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어요. 자기 일에 대한 가치를 값으로 환산해서 당당하게 요구하느냐입니다. (32)
미국의 어린이 경제교육 교재를 보면, 아이가 관리할 수 있는 용돈이 얼마인지 정해준 다음에 그 돈을 어떻게 쓰건 간섭하지 말라고 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무얼 사는지 하나하나 용돈 기입장에 쓰라고 하고 그걸 관리하죠. 이렇게 되면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합의점을 찾을 수가 없어요. 소비야말로 그 사람의 진짜 프라이버시거든요. 다른 사람에게 소비 내용을 다 공개해야 한다면 누구나 분식회계를 하게 됩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분식회계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거예요. (42)
자기 한도를 확인한 다음에서야 중도가 어디이고 적정선이 어디쯤이라는 게 나와요. 근데 보통 사전 차단을 많이 당하죠. 인간은 어차피 자기가 하고 싶은 건 하게 되어 있어요. 제가 그 정도 사고를 친 건, 그만큼 충족이 안 됐고 사전에 차단을 많이 당했기 때문이에요. 이런 속담 있잖아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처음부터 내 욕망을 발견하고 해소해주었더라면 일이 그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텐데, 그걸 모르고 지나쳤던 거죠. (45)
보통 사람은 그렇잖아요. 난 이렇게 대작을 그리니까 여기에만 몰두해야지. 근데 내가 3년을 버티려면 그 사이에 소소한 아웃풋을 내는 즐거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건데요. 어떻게 보면 진짜 자신의 상태, 나한테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78)
정리의 목표는 무엇보다 검색 가능성, 다시 말해 원하는 물건이나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때 검색하는 행위의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이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좋은 분류의 기준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보기 좋은, 객관적으로 합당한 정리의 구조가 아니라, 철저히 자신에게 맞는 ‘주관적‘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속 가능한 정리의 핵심 기술이다. 그러려먼 자신의 선호와 사고방식, 생활방식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209)
저는 돈 얘기를 안 하는 사람하고는 일한 적이 거의 없어요. 원고 청탁을 받을 때도 다행히 "언제까지 얼마 분량으로 써주세요. 페이는 얼마입니다."라고 알려주는 분들하고 일을 했어요. 지금 전화로 일을 맡는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늘 이메일을 통해서 서면으로 먼저 받았거든요. 서면으로 받으면 아무래도 중요한 조건들을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284-5)
뭔가 합이 맞아서 일할 때 더 신이 나는 면도 있지만, 일상적으로 보자면 당연히 혼자 하는 것보다는 함께 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서 같이 하는 거겠죠. 그러다 보니까 같이 있어도 덜 괴로운 사람, 혹은 괴로움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316)
각자가 자기 나름의 안목을 가지려고 노력하다 보면,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끼리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삶의 태도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만나야 모임이 오래 가거든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모임이 반드시 오래 가야 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해요. 당장 내일이라도 깨질 수 있다는 생각이 몸과 마음을 가볍게 만들고요. 무책임하게 행동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릇된 집착을 가지면 안 된다는 뜻이에요. 이럴 때 모임의 목적을 실현하는 게 오히려 쉬워지는 것 같아요.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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