 가면을 쓰고 들어온 사람이었다. (19)

억울한 한 죽음이 있었고, 다른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도저히 어떠한 책망이 불가능한, 피칠갑한 모습의 잔혹한 죽음이었다. 우리는 이 생명들이 얼기설기 위태롭게 얽힌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이해하고서도, 실은 어떤 죽음에 관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
우리는 앞으로도 아무것도 알지 못할 것이다. 아마 그 죽음이 자신에게 올 때까지도. (43)

자대로 복귀해야 했다. 그의 부모가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자, 했다. 그러고 생각했다. 차에 오르면 휴가는 끝난다. 자유도 그로 인해 끝난다. 이제부터는 다시 정해진 시간에 눈을 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한 겹의 모포 위에서 어두운 천장을 보며 잠이 들 것이다. 눈을 떠도 어둡고, 눈을 감아도 어두운 날일 것이다. 이제부터 무한히 펼쳐질 깜깜하고 또 깜깜한 밤들. 갑자기 숨이 턱밑에 닿았다. 자유, 자유롭고 싶다. 절망적인 밤은 더이상 하루도 보내기 싫다. (114)

"제가 볼 때는 70세 노인이 두 다리가 전부 잘리고도 쇼크 없이 살아 있는 게 기적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기적은, 잘린 두 다리를 병원에서 전부 붙여서 아버지가 다시 거어나오는 게 기적이란 말입니다!"
나는 기적에 대한 이견과 난상을 듣고 생각했다. 기적은 그가 처음부터 지하철 선로에 몸을 던지지 않는 일이 아니었을까. 그가 살아갈 의지를 얻어 지하철 역 따위는 기웃거리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바로, 기적이 아니었을까. (149)

그렇다. 이 중위 군의관은 자기에게 부과된 신성한 진료의 의무를 환자들에게 오롯이 떠맡겨버린 것이었다. 이곳은 마치 환자들의 자치구인 것처럼 환자들끼리 서로 진료를 보거나 혹은 직접 자기가 스스로 진료를 보는 유토피아였던 것이다. 우리는 간단한 진료도구도 사용할 수 있었고, 의무실에서 사용가능한 범위까지 처방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였기 때문에 더욱 바빴다. 나는 우리 분대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기관지염을 진단하고 유려한 의학용어로 차트에 기록했으며, 성형외과 전문의의 목감기도 하나 차트에 기록했고, 내 증상에 관해 기수라고 진단해 내가 먹을 약을 내 차트에 잔뜩 써냈다. 그렇게 자가진료를 마친 환자들이, 자기 차트를 들고 길게 `나래비`를 서서 한 명의 공식적인 의사를 만나고 있었다. (220)

하지만 가계를 책임진 가장의 본능으로, 그간 그녀를 든든하게 지켜왔던 남편으로, 아내를 안심시키고자 무슨 말이든 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허우적거리며 무슨 말이든 내뱉을수록, 우리는 더욱 대답할 수 없었다. 그건 우리에게 불행이 눈덩이처럼 굴러가는 소리로 들렸으니까. 그리고 그 소리는 고요한 응급실 자동문이 열리고 그가 눈시울이 붉어져 아무 말에도 대답하지 않는 아내를 데리고 나갈 때까지 계속되어,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의 마음을 슬픔으로 긁어댔으니까. (278)

그 광경을 보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춥고 어두운 세상에서 시신이 되어 치워지는 사람들도 이 눈을 보고 있을까. 아마 그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주말엔 쉬어야겠어. 정말, 다시는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푹 쉬는 거야. 절대로 다시 오지 않을 휴가를 받은 것처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만의 주말을 보낼 거야. 주말이 지나면, 왠지 예쁜 첫눈이 올 것 같으니까. 그리고 곧 내 몸 위에 소복하게 쌓이겠지. 고요하고도 안온하게. 그렇게 된다면 참 포근할 것 같아. 나는 움츠리지도 않고, 그리 외롭지도 않게 잘 쉬고 간다고 생각할 수 있을 테니.` (282)

발표를 다 마치자 과장님은 가정폭력 신고를 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워낙 빈번한 폭력이고, 아이가 거의 다 큰데다가, 어머니도 같이 있어 언제든 신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얼버무렸지만, 결국 신고를 누락한 죄로 문책당했다. 그리고 과장님은 마지막에 온 좀비들의 눈에 들어간 화학약품의 정확한 성분을 물었다. 나는 그런 것까지 파악할 겨를이 없었기에 결국 다시 꾸중을 들었다.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무조건적으로 지탄받아야 했다. 이것이 지난날 당직의 성적표였다.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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