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 피아니스트의 아흔 해 인생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시모어 번스타인.앤드루 하비 지음, 장호연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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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자신의 연주에서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을 인식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나는 최고의 연주를 해놓고 그저 "오늘 하루 괜찮았어"하면서 날려버리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요. 우리가 왜 아름답게 연주했는지 알지 못하면 정말 중요한 공연에서 이를 재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집중하기만 하면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기 쉽지요. 자신과 자신의 연주에서 좋은 점을 인식하기보다 스스로를 비판하고 실패에 연연하기 쉽습니다. (20)

나는 모든 사람이 재능을 타고난다고, 혹은 특정한 뭔가를 탐구하려는 내밀한 욕망이 있다고 확고하게 믿습니다. 재봉 기술, 정원 가끄기, 혹은 요리가 될 수도 있어요. 그게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재능이든 간에 우리가 가진 재능이 우리 존재의 핵심이라고 확신합니다. (23)

며칠이 지나고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한 순간 공황장애에 가깝게 긴장해던 내가 다음 순간에는 어떻게 그렇게 놀랄 만큼 차분할 수 있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할 때면 일시적으로 자신의 취약한 상태를 넘어선다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내게 일어난 일이었어요. 나는 에단을 위해 연주했습니다. (45)

그래요. 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많은 뉘앙스들을 젊은이들이 당혹스러워해요. 자신의 내밀한 세계, 마음속 가장 깊숙한 곳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겁니다. 그들은 이것을 세련되지 못하게 마구잡이로 분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제자는 뉘앙스를 살려 연주하는 것을 청중 앞에 벌거벗고 나서는 것에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95)

자신만의 결론을 얻어야 해요. 음악의 마술적 언어가 자신을 감동시켜서 눈물로 범벅이 되도록. 그러면 음악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결론을 끌어냈다면 이제 여러분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줄 멘토가 필요합니다. 좋은 멘토는 당신 안에 있는 것을 끌어내거나 당신 안에 없는 것을 그럴듯하게 꾸미도록 도와줄 겁니다. 최선을 다해 곡을 익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면, 그런 다음에는 다른 피아니스트가 곡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들어도 좋아요. 그게 순서입니다. (103)

두들겨 맞으면 고집을 꺽기 마련이죠. 무엇이 나를 도와 견디게 했는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영혼의 저장고가 넘쳐흐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내가 삶에서 맡은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나는 그 사명이 음악을 통해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항상 알았습니다. (154)

그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고독 속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삶 자체만큼이나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 하지만 더는 육신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201)

지금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전보다 관계에서 기대하는 것이 훨씬 줄었으니까요. 나는 나 자신과의 관계에 최고로 깊은 신뢰를 둡니다. 나의 영적 수행과 남들을 돕는 일에 헌신하는 것에 가장 큰 에너지를 꼳습니다. 그러다보니 우정과 연애에서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게 되었고, 그런 것들을 통해 구원에 덜 의지하게 됐습니다. 우정과 연애가 구원이라는 생각은 언제나 환상이자 실수입니다. (206)

나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주도록 나에게 주어진 것의 깊은 속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209)

아메리칸 원주민 주술사가 내게 해준 이야기인데, 그의 부족은 사람이 죽으면 다리로 가게 되고, 그 다리에 그가 살아가면서 만났던 모든 동물이 있다고 믿는답니다. 선생님이 그 다리를 건너 새로운 삶으로 갈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은 바로 그 동물들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살면서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그 사람의 됨됨이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216)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곡들만 배우므로 초견...의 과정은 첫눈에 반하는 사랑의 경험입니다. 미리 생각해둔 음악적 기술적 방안 없이 그냥 쳐보면 음악이 알아서 무엇을 원하는지 나에게 말합니다. 그려려면 훌륭한 초견 연주자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습니다. 초견은 교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입니다. 초견 능력이 없으면 음악의 경이에 다가갈 수 없습니다. (229)

앤드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대단히, 정말 대단히 중요한 말이에요. 너무도 많은 음악가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요? 그들은 이런 통합을 음악적으로 이루고는 피아노에 두고 그냥 가버려요. 그러니 많은 이들이 인간적으로 망가지는 것이 놀랄 일이 아니죠. 그들은 음악적으로 이룬 통합을 일상의 삶으로 가져가는 데 실패합니다. 삶과 조화시킬 수 있는 통합을 말이죠. (234)

그저 음악의 해석자가 되는 법만이 아니라 삶의 해석자가 되는 법도 배워야 해요. 모든 음악가는 자신의 예술을 행하면서 그와 같은 교훈을 배워야 합니다. 연습하고 연주하는 과정을 통해 바운 것을 통합해서 일상의 삶으로 가져가는 일은 저절로 일어잘 수도 있습니다. 내가 그랬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음악가들에게는 의식적으로 행해야 하는 일입니다. (234)

신을 춤추는 자로 이해하는 사람은 이런 것을 의미합니다. 삶 자체가 대립하는 것들, 빛과 어둠의 춤이고, 우주는 물질과 빛의 부단한 춤이며......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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