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4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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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감소를 인식하면, 그때부터는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과거는 덜 순수해 보이고, 현재는 덜 사악해 보인다. 공원에서 뛰노는 다인종 가족, 대통령을 농담거리로 삼는 코미디언, 위기를 전쟁으로 확대시키는 대신 가만히 물러나는 국가들. 이처럼, 우리 선조에게는 낙원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작은 공존의 축복들을 음미하게 된다. 이것을 그저 순응이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가 오늘날 이런 평화를 누리는 까닭은 옛 세대들이 당대의 폭력에 진저리치면서 그것을 줄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우리 시대에 남은 폭력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22)

그런데 폭력의 역사적 감소를 깨우치는 것이야말로 그 노력의 가치를 굳게 확신시키는 요소가 아니겠는가? 인간에 대한 인간의 잔인함은 오래전부터 도덕적 설교의 소재였다. 그런데 이제 무언가가 그 잔인함을 감소시켰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우리는 그것을 인과의 문제로 다뤄도 좋을 것이다. ‘왜 세상에는 전쟁이 있을까?‘라고 묻는 대신, ‘왜 세상에는 평화가 있을까?‘라고 물어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잘못한 일에만 집착하는 대신, 잘한 일을 생각해 봐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무언가를 잘해 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면 좋지 않겠는가. (22)

이 책은 ‘당신은 어떤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생겨났다. 다들 그렇듯이 세상의 상황을 우울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독자라면, 내가 그러모은 수치들을 보고서 좀 더 낫게 평가하게 되었기를 바란다. ..., 내 마음은 낙관보다 감사에 가깝다. 낙관에는 약간의 교만함이 필요하다. 그것은 과거를 불확실한 미래로 연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응?). ...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많은 종류의 폭력이 줄었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그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학자로서 나는 모종의 신비로운 힘이나 우주의 운명이 인류를 영원히 더 높은 곳으로 이끈다는 생각에 당연히 회의적이다. 폭력의 감소는 사회, 문화, 물질 조건들의 결과이다. 이 조건들이 지속된다면 폭력이 계속 낮게 유지되거나 심지어 더 줄 것이고, 조건들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1140)

우리가 다 함께 번영할 세속적인 방법을 찾는 것, 특히 우리에게 내재된 비극적 공격성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 목표는 천사들의 틈에 끼는 것보다,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것보다, 더 고등한 생물체로 환생하는 것보다 더 고귀하다. 이것은 카리스마, 전통, 완력을 통해 특정 당파들에게만 주입되는 목표가 아니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정당화되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책에서 살펴본 데이터에 따르면, 이것은 우리가 충분히 진전을 거둘 수 있는 목표이다. 이 발걸음을 가끔 멎기도 하고 완전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틀림없는 진전이다. (1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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