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발달과 함께 분업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는 음식, 집, 옷 같은 것을 직접 만들지 않고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사회에 살다보면 자신은 점점 무용지물이 되고 사회의 기능이 정지되었을 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잃게 되는 게 아닐까 불안해질 때가 있다. (34)
뭐든 살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비에 너무 익숙해져 돈으로 해결하는 삶의 방법밖에 몰라요. 인간관계가 희박해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조그만 일로도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 대출을 갚아나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 재해가 일어났을 때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불안으로 가득하죠. 모두가 모순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에너지나 음식, 집,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직접 만드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실험이 시작되었어요. 클릭 한 번으로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활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거죠. 어려움에 처했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에도 직접 만듦으로써 살아가는 힘을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지금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입니다. (46, 49)
맞아요. 자본주의도 해킹(창조적으로 연구하는 것)해서 잘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자본주의는 편리한 제도이고 혜택을 받고 있는 건 틀림없으니까요. 혜택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잘 파악해 창조적으로 연구해서 유쾌하고 즐겁게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61)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만들고 싶어요. 쌀이나 채소는 물론이고 된장이나 간장, 두부, 잼 같은 식재료도 직접 만들고 목화를 길러서 실을 자아 옷도 만들거예요. 지금은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하고 있지만 수작업의 폭을 넓혀가고 싶어요." (98)
"저희 부모님 연배의 이웃과 가족끼리 한 잔 하러 가기도 해요. 땅을 찾는다고 말하면 어디 땅은 누가 주인이고, 얼마 정도라고 알려줘요. 내가 빌려줄 테니 쓰라고 말하기도 하죠. 밤을 줍고 싶다고 말하면 가는 김에 조개까지 잡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가르쳐 주고, 맛있는 초밥집을 물으면 다음에 함께 가자고 해요. 채소를 얻으면 다른 사람한테서 얻은 채소까지 얹어 다시 나눠준답니다. 이곳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죠." (99)
"저는 이주를 선택했지만 꼭 이주가 아니어도 좋아요. 고향이라 할 만한 장소가 여러 곳에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가령 지방이나 도시에서 여름 동안만 살거나, 몇 년 동안이라는 기간을 한정해도 좋고, 1년마다 생활의 거점을 바꿔도 괜찮아요. 자신에게 고향이라고 할 만한 곳이 몇 군데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죠. 그만큼 좋은 유대관계가 늘어난다는 말이니까요. 지방을 두 군데 선택해 계절이나 일하는 방식에 따라 오가며 살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해요." (101)
"가장 큰 이유는 그것(물건 만들기나 수렵, 농경 같은 일)이 즐겁고 마음 편하기 때문이에요. 생활에 시간을 소비하는 삶의 방식은 충실감이 달라요. 일을 해서 대가를 받고 물건과 교환하는 이런 생활도 좋고,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니 얼마나 멋있어요. ... 사는데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생계를 위해 억지로 일할 필요는 없겠죠? 게다가 기술이 사라져가는 것도 안타까워요. 모든 이들은 먹어야하고 집이 있어야 하고 알몸으로 지낼 수 없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발전시켜 온 의식주 기술을 계승해서 아이들에게 전하는 것이야말로 부모 세대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요." (140)
"모토야마 씨...에요. 취재가 끝난 직후에 눈물이 날 뻔 했어요. 땅부터 덜컥 사고 2층짜리 집을 짓고, 연약해 보이는 여성이 남자보다 더 대담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인간으로서 남자로서 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야도카리 활동을 하면서 나름대로 DIY니 리노베이션 등에 참여하지만 저와는 압도적인 차이가 있더군요."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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