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유일한 요리책 <엄마의 밥상>, 233쪽의 궁중떡볶이는 무슨 맛일지 가끔 궁금했다.

우리집은 늘 빨간 떡볶이만 해먹는지라.

 

초초보일때는 레시피에 쓰여 있는 재료가 다 준비되어야 요리를 시작했는데,

그런 자세로는 요리를 일상에서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어느새 깨닫게 되었다.

집에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며 없는 재료는 안 넣는다는 배짱으로 음식을 하면

요리가 더욱 쉬워진다.

물론 들어가야 할 것은 꼭 들어가야 한다. 주와 부를 구분할 것!

 

궁중떡볶이 레시피를 보아하니

가래떡은 떡국 떡으로 대체하면 되겠고

숙주는 콩나물로 대체하면 되겠고

다진 쇠고기 대신 닭가슴살 남은 것을 썰어서 쓰면 되겠다.

 

재료 중에서 우리집에 부재중인 것은 호박고지 뿐인데, 안 넣어도 되겠으나 그 맛이 궁금하다.

그래서 수퍼에 갔더니 마침 안 계시다네.

그런데 엄마가 본인 냉장고에 호박 말린 것이 있다고 하신다!

 

부모님 집에 가서 4인분 궁중떡볶이 제작에 착수.

색깔 있는 야채를 많이 먹자는 의도에서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재료인 피망과 고추도 썰어 두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을 하고 보니 잡채 만드는 기분.

손질해야 할 재료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재료 손질이 끝나면 곧 볶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냉장고에서 얼어 있던 닭가슴살은 아직도 녹지를 않고......

 

궁중떡볶이는 떢팀과 부재료팀을 따로 볶은 뒤 합쳐서 양념을 넣고 최종으로 조려야 한다.

볶음 두 개를 동시 진행하다 보니 잠시 정신이 없었는가 보다.

다 되었다고 외치며 음식을 완성접시에 옮겨 담고 보니

기껏 썰어둔 노랑 피망과 아삭이 고추가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1초 망설이다가 피망과 고추로 완성접시 위에 테두리를 만들었다. 

먹을 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이제 사진으로 보니 엄청 촌스럽다.

 

책에서 떡 250g 기준으로 제시한 분량의 양념을 떡 500g에 썼는데도 

어째 우리 입맛에는 간이 맞는다. 

우리가 싱겁게 먹는 것일까, 이 책이 짜게 먹는 것일까?

 

건호박은 아주 달고 맛있다. 희한하게 곶감 맛이 난다. 

팥시루떡 할 때 넣으려고 작년에 저장해 두신 거란다.

우리집에선 이제까지 건야채로 뭘 해먹은 적이 없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얘네들에게 다가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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