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한 가족과 한 목장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요즘 세상에서 잊혀가는 사람들에 대한 더 커다란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그 잊혀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삶과 비이지 않게 얽혀 있는 그들을, 먼 과거에 뿌리를 두고 깊은 전통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을.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산기슭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애쓰기 전에 잉글랜드의 산기슭에 사는 사람들부터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26)
시작이 어디고 끝이 어디일까. 날마다 해가 뜨고 지며 계절이 왔다가 저만치 물러간다. 햇빛과 비와 싸락눈과 바람과 함박눈과 서리 속에서 날이 바뀌고 달이 바뀌고 또 해가 바뀐다. 가을이면 나뭇잎이 핏기 없이 변했다가 낙엽으로 떨어지고 봄이 오면 또다시 연초록 싹을 틔워낸다. 지구는 끝 모를 광대한 우주 속에서 돌고 돈다. ... 목장과 양 떼는 한 사람의 인생보다 더 큰 무언가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 우리는 모두 영원한 무언가, 연속적이고 완전하며 진정한 무언가의 아주 작은 일부이다. 목장을 돌보며 사는 우리 삶의 방식은 이곳 흙에 5천 년도 넘게 뿌리를 내린 채 이어지고 있다. (32)
누군가 외지에서 이사를 오면 모든 이가 주의 깊게 눈여겨본다. 정직하고 품성이 올바른지, 원칙을 지키며 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인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여기서는 ‘현지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적어도 3대는 이어서 살아야 한다고들 한다. 외부인들은 이 말에 코웃음을 칠지 몰라도 여기선 정말 그렇다.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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