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가면 일본과 달리 대기업이 많지 않아요. 넥타이 가게든 와이셔츠 가게든 가족끼리 경영하는 형태라 가게마다 색다른 개성이 넘치더군요. 레스토랑도 그 무렵엔 체인점이 아니었어요. 어디를 가든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점이 있고, 그 동네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있는 거예요. 감탄했지요. 그래서 비록 규모는 작아도 생산자를 소중하게 여기고 저희 부부의 미의식도 드러낼 수 있는 그런 가게를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55)
유아생활단에서는 무엇이든지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실제 경험을 하게 했다. 수련회를 가면 현악 4중주를 듣고 맛있는 식사를 한다. 소풍을 가면 그 감흥이 사라지기 전에 작사와 작곡을 한다. 아이들의 표현을 음표로 적는 일은 당연히 엄마의 몫이다. 미쓰코 씨는 지금도 그 당시 다른 아이가 지은 노래까지 부를 수 있을 만큼 생생하게 기억한다. 비둘기를 날리는 행사도 있었다. "아이들은 엄마들이 만든 맛있는 쿠키를 먹으면서 날려보낸 비둘기가 ...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맑은 날에 주위를 날아다니는 흰 비둘기 떼를 보면 굉장히 우아해요.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둘기들이 잇달아 돌아오는 광경은 감동적이었어요." (61)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게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나이 들어서야 알게 되었죠. 그래서 지금은 앞날을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앞날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즐겁기도 하고요. 저는 아직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어요. 가계에서 알게 된 손님들이나 친구들 중에는 이미 자기 길을 찾아나가는 사람도 많지만, 이런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거에요.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죠." (68)
"지금까지 살던 집은 모두 대출이 끼어 있었어요. 누군가는 이 아파트가 좁다고 하겠지만 제게는 지금이 살면서 가장 넓은 집이에요. ... 아이들이 독립해 나가고 겨우 얻은 공간인걸요. 처음부터 넓은 집을 손에 넣었다면 아마 이렇게 감사한 마음도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요즘은 간혹 잡지에서 화려한 인테리어를 봐도 모두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고 아무런 감흥이 없어요. 아마 노력하지 않고 그저 흉내만 낸 것이라 그럴 거예요. 돈만 내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근사하게 꾸며놓는다 해도 제게는 별 의미가 없거든요. 절실히 원하고 스스로 노력한 끝에 얻은 것일수록 색다른 만족감을 주잖아요. 저에게 제 집은 그런 곳입니다." (90)
"저는 더할 나위 없이 홀가분하게 살아요." 친숙한 웃음으로 발랄하게 입을 여는 에다모토 나호미 씨. 그녀는 ‘평범하게 밥 먹으며 살아가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일이 생기면 ‘평범하게 밥 먹으며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것저것 얽매이는 법이 없다. 웬만한 건 이 기준 하나로 판단하는 단순하다. (95)
에다모토 씨가 스승으로 생각하는, 저명한 요리연구가 故 아베 나오... 씨는 한 인터뷰에서 일 년에 한 번 혼자 온천에서 며칠씩 요양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충전하러 가느냐고 많이들 묻는데, 오히려 그 반대예요.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러 갑니다." (106)
하지만 내 인생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좀 생각해두어야 할 것 같아요. 인맥이나 돈, 경제, 효율 문제가 아니라 내게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고. 동경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방향을 알아두면 그게 곧 에너지가 되니까요. 이건 좋다, 아니다 머릿속으로만 판단하지 않고 구체적인 이미지로 그려보고 싶어요. 요리도 마찬가지예요. 상상할 수 없는 요리는 실제로 만들 수 없으니까요. (107)
나도 언젠가 분명 세상과 이별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죽기에 딱 좋은 날이다"라는 인도의 싯구처럼 나도 품위 있게 죽어 맨몸 하나로 대지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제아무리 많은 물건을 소유한들 죽은 후에 가져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지금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저절로 보인다. (157)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그리고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나만의 생활을 뿌리 내리도록, 흔들림 없이 내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지금의 일상을 한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일이든 물건이든 집이든 아니면 또 다른 그 무엇이든.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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